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터뷰] "국내를 넘어 해외로" 로보틱스와 환경을 말하다-정원정 연구원
[기획인터뷰] "국내를 넘어 해외로" 로보틱스와 환경을 말하다-정원정 연구원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06.23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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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로봇산업협회 '혁신성장 글로벌 인재양성사업' 참여
4차 산업혁명 시대 선도할 신성장 동력에 주목
덴마크에서 경험한 1년, 새로운 기회를 제시하다
"해상풍력발전 확대가 로봇 기술 도입 이끌 것"
정원정 연구원(중앙)은 혁신성장 글로벌 인재양성 사업에 참여해 덴마크 소재 기업 COP(Copenhagen Offshore Partners)에서 파견 근무를 마쳤다. 사진은 파견 근무 시절 팀 동료들과 함께 찍은 모습.
정원정 연구원(중앙)은 혁신성장 글로벌 인재양성 사업에 참여해 덴마크 소재 기업 COP(Copenhagen Offshore Partners)에서 파견 근무를 마쳤다. 사진은 파견 근무 시절 팀 동료들과 함께 찍은 모습.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글로벌인재양성사업을 통해 국내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면 지금 그 당시 현장에서 익히고 배운 실무 능력을 쌓을 수 없었겠죠."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 글로벌 인재양성사업'에 참여한 정원정 연구원은 파견 연구 시절을 회고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파견 연구 시절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온 지 5개월. 그럼에도 당시 시절에 대해 물으면 어제 일과 같이 생생하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생소하게 여겨질 수 있는 로보틱스와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융합을 주제로 사업에 참여한 정 연구원은 1년간의 파견 근무 시절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서도 1년간의 파견 연구 기간을 끝마치고 돌아온 그를 만나 '글로벌 인재양성사업'의 날 것 그대로의 수기를 들어보았다.

■우연한 기회로 접한 글로벌 인재양성사업, 덴마크로 하늘길을 열다
혁신성장 글로벌 인재양성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추진해 한국로봇산업협회 등 운영 기관이 진행하는 정부 인재 육성 사업의 일환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진입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SW 산업의 급격한 수요 증가 등에 맞물려, 혁신성장을 이끌어 갈 신기술 분야의 유망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정원정 연구원은 그중에서도 한국로봇산업협회가 추진한 로보틱스 분야의 일환으로 해상 풍력 에너지 부문에 참여했다. 독특한 점은 그가 아직 석사 학위 1년차의 학생이었다는 점.

구직이나 인턴 기회를 알아보고 있던 상태가 아닌 학생 신분의 그가 학위를 마치지 않은 채 해외로 1년간의 공백기를 갖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리라. 그럼에도 그가 사업 참여를 결정한 데는 평소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 한몫했다고.

그는 "학위를 마치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해외 취업에 대한 꿈이 있었던 만큼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잡고싶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결국 덜컥 사업에 합격하게 된 그는 어린 나이에 타국 살이를 경험하게 이른다.

덴마크 파견 근무를 결정했던 당시 정원정 연구원의 나이는 고작 스물다섯이었다.
덴마크 파견 근무를 결정했던 당시 정원정 연구원의 나이는 고작 스물다섯이었다.

■ 우여곡절 덴마크 생활...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낳다
정원정 연구원은 혁신성장 글로벌 인재양성사업을 통해 지난 2020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덴마크 소재 기업 COP(Copenhagen Offshore Partners)에 인턴으로 파견 근무를 경험했다.

근무 기간 중에는 인턴 생활을 통해 로봇과 환경분야 즉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융합에 대해 공부하는 한편 해상 풍력 엔지니어가 하는 실제 직무 경험과 '효율적인 해상풍력발전을 위한 터빈 배치 최적화 기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그가 덴마크라는 새로운 나라에서 겪는 새로운 문화는 난관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파견 초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염증이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순탄치 못한 타국 살이가 예상됐던 상황이었다.

정 연구원은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걱정했지만 오히려 코로나19라는 상황 때문에 운영 기관인 협회와 파견기관에서도 더 많이 신경을 썼다"며 "덴마크에서도 하반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졌지만 엄격한 관리 덕에 파견 근무 기간 중 재택근무 기간은 최소화 해 현장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찌 됐건 누구에게나 낯선 타국살이다. 쉬울 리 만무하다. 이에 대한 어려움을 묻자 "덴마크라는 나라가 낯설지만 문화에 대해 알아보는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협회 차원에서는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본 사업에 참여하는 이들은 매월 약 210만 원의 정착 지원금을 받아 활동하며, 이와 별개로 기업이나 파견 기관에서 급여를 받는다. 재정적인 고민 없이 해외 시스템을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경제적인 걱정 없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던 덕이었을까. 정 연구원은 오롯이 연구와 근무에만 집중하며 덴마크 현지의 분위기를 고난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현재 그에게 가장 밀알이 된 것은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해외의 근무 환경과 문화였다. 덴마크는 국민의 행복 지수가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손에 꼽는다.

정원정 연구원은 그럴 수 있는 까닭이 자유로운 근무환경에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와 국외 근로 환경은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덴마크 근무 환경의 장점이라면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경쟁적이지 않아,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점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이런 점이 개인적인 업무 스타일과 어느 정도 일치해 더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소견을 밝혔다.

정원정 연구원이 소속된 파견 기업이 있었던 코펜하겐의 경우 바다가 가까워 출근 복장 안에 수영복을 입고 오는 이들이 많단다. 업무 시간이 오후 4시면 마치기 때문에 퇴근 후 바로 바다로 향해 수영을 즐기기 위함이라고. 그만큼 덴마크의 근무 환경이 자유롭다는 점을 상기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런 자유로운 근무 환경과 수평적인 조직 문화는 정원정 연구원의 커리어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정 연구원은 "단지 사무보조나 잡일만 하는 인턴이 아니라 실제 중차대한 프로젝트에 담당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서포트해 주기 때문에, 제 나이에 쉽게 겪을 수 없는 실무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지금도 이점이 많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파견 근무 기간과 코로나19 확산 기간이 겹치며 한동안 재택근무를 진행한 시기도 있었지만, 현지의 직원들은 원정씨가 덴마크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교류를 가지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파견 근무 기간과 코로나19 확산 기간이 겹치며 한동안 재택근무를 진행한 시기도 있었지만, 현지의 직원들은 원정씨가 덴마크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교류를 가지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혁신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산업 대부분은 기술이 기반이 되는 만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 다수다. 이러한 탓에 일각에서는 신입이나 인턴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게 쉽지 않은 형국이다. 직무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대형 프로젝트를 맡기는 것은 위험이 수반되는 까닭이다.

그러다보니 신입직은 인턴 생활을 통해 제대로 된 직무경험을 하지 못해 지식과 정보는 넘치는데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하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서포트할 뿐 아니라 직접 설계와 연구를 진행하면서 많은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다는게 정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처음 덴마크에 도착했을 때는 이론적인 지식뿐이 없었지만 이제 내 의견을 내는 데 자신감을 얻게 됐고 여러 사람과의 교류와 업무 미팅을 겪으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나의 전공 분야에 당당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밝혔다.

정원정 연구원에게 '1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사업에 다시 참여하겠느냐'고 묻자 더 들을 것도 없이 그렇게 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전문성을 강화하고 직무 경험을 다질 수 있었던 만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로봇, 드론, 인공지능 등 혁신성장으로 대두되는 산업들은 모두 잠재력이 높은 산업들이다. 특히 최근 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예년과 달리 더 큰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면서 "이러한 기조에 관련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도 국내에서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세계적인 무대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는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혁신 성장 산업에 관심을 갖는게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우수 인재를 다수 확보해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이와 같은 의견을 전하며 "만약 글로벌인재양성사업처럼 여러 국가의 시스템을 겪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다음에도 꼭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환경문제와 로봇 산업의 미래
혁신 성장 산업의 최근 화두는 ‘융·복합’이다. 로봇, 인공지능,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등 각 산업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야 산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정 연구원도 이와 같은 일환으로 로보틱스와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융합에 주목했다.

정 연구원은 두 산업간 연결고리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특히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로봇이 대신할 때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발전도 가속화 페달을 밟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제언이다.

그는 “풍력 발전 산업의 경우 기존의 육상 풍력 발전에서 바다 한 가운데서 이뤄지는 해상 풍력 발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곳엔 사람이 접근하기 힘들지만 로봇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거대한 풍력발전 날개를 청소하는 작업을 사람이 직접 하다 보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 위치가 망망대해 한복판이라면 더욱 그럴 것. 그러나 이런 작업을 로봇이 대체하게 되면 안전성을 높일 뿐 아니라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게 정 연구원의 의견이다.

실제로 최근에 풍력발전 날개 위를 걸으며 작업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한 기사가 나온 바 있다. 해상 풍력 발전소의 위치상 접근성, 규모, 관리의 위험성 등을 고려하면 로봇이 접목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해상 풍력 발전에 대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 언급되고 있는 개발이 모두 완료돼 관리 차원의 단계로 넘어간다면 로봇의 도입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정원정 연구원은 드론 또한 해상풍력 산업에 활용될 경우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가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을 통한 풍력 발전소 관리, 자동화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해상풍력 산업이 국내는 아직 개발 단계인 부분이 많지만, 그린뉴딜 정책을 토대로 빠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로봇이나 드론 등 다른 신기술과의 연계 그리고 수많은 일자리 창출까지 내다볼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COP 국내 지사에서 인턴 활동을 마친 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진로가 명확히 정해지기엔 아직 어린 나이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업 참여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정원정 연구원은 "아직까지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있지만 고민할 수 있는 분야가 넓어진 것 같다.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경험을 통해 견문을 넓힐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원정 연구원 Work Experience2020 - Ongoing Engineer Graduate, Copenhagen Offshore Partners2019 - 2020 Research Assistant, Flow Physics and Informatics Lab., Seoul National University2018 - 2018 Technical Intern, GurufitEducation2019 - Ongoing MS in Civil and Environmental Engineering, Seoul National University2014 - 2019 BS in Civil and Environmental Engineering, Seoul National University2017 - 2017 Exchange Student in Technology, Policy and Management, 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
정원정 연구원
Work Experience
2020 - Ongoing Engineer Graduate, Copenhagen Offshore Partners
2019 - 2020 Research Assistant, Flow Physics and Informatics Lab., Seoul National University
2018 - 2018 Technical Intern, Gurufit

Education
2019 - Ongoing MS in Civil and Environmental Engineering, Seoul National University
2014 - 2019 BS in Civil and Environmental Engineering, Seoul National University
2017 - 2017 Exchange Student in Technology, Policy and Management, 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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