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퇴근 후에도 일하는 여성들…5년차 기혼 여성 고용률 '폭삭'
[이슈] 퇴근 후에도 일하는 여성들…5년차 기혼 여성 고용률 '폭삭'
  • 김지수 뉴스리포터
  • 승인 2021.08.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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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년차 여성 고용률 최저치 기록…반면 남성 고용률은 일정
여성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100.3분, 남성의 4배 이상 가사부담
여성에게 가중되는 부담, 경력 단절로 이어져 "유연근무 제도 확대 필요"
가사노동에 대한 대부분의 부담은 대체적으로 여성이 떠안고 있는게 현실이다.

[아웃소싱타임스 김지수 뉴스리포터] ‘허리를 숙인 채 청소기를 돌리면서도 온화한 미소를 품고 있는 여성’과 같은 장면은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모습이며, 어머니의 헌신은 당연한 것이자 여성의 미덕으로 여겨진다. 그리곤 뒤이어 가사노동은 여성이 하는 일임을 자연스럽게 상시 시킨다.

MZ세대에서 젠더갈등은 이전 세대와 다른 형태로 전개되며, 가장 갑론을박이 치열한 시사점이기도 하다. 젠더 갈등이 심하되면서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논란은 가사 노동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에는 가사노동은 더 이상 여자만의 몫이 아니라는 의견이 힘을 얻으며, 이전 세대보다 남녀간의 가사노동 분배가 균형을 맞춰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가사노동과 경제활동의 양립에 있어 여성들은 남성보다 선택권이 더 좁다는 의견들이 제기되면서 돌봄과 유연근무제 등 정책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는 여성이 가사노동 등으로 인해 경력단절을 겪고 이와 같은 현상이 곧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며, 돌봄 강화와 모성보호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 일 마치고 나면 집안일, 가사노동도 노동이다
37세 워킹맘 A씨는 오후 8시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장난감을 정리한다. 장난감을 다 정리한 다음엔 설거지, 빨래, 다림질 등의 밀린 집안일을 해치운다. A씨는 “회사 야근도 많은데 집에 와서 또 일하는 상황이 힘겹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워킹맘들의 상황이 A씨의 상황과 완전히 같진 않더라도 일과 육아, 가사노동을 병행하며 힘겨움을 느낀 경험은 워킹맘 모두가 겪어본 고충이다.

더군다나 A씨의 사례처럼 가사노동이 유독 한쪽에게만 쏠린다면 부부 사이의 갈등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최근 인천여성가족재단은 이러한 가사노동의 부담이 여성에게만 집중돼 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가족 돌봄에 있어 맞벌이 가정의 하루 평균 돌봄 시간은 여성 30.4분, 남성 9.6분으로 나타났다. 이어 맞벌이 가구의 여성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100.3분인데 반해, 남성의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23.0분에 불과했다. 

물론 남성들의 가사돌봄 참여는 이전 세대와 비교했을땐 점진적으로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2021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가계생산 위성계정’ 자료에 따르면, 무급 가사노동가치 구조에 대해 2004년 남성의 가사노동가치는 22.8%였던 데 비해 2019년 남성의 가사노동가치는 27.5%로 상승한 것.

이어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여성과 남성의 가사노동가치구조의 간격도 꾸준히 좁혀지고 있어 가사노동의 대부분을 여성이 떠안고 있었던 구조가 최근 들어 조금 완화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까지 깊어진 젠더 갈등의 골을 메우기엔 그 간격이 여전히 크게 벌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성의 무급 가사노동비율이 27.5%인데 반해 여성의 경우 3배에 가까운 72.5%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와같이 편중된 가사노동은 여성들의 경력단절과 고용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임에도 가사노동 시간은 여성이 남성보다 4배 이상 길며, 나아가 기혼 여성의 경우 결혼 5년 차까지 고용률이 꾸준한 하락세를 보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담긴 표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변화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 후 여성 고용률은 68.1%이지만, 결혼 5년 차에 들어서기까지 꾸준한 내림세를 보이다가 40.5%의 고용률 최저치를 기록한다. 이렇게 40.5%로 하락했던 여성의 고용률은 결혼 0년 차의 고용률을 회복하기까지 16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녀가 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기혼 여성보다 고용률이 더 낮았으며 이와 같은 현상은 자녀의 수가 많을수록 더욱 뚜렷이 나타났다. 

즉 여성은 결혼을 한 시간이 길수록 돌보아야 하는 자녀가 많을 수록 경제 전선에서 밀려나고 마는 것.  

반면 여성의 고용률은 결혼 여부와 연차에 따라 천차만별의 차이를 나타내지만, 남성의 고용률은 결혼 후에도 꾸준히 평균값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가사노동은 여자가, 경제활동은 남자가 해야된다는 고정적인 관념이 반영된 결과다. 문제는 이와 같은 가사노동의 분배나 여성의 경력단절 등이 자발적인 선택 보다는 비자발적인 차선택일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집에 사람이 있지 않은 이상 자녀를 돌보거나 가사를 살필 수 없는게 현재 우리나라 신혼 부부들이 마주한 현실이다. 출산을 하고자 하더라도 신생아를 돌봐줄 가족의 도움이 없다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어렵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은 아직까지 회사에서 '별난 놈' 취급 받기 일쑤고 여성은 출산 후 직장에서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곧 출산 계획을 갖고 있는 30대 B씨는 "요즘같은 상황에선 아이 낳기가 무섭다. 서로 집안일로도 갈등이 생기는데 육아까지 겹쳐지면 어떨지 막막하다"면서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당파 싸움을 이어가기 보다는 정부가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남녀 모두 일하면서 가사 일도 신경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경연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출산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고용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육아부담이 경제활동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연근무제도를 보다 다양화하여 도입·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육아와 일의 병행 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언급되어오며 여성의 사회적 진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성이 불가피한 출산으로 자리를 비우는 건 피할 수 없는 일. 다만 여성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초조해하지 않고 원래 있던 일터로 돌아올 수 있게 탄력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 때문에 부담을 느낀다면 이는 가정의 불화나 저출산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곧 생상노동인구의 감소로 이어지며 국가 동력 상실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8명 수준에 그치며 전 세계적으로 매우 심각한 상태다. 따라서 성차별을 해소하고 남녀 모두 가사노동과 경제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장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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