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연기 꿈꾸던 건설업계, 돌발 암초에 동력 상실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연기 꿈꾸던 건설업계, 돌발 암초에 동력 상실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1.07.14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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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과도한 처벌 수위는 건설사 경영 악화 부를 것 주장
광주 재개발 사업장 붕괴 사고로 건설사 논리 휘청
최고경영자 처벌수위 높인 중대재해처벌법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최고경영자 처벌수위 높인 중대재해처벌법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산업재해 발생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기업에 대한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미루라고 주장하는 건설업계의 목소리가 잦아들 전망이다. 지난 6월 11일,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장 붕괴사고로 다수의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에 힘이 실리고 있는 탓이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업종 특성상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간 건설업계의 주장이었다. 이에 내년으로 다가온 시행을 연기하고 건설업계 자체적으로 법 시행에 필요한 유예기간을 달라던 것이 그간의 건설업계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그런 주장은 힘을 얻게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노동계의 강경한 입장을 설득하는 것도 힘들고 무엇보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 분명하다.

■ 취지는 공감하지만 과도한 처벌 수위에는 공감 못해
건설업계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미온적인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법 제정에 맞춰 선제적 건설현장 안전관리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에 따른 과도한 처벌 수위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률적으로 사망재해에 대해 처벌을 명시하는 법이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이는 모든 건설기업을 잠재적인 범법자로 만들고, 무분별하게 전과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건설업계의 주장이 마냥 허튼 것만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책임자 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건설사의 경영 리스크가 크게 증가해 기업의 경쟁력이 급락할 것이라는 주장 역시 일견 타당하다. 무엇보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이 중소건설사가 될 것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건설업계의 주장이었다. 

경영계 역시 건설업계의 주장에 힘을 싣는 모습이었다. 지난 3월 25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이 내년에 시행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부작용 우려를 들어 반발하면서 재개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 그 증거다. 

당시 경총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대한건설협회 등 6개 경제단체와 공동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보완입법 요청사항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및 관계부처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충분한 검토 및 논의과정 없이 제정되어 모호한 내용과 과잉처벌 등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법률이 시행될 경우 실질적 예방효과 없이 소송폭증 등 부작용 발생만 예상된다"고 비판하면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 법률 시행 전 반드시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률시행을 공포 후 2년 후로 연장하자는 주장 역시 건설업계의 그것과 동일한 맥락이었다. 그러나 그런 목소리는 이번 사고 이후로 힘을 잃게 될 것이 자명하다. 건설업계로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광주 재개발 붕괴 참사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필요성 재조명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법 자체가 지니는 맹점이 다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과의 충돌이나 법리적 오류 등 개선의 요지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법 제정의 취지에는 공감하는 것은 그간 수많은 안전 사고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결사 반대를 외치는 경영계와 건설업계와는 달리 진보정당과 노동계가 조금 더를 외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법 제정 이후에도 끊임없이 안전 사고가 산업계를 뒤덮고 있는 실정에서 노동계는 보다 더 강력한 법의 뒷받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27일,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대전운동본부는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근본 대책 마련 촉구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월 민주노총과 노동계가 입법청원을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됐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에서 제외되었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이 유예된 것조차도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5월 27일,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대전운동본부는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근본 대책 마련 촉구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제공 민노총
지난 5월 27일,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대전운동본부는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근본 대책 마련 촉구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제공 민노총

이처럼 민주노총과 정의당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은 법 제정 이후에도 여전히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882명이고 올해도 4월까지 산업재해로 309명이 사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 정부는 임기를 마칠 때까지 1,000명에 가까운 산재사망사고를 전반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법 제정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효과가 없다는 것은 결국 산재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법보다 앞서 시스템의 구축이 먼저라는 것을 의미한다.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서 전체적인 시스템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러나 현재 건설업계를 비롯한 산재 사망 다발 업종을 보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스마트법률사무소 김찬영 변호사는 “복잡한 하도급구조와 일감중심의 단기계약이 관행화되어 있는 건설업과 조선업에서는 중대재해와 사망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를 금지하는 법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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