[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34] 무단횡단 시에 발생한 사고의 산재 인정 기준은?
[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34] 무단횡단 시에 발생한 사고의 산재 인정 기준은?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06.09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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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불법,범죄행위가 원인일 경우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어
업무와 관련성이 입증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 가능
오혜림 대표노무사-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알기쉬운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 저
오혜림 대표노무사
-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
-알기쉬운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 저

산업재해보상보험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고 재해를 입은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근로자가 불법행위를 저질러 발생한 업무상 사고는 어떻게 판단하여야 할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2항에 따르면 근로자의 고의, 자해행위,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질병, 장해, 사망은 업무상 재해라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무단횡단을 하였음에도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면 업무상 재해라고 인정한 사례가 있다. 무단횡단 행위는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범죄행위에 해당되지만 주로 재해자의 무단횡단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지 않았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일관된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법령 위반으로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대한 인정기준을 마련하였다.

기본적으로는 범죄행위 여부 및 기여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장소에서 짧은 거리를 무단으로 횡단한 자와 안전운전을 불이행한 운전자의 과실이 경합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였고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무단으로 횡단한 경우에는 운전자에게 과실이 없으므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운전자가 사고를 예견할 수 있을 정도의 상당한 거리에서 보행자를 발견하였고 감속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면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을 때는 운전자의 과실을 인정할 수도 있다.

운전자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업무관련성이 확실한 때에도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될 수 있다.

택시 운전사의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망 산재 인정 (서울행법 2018구합86191)
택시 운전사인 A씨는 사고 발생 당일 사거리 방면 1차로에서 빈 차로 다니다가 운행을 정지하고 시장 내부로 들어갔다. 시장 골목에서 나오고 무단횡단을 하다가 버스와 충돌하였다.

그 사고로 인해 A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중증뇌부종, 뇌간마비로 사망하였다.

유족 측은 업무를 수행하던 중에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사고를 당하였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처분 기관에서는 화장실 이용을 위해 업무를 정지한 경위가 확실하지 않으므로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사적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법원은 다음의 사항을 고려하여 원처분 기관과는 다른 판단을 하였다.

주정차가 금지된 장소에 비상등을 켜둔 채 시장 내부로 향한 것으로 보아 짧은 시간 내에 다녀 오려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고 택시로 돌아온 A씨는 빈손이었기에 개인적으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시장을 방문한 것은 아님을 추측할 수 있다. 동료 근로자 역시 시장 내부의 화장실을 자주 이용해온 점을 진술하였다.

또한 당시 버스의 속도는 27km/h 정도였는데 무단으로 정차된 탑차 때문에 A씨를 보이지 않아 감속하지 못한 점이 있어 A씨의 행위가 업무에 수반되는 행위를 벗어난 사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인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과음한 근로자의 무단횡단 후 사망 산재 인정 (울산지법2020구합5632)
재해자 B씨는 회사 내 부서 회식에 참여한 후 과음을 하였다. 그러나 만취한 상사를 집까지 데려다 준 후 무단횡단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였고 사망하였다.

근로자가 행사나 모임에 참가한 후 재해를 입은 건에 대하여 그 행사나 모임의 업무관련성을 판단할 때는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 강제성 여부, 비용부담 등의 사정을 검토한다.

B씨의 경우 3차까지 회사가 부담하였고 상사를 데려다주는 행위 후에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보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다.

하지만 업무와 관련이 있는 행사나 모임이라고 하더라도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였거나 강제성이 없고 사업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음하여 그로 인해 발생한 사고는 인정하지 않는다.

2차까지 진행된 회식이 사업주의 주최 하에 진행되었고 음주를 하였으나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한 상태의 근로자가 주거지로 향하던 중 11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다가 사망한 건에서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오혜림
-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
-알기쉬운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매일노동뉴스.2014.9.1.) 저
-전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고객권익보호담당관
-전 더불어민주당 중앙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전 관악구,용산구 노동복지 센터 상담위원
-전 서울글로벌 센터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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