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만의 컨택센터 칼럼] 우째 이런 일이!
[황규만의 컨택센터 칼럼] 우째 이런 일이!
  • 편집국
  • 승인 2021.06.29 08:38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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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 기관장의 단식과 노노갈등에 대하여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회장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회장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소속 노조원 970여 명이 아웃소싱기업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공단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지난 10일 파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들의 직접 고용에 반대하는 정규직 노조인 건보공단 노조가 사측이 마련한 노사협상 테이블인 사무논의협의회 참여를 거부하면서 노노 갈등 양상이 깊어지자 이사장은 14일 단식에 돌입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공공부문 기관장이 단식을 하는 행위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건이었다. 

이런 초유의 사태에 양대 노조가 당황했던지 조금씩 양보해 고객센터 노조는 일단 파업을 중단하고, 정규직 노조도 민간위탁 사무 논의 협의회에 참석하겠다고 하면서 이틀 만인 16일에 단식을 풀었다. 

그리고 18일 공단 정규직 노조와 고객센터 노조가 참석한 가운데 사무논의협의회가 열렸지만 공단 노조원들은 “지난해 조합원의 75.6%가 직접 고용에 반대한다고 밝혔고, 직접 고용을 막아 내겠다고 해서 현 노조 집행부를 당선 시켰는데 이제 와서 타협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 하고 있어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어느 쪽도 본인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언제라도 파업에 돌입할 수 있어 일촉즉발 상황이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이런 사태는 현 정부 들어 무리하게 추진해온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정책을 밀어붙일 때부터 충분히 예견되었던 일이었다. 

대통령은 인천공항공단을 방문해 이런 정책을 발표하면서 무언가 큰 일을 해냈다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을 지는 모르지만 복잡하게 얽혀있는 노동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없이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공언할 때부터 모두가 걱정했던 일이었다. 

처음부터 매번 재계약이 될지 몰라 고용불안에 떨던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서 정규직화를 집행했다면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을 것을 공공 입찰을 통해 어렵게 수주한 아웃소싱기업의 정규직 직원까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이라고 우기며 전부 정규직화 하겠다고 밀어붙이다니 얼마나 우매한 일인가? 

결국은 건보를 포함해 많은 공공기관에서 노노 갈등을 부추기는 사단을 내고 말았다. 

지금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소속 노조원들은 공단에 직접 고용하라고 파업하고 있지만 그들이 처음 아웃소싱기업(대부분 대기업)에 입사해 공공 기관의 콜센터 업무를 대행할 때만 해도 가족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힘들기는 했지만 열심히 근무하고 있었다. 

아웃소싱기업들도 고임금 일자리는 아니었지만 일자리를 만든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왔다. 그런데 그들도 정부의 실책으로 좀 더 나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불법이지만 파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게다가 그런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자기 몫을 빼앗기기 싫은 조직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마구 찍어낸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에게 고임금을 주는 반듯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억대 연봉을 받는 직업도 있고, 최저 임금 받고 일하는 일자리도 있으니 사회가 돌아가는 것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前 정부때까지 만해도 아웃소싱 기업들은 일자리를 창출 1등 공신으로 우대받았는데 현 정부 들어서는 적폐로 몰리고 있다. 

정부는 진정으로 낮은 임금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돕고 싶다면 예산을 확보해 아웃소싱기업에 주는 용역비에서 근로자들을 인건비를 높이던가 아니면 공공기관에 별도로 조직을 만들고 공명정대하게 일자리가 필요한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해 뽑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정부는 정규직화 하겠다며 생색만 내고, 공기업에게 경영평가에 반영한다고 압력을 넣으니 공기업에서는 정부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말았다. 하지만 기존 노조원들의 반대에 부딫쳐 결국 노노갈등을 일으키고 만 것이다. 

정말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면 기업들을 옥죄고 있는 규제를 풀고 경쟁국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투자여건을 조성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어떤 정책을 입안할 때는 힘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을 시행하면서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들을 충분히 만들어놓고 시행했으면 좋겠다. 

황규만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회장
(사)푸른아시아(기후위기 대응 NGO 환경단체) 이사
(사)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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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없애자 2021-06-30 04:33:19
후진국형 용역들 없애고 직고용해라

대박 2021-06-29 23:21:07
와... 정말 이렇게 공명정대하게 글 쓰시는분 처음 봅니다.
너무 존경스러워요.

피땀 2021-06-29 22:52:49
현실적인 기사 감사합니다. 정부와 건강보험공단 간부들이 이걸 보고 깨달았으면..

모시자 2021-06-29 22:39:39
건보 사무논의협의회 위원 편파구성인데 이분 위원으로 추천

2021-06-29 22:22:37
속이 시원하네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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