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7] 온천욕 백태(百態)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7] 온천욕 백태(百態)
  • 편집국
  • 승인 2021.07.06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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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

내가 아산을 사랑하고 아산을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온천 때문이다.

아산 지역 내에는 온양, 아산, 그리고 도고에 온천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내가 거주하고 있는 온양은 온천부터 떠올릴 정도로 온천욕으로 유명하다.  

문헌에 의하면 온양온천은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기록되어 있다. 
온양이란 지명은 백제시대에는 끓는 물이 나오는 곳이란 의미로 탕정군(湯井郡), 고려시대에는 온수군(溫水郡),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온창(溫昌), 온천(溫泉)으로 불리어 왔다. 

지금의 온양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바로 세종대왕이 이곳에서 온천욕을 하시면서 온양(溫陽)이라 명명한 때부터라고 한다. 

또한 세조는 온양에서 온천욕을 한 후 이곳을 신정(神井)이라 칭하고, 신정비까지 세웠다고 하고, 세종 및 세조 외에도 현종, 숙종, 영조, 정조 등 여러 왕들이 이곳에서 온천욕을 즐겼다고 하니 온양온천은 역대 조선 왕들이 가장 애용했던 온천인 것이 분명하다. 

이 유명한 온천을 가까이에서 쉽게 즐길 수 있으니 이곳 사람들은 복 받은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오래 전 서울에 살 때 명절을 맞아 온양에 계신 처가 식구들을 뵈러 오게 되면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꼭 거쳐야 하는 관례가 가족 모두 온천욕을 하는 것이었다. 

사위 식구들이 오면 서울에는 없는 무언가 의미 있는 경험을 해주기에는 온천만 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 일찍 가족 모두 온천욕을 하고 아침 겸 점심을 먹은 다음 서울로 올라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일 년 중 특정한 날에만 할 수 있었던 온천욕을 이제는 이곳에 사는 덕분에 매일 즐기고 있다.

거의 햇수로 6년째 매일 아침마다 온천을 다니다 보니, 나처럼 매일 온천을 이용하는 단골들을 만나 눈인사를 주고받는 관계가 되었다. 나는 온천을 다닌 지 6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사람들은 대부분 수십 년째 온천에 다니고 있는 이곳 토박이들이다.

매일 온천욕을 하다 보니 내가 일정한 패턴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먼저 한 자리를 차지하고(거의 같은 장소를 이용하게 된다) 목욕장비를 놓은 다음, 샤워를 하고 온탕에 들어간다. 역시 거의 같은 지점의 자리를 이용한다. 한 10분쯤 몸을 담근 다음 반쯤 걸터앉아 반신욕을 하면서 고개도 움직이고 팔도 움직이면서 몸을 풀어준다. 

그런 다음 탕에서 나와 맡아 놓은 자리에 앉아 욕탕에 비치되어 있는 치약으로 먼저 치아를 닦고, 머리 샴푸를 한 다음, 면도를 하고, 비누칠을 하고 샤워를 하는 순서에 따라 움직인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날에는 사우나실에 들어가서 땀을 빼고, 냉탕에 들어가 제자리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며 운동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비누칠을 하고 샤워를 하며 마무리를 짓는다. 매일 온천욕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이런 순서가 정해지게 되었고, 그 순서를 따르지 않으면 왠지 어색하다. 

나만 이렇게 유별스러운가 하고 찬찬히 둘러보니, 온천욕을 하는 다른 사람들도 일정한 패턴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의 행태를 크게 세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부류는 ‘순수목욕형’ 사람들이다. 이들의 주요 목적은 오직 몸을 씻고 목욕하는 것이다. 탕에서 몸을 불린 다음 열심히 때를 미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사우나실이나 냉탕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매일 오는 단골 손님과 드문드문 오는 사람과의 차이는 때를 밀고 안 밀고에 있다. 매일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때를 밀지 않고 샤워만 한다. 아마 매일 오기 때문에 다음에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거나, 매일 샤워를 하기 때문에 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두 번째 부류는 ‘온천헬스형’이다.  이 사람들에겐 온천장이 곧 헬스장이다. 주로 구석진 한 장소를 택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운동을 한다. 맨손 체조식으로 온몸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무릎을 비틀거나 들어올리면서 탕에서 돌아다니면서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이는 바닥에 손을 대고 팔굽혀피기를 하거나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면서 하체 운동을 하기도 한다. 그런 가하면 벽을 이용해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의 특징은 대부분 매일 오는 단골 손님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부류는 ‘유유자적형’이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몸을 씻거나 운동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탕에 몸을 담그고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서두름이 없다. 온탕에 들어갔다 냉탕에 들어갔다 하면서 온천욕을 즐긴다. 

또한 사우나도 건식탕, 습식탕을 번갈아 가며 땀을 뺀다. 때론 탕 주변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심호흡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온천탕 세신사의 단골 손님이기도 하다. 

그리고 요즘 세태를 반영하듯 새로운 부류의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바로 ‘과잉조심형’ 사람들이다. 이들은 탕에까지 마스크를 쓰고 들어온다. 

아직 많지는 않지만 종종 눈에 띈다. 벌거벗은 몸에 마스크만 쓰고 있는 모습이 유별나게 보이지만, 시대가 시대인지라 사람들은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무언의 신호를 보낸다. 그 탓인지 아니면 불안해서 인지 이들 대부분은 오래 머물지 않고 곧 나간다.

몸을 씻는 데만 집중하면 그냥 지나치지만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보이고, 이들을 보고 있는 것도 온천욕을 하면서 느끼는 재미 중의 하나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앞만 보고 가면 다른 사람의 삶이 보이지 않는다. 가끔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는 여유도 필요하다. 

하루 날을 잡아 여유롭게 온천욕을 즐기며 나는 어느 부류에 가까운 사람인지 살펴보자.  뜻밖의 자신과 마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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