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거대 플랫폼에 대한 규제, '공정경쟁'과 '자율선택’ 두고 갈등
[기획] 거대 플랫폼에 대한 규제, '공정경쟁'과 '자율선택’ 두고 갈등
  • 김지수 뉴스리포터
  • 승인 2021.07.20 1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미국의 ‘플랫폼독점종식법’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는 것” 공정한 경쟁 조건 조성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카카오, 배민, 쿠팡 정조준
미국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규제할 법안을 내놓았다.

[아웃소싱타임스 김지수 뉴스리포터] 처음에는 파격적인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했던 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난 후 서비스 품질을 낮추거나 가격을 상향 조정하는 경우는 시장 경제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재 전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플랫폼 경제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누적된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서비스의 질과 직결돼 있는 플랫폼 기업 특성상 시장을 독점한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하다. 그렇게 우리에게 친숙했던 플랫폼 기업들이 하나 둘 무리한 요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질 때쯤 각국의 정부는 소비자와 시장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을 내놓고 있다.

몸집이 부푼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공정한 시장을 구축해야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각국의 정책을 두고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승리한 기업에 과도한 족쇄를 다는 겪이라는 비판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 "독주막아야"...‘플랫폼독점종식법’ 규제 카드 꺼내든 미국 
코로나 19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공급자 역할을 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거대해지고 있다. 심상치 않은 성장세에 시장에선 이들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플랫폼 시장의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 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경우 다른 기업이 경쟁을 이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현격히 낮아지는 까닭이다.

미국 내에서도 페이스북, 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의 특수가 이어지자 규제에 대한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이와 같은 요구가 빗발치자 미국은 현지시각으로 2021년 6월 11일, 관련 규제 법안을 무더기로 제시했다. 

제시된 법안은 ▲플랫폼 독점 종식법에 이어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 ▲서비스 전환 허용에 따른 호환성 및 경쟁증징법 ▲합병수수료 현대화법 등 총 5개 항목이다. 이 중 가장 강도가 센 법안은 바로 ‘플랫폼독점종식법’이다. 

플랫폼독점종식법은 해당 플랫폼 내에서 자사의 앱이나 상품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거나 우세한 경쟁 조건을 만드는 등의 행위를 금지시키는 법안이다.

플랫폼독점종식법이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이유는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 이외에 자사 플랫폼을 통해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불법적 이해상충’으로 규제하는데 있다.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에 자사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것.

미국은 불법적 이해 상충을 해소시키지 않을 시 기업을 분할하거나 사업부를 강제 매각할 권한까지도 정부가 갖도록 규정했다. 이해상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해당 플랫폼 사업 부문의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없도록 25% 미만의 지분만을 보유해야 한다.

이러한 플랫폼 독점 종식법은 미국의 거대 기업 4곳인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를 정조준한 법안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아마존의 경우, 자사의 이름을 반영한 자사 제품 ‘아마존 베이직스’를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 베이직스가 판매하는 상품군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그들은 자사에 소속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생산하며, 이렇게 생산된 상품은 자사 앱을 통해 소비자에게 노출된다. 만약 플랫폼독점종식법이 통과되면, 아마존은 자사 제품을 더 이상 다른 경쟁사 제품과 함께 판매할 수 없게 된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구글에 키워드를 검색하면 구글이 운영 중인 유튜브 영상이 화면에 노출된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구글은 자신들의 검색 엔진에서 유튜브를 제외 시켜야 한다. 이는 자사의 앱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공정한 경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국의 반독점 관련 법안이 발의된다면 자사의 자체 제작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지 못한다. 또한 검색 시 자사 앱이나 상품이 우선적으로 뜨도록 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독점 기업이 다른 스타트업이나 회사를 인수하는 데에도 보다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붙는다. 이는 거대한 몸집을 가진 기업이 경쟁사 제거를 목적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해 자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미국의 경고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의 독점을 규제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차라리 하나의 기업이 독점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는 것. 이어 지금의 독점 기업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룬 성과인 만큼 그 성과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규제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법안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규제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법안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규제 카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현재 우리나라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이다. 쿠팡은 로켓배송, 쿠팡이츠, 쿠팡프레시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발판으로 견줄 곳 없는 공룡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는 것처럼 쿠팡은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끝없는 논란에 휩쌓여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쿠팡의 노동자 처우 문제다. 최근 ESG 경영이 화두에 오르고 있는 기조 속에서 쿠팡은 꾸준히 노동자의 과로사나 안전사고 문제로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불명예를 안고 있다.

최근 덕평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나 쿠팡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같은 문제가 이어지자 ESG 경영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주축으로 ‘반쿠팡’운동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또 다른 거대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는 어떨까. 카카오 역시 플랫폼 노동자 존중과는 거리가 먼 일방적인 약관 정책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문제는 택시기사와 소비자를 매칭하는 서비스인 카카오T에서 불거졌다. 최근 카카오에서 발표한 새로운 약관을 살펴보면, 별점이 낮은 택시기사에겐 배차의 기회도 주지 않는다는 것. 이에 택시기사들은 반발하고 나섰지만, 현재 택시호출 시장에서의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카카오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같은 플랫폼 기업의 논란은 비단 쿠팡이나 카카오에서만 빚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다수의 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 처우 개선 문제나 기업의 독점 문제는 골칫거리로 여겨지고 있다.

이처럼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플랫폼 기업을 제재하기 위해 우리나라에도 플랫폼의 갑질을 막는 법안을 재정한 바 있다. 바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다. 이 법률제정안의 방향은 배달의 민족, 쿠팡, 카카오와 같은 제품·서비스 중개업을 향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위의 기업들의 몸집은 날이 갈수록 거대해져가는 반면, 그 하청업체들은 더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공룡 기업들의 갑질을 방지하고 감시하기 위해 제시된 것.  

이들이 마련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계약서 작성 및 교부, 사전통지 등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사업자가 입점 업체에 비용이나 손해액을 떠넘기는 등 갑질행위를 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물린다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실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온라인 플랫폼 입점 업체의 판매가격 또는 경영상대방 등 경영활동을 간섭하거나, 거래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입점업체에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등의 불공정행위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는 그런 행위가 조사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유통업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며, “제도적 장치들을 담은 법률을 제정하여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가 상호 보완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법안의 시행 날짜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안에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부칙을 두고, 1년 동안 시행령·하위 고시·표준계약서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 밝혔다.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법안은 2021년 1월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즉 내년 상반기부터는 플랫폼 공정화법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의 플랫폼독점종식법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자사 상품 우선 배치 등을 규제하는 성격이 강한 반면, 우리나라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가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강하게 부각된다.

한편, 플랫폼 기업의 규제에 대해 자율 시장 경제 속 발생하는 지나친 탄압이라는 비판에 대해 미국 플랫독점종식법 법안 발의에 앞장섰던 미국 시실리니 반독점소위장은 “우리의 의제는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고, 최고 부자들과 가장 강력한 기술 독점 기업들이 공정한 규정으로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가 ‘평평한 운동장’을 주장하며 굳은 의지를 드러낸 이유와 같이, 한 기업의 독점은 ‘불균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뤄낸 독점이라도 그로 인해 부당함이 야기된다면 이를 정리해줄 강력한 법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