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청년 채용 발목 잡은 정규직 전환, 시한 폭탄 신세 전락
[이슈] 청년 채용 발목 잡은 정규직 전환, 시한 폭탄 신세 전락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1.07.27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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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으로 인원 는 공기업, 신규 채용에 소극적 자세 보여
비정규직 시절보다 처우 더 열악해진 아이러니 빈번
과속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야기한 부작용이 점점 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과속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야기한 부작용이 점점 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노동 인권 향상을 모토로 삼은 현 정권의 첫 번째 과제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경영계의 극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 과제는 현 정권의 명운을 건 사업으로 인식되었고 그 결과 목표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음도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성과 지상주의에 매몰된 과도한 드라이브 탓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다는 점이다. 이미 정규직 전환을 완료한 단체에서 불거지는 차별 논란은 물론이고 정규직 전환으로 늘어난 인원 구성으로 정작 신경을 써줘야 할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순리를 거스르다시피 한 비정규직의 과도한 정규직 전환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지만 아직 정부는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셈인데, 이로 인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 목표치 훨씬 상회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뤄내겠다며 밝힌 각오다.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인 셈. 집권 세력의 의지가 이랬으니 공공기관들로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목표 달성을 이뤄내야 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의 수치로 되돌아왔다.

지난 3월, 고용노동부는 정부 부처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보고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말까지 공공부문 1단계(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교육기관) 853개 기관에서 19만 9538명이 정규직으로 전환 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19만 2698명은 채용 절차 등을 거쳐 정규직 전환이 완료됐다.

정부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교육기관 등을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 기관으로 선정하면서 17만 493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에 비하면 초과 달성한 셈이다. 추가 전환 여지가 있는 3만명을 포함한 정책 목표(20만 4935명) 기준으로는 97.3%를 달성한 것으로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순조로운 진행을 이어왔음이 분명하다. 정부 역시 이 결과에 대해 흡족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정책 목표인 20만 4935명을 달성하기 위해 정규직 전환 결정을 완료하지 못한 기관에 대해서는 전담자를 지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또 권역별 간담회 및 전문가 컨설팅 등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지원한다.

이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용역 노동자, 민간위탁 종사 노동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노력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대선전까지 모든 것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지난 2017년 취임 후 3일 만에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선언한 1호 공약을 완벽하게 달성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여진다.

■ 신규채용 감소에 직격타로 작용했다는 지적 적지 않아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권익 향상에 일조했다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지만 그 과정에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빼앗겨야 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런 우려는 곳곳에서 사실로 입증되고 있는 중이다. 당장 정규직 전환의 최일선에 섰던 공공기관들의 채용 축소는 청년들의 울분을 토해내게 하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채용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잡알리오 자료를 토대로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정규직 전환 실적 상위 10개 공기업의 올해 일반 정규직 신규 채용 규모(고졸·무기계약직 채용 제외)를 분석한 결과 9곳이 최근 3년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을 정도로 올 들어 공기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채용 축소에 앞장 서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전체 36개 공기업(시장형 16개, 준시장형 20개)은 정규직 5019명, 무기계약직 70명 등 총 5089명의 직원만 채용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뜩이나 일자리가 없어 힘겨워하던 청년 구직자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공기업들이 채용 축소에 나서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 기관 내홍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무리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반작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과도한 목표로 설정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공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 및 조직 비대화 등으로 신규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줄어든 것이라는 것.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이모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꼭 이뤄져야 할 일이지만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해야 할 문제인지는 의문”이라며 “공공기관이 무리한 정규직 채용·전환을 하면 그다음 일자리를 만들기 힘들어지고 국민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장 일자리가 없어진 청년들 못지않게 정규직 전환의 수혜자라 할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속내도 편치만은 않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음에도 이전 비정규직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전환 방식은 직접고용과 자회사, 제3섹터 등에서 선택하고 채용은 전환이나 경쟁채용을 하도록 했다. 전환방식을 직접고용율은 73.3%로 전환이 완료된 인원 19만 2698명 가운데 14만 1222명은 기관에 직접 고용됐다.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는 100% 직접고용했다.

자회사 방식은 25.8%로 4만 9709명이 자회사 방식으로 0.9%인 1767명은 사회적기업 등 제3섹터 방식으로 전환했다. 특히 공공기관의 자회사 방식 전환율은 48.8%로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등 다른 공공기관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래서야 말만 정규직일 뿐, 이전과는 달라진 게 없음에도 정부는 이런 곳으로는 눈을 돌리지 않으려는 행색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이 같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허울뿐인 전환으로 자의적으로 대상도 축소하고 내용도 부실한 ‘자화자찬’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자회사 전환 방식 비중이 높은데 기존 용역회사에서 원청(공공기관)의 자회사로 소속만 바뀌고 처우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문제 삼는 것도 일견 타당하다. 처우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부실한 정규직화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노동계 목소리는 그저 투쟁의 구호가 아닌 셈이다.

공공부문 자회사 실태 평가 조사 항목 (자료제공=고용노동부)
공공부문 자회사 실태 평가 조사 항목 (자료제공=고용노동부)

이는 정부기관에서도 일정 부분 시인할 정도다. 지난 5월 12일, 고용노동부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자회사 정책성과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자회사 정책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거론된 주제만 놓고 보면 현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운영 실태는 낙제에 가깝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에 발제자로 나선 권순원 자회사운영실태평가위원장은 "전반적으로 모기관의 역할이 중요한 경영·계약 부문보다 운영 기간이 비교적 짧은 자회사의 자체적 노력이 필요한 인사·노무 부문에서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진단했다. 특히 ▲모·자회사 노사공동협의회 설치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 도입 등 경영 투명성 확보 ▲교육훈련 인력·예산 등 운영 전문성 제고 ▲비정규직 사전심사제 도입·운영 등 합리적 인사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대해 배영일 고용부 공공기관노사관계과장은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자회사 운영, 평가체계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다음 평가부터 전년 대비 개선 정도를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힘으로써 문제의 요소가 다분함을 인정하고 나섰다.

사실 이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된 부분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급하게 서두르다 보니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에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이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고 자신의 과오를 인정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더 큰 낭패를 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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