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아줌마는 웁니다
[이슈]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아줌마는 웁니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10.29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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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있어도 눈높이 낯춘 하향 취업이 고작
재취업 지원기관의 적극적 지원과 교육훈련 프로그램 필요해
경단녀 재취업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은 재취업교육 중인 여성들.
경단녀 재취업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은 재취업교육 중인 여성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코로나발 경기침체로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더욱 위태로운 것이 바로 여성이다. 남성에 비해 고용안정성이 불안정한 여성들이 먼저 일자리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경력단절을 강요받고 있는 셈인데, 문제는 이렇게 경단녀 타이틀을 달고 나게 되면 재취업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실제 통계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경력단절여성 현황’에 의하면, 구직을 단념한 경력단절여성은 1만 2천명으로, 전년 대비 16.3%p나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일자리 특성상 대면 업무 비중이 큰 여성 근로자들이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고 난 뒤 다시 취업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의미다. 

안 그래도 국내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촉발된 일자리 증발이 사태의 심각성을 한층 더 강화시킨 결과로 해석된다. 정부는 경단녀 채용 시 고용세제 혜택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재취업 부양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상황에 머물러 있다.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필연적으로 고용 경쟁력의 추락을 부를 수밖에 없다.
 
■ 코로나 맹위에 경력단절 여성 신세로 급락
지난 5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와 여성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률 감소폭은 여성 5.4%, 남성 2.4%로 여성이 남성보다 2배가량 더 큰 고용충격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로 보면 가장 두드러진 감소는 20대, 30대 여성에게서 나타났다. 이들은 코로나19 초기 전 연령대 중 가장 먼저 고용률이 감소했다. 비혼 여성 취업자 수는 다행히 회복세에 들어선 반면, 기혼 여성의 취업자 수는 고용률이 10% 감소한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소위 말하는 경단녀 대열에 합류한 셈인데.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 해도 일단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녹록지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반복적 경력단절에 관한 연구'가 명확하게 보여준다. 연구에 따르면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이 재취업을 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평균 10년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령 재취업을 하더라도 절반 이상은 다시 경력단절을 맛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경력단절 후 재취업까지 평균 경력단절기간은 132개월이었으며 최대 경력단절기간은 239개월이었다. 경단녀들은 평균 11년만에 재취업에 성공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20년 이상의 경력단절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경단녀들의 사회 복귀가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지만 아직은 이를 위한 원활한 토양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지속적인 사회생활을 이어가가 어렵다는 점이다.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에도 절반 이상이 넘는 51%는 직장을 그만 두는 경험을 한 것이 그 증거다. 재취업한 직장에서 그만 둔 횟수는 1회가 66명, 2회가 28명, 3회 이상이 3명으로 조사됐다. 총 190명 중 51%가 재취업에 성공하고도 일을 다시 그만둔 것인데 이는 장기간의 경력단절로 인해 적응이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연구원은 재취업 실패의 원인으로 일자리의 질적 수준과 육아부담을 꼽았다. 조사 대상 190명 중 179명은 결혼을 하기 전 상용직으로 일했으나 경력단절 후에는 94명만이 상용직으로 다시 일할 수 있었다. 나머지 86명은 임시·일용직 47명, 자영업 36명, 무급가족종사자 13명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는데 실패했다.

■ 비정규직, 저임금 시달리는 경단녀 현실 타개해야

재취업에 성공한 경단녀 셋 중 하나는 1년 이내에 현 직장을 나가려 하고 있었다. 자료제공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재취업에 성공한 경단녀 셋 중 하나는 1년 이내에 현 직장을 나가려 하고 있었다. 자료제공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이처럼 경단녀 상당수가 미흡한 고용기간이나 처우로 인해 어렵게 일자리를 획득해도 오랜 기간 버티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서울시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만족도 및 요인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력단절 경험이 있는 취업 여성 중 30.5%의 여성이 1년 이내 현재 일자리를 그만둘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 그 증거다.

힘들게 구한 직장임에도 그만 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직장이나 직무가 전망이 없어(16%) ▲근무조건 또는 작업환경이 나빠서(15.7%) ▲이직(11.2%) ▲계약기간 만료(8.3%) ▲결혼·임신·출산(7.7%) 순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를 다시 찾는 것이 어려움에도 경단녀들은 불투명한 전망이나 나쁜 작업환경 때문에 일자리를 그만 두려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경단녀 재취업은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부분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수수방관에 가까운 방치 속에 경단녀들의 속만 썩어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경단녀 재취업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상황에서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지속적으로 경단녀 문제 해법을 제시해온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 정책 대부분이 큰 약효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또한 재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임시직 자리를 전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이 그렇다. 경력단절여성을 다룬 대부분의 연구가 보여주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경단녀들은 재취업시 거의 대부분이 수직하향을 경험하게 된다. 실제 여성 비정규직의 비율은 20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40대 이후에는 전체 여성 임금근로자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 그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저숙련, 저임금, 비정규직의 제한된 일자리 상황 속에서 경력단절을 지속하게 될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 

이에 전문가들은 고용의 양뿐만 아니라 질에도 초점 맞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종대학교 김성철 교수는 “재취업에서 중요한 점은 기존의 커리어를 기반으로 이를 확장하는 것”이라며 “단기적 생존책도 중요하지만, 여성들의 장기적 성장을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시작된 근무 환경 변화를 장기적인 경력단절 문제 해결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 19 사태의 여파로 장기적으로 경단녀 규모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유연근로제나 원격 근무의 도입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것. 

이처럼 경단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들이 활발해지는 것이 한편 반갑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쟁점은 자명하다. 앞서 본 것처럼 저임금과 비정규직으로만 경단녀들을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경단녀들의 능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질 높은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이유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경단녀 재취업은 끊임없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고 결국 그게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덫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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