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33] 도쿄 올림픽이 우리에게 남긴 화두(話頭)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33] 도쿄 올림픽이 우리에게 남긴 화두(話頭)
  • 편집국
  • 승인 2021.08.17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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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2020년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을 일 년이나 연기하여 2021년에 개최하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 자체뿐만 아니라 참가국들 가운데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결국 올림픽 경기 사상 초유로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여 큰 문제 없이 마무리를 지은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이란 큰 대회를 치르다 보면 예상했던 비용보다 더 많이 지출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2016년 리우 올림픽의 경우에는 당초 예상한 140억 달러보다 많은 200억 달러를 썼고, 2012년 런던 올림픽도 원래 계획은 50억 달러였지만 실제 180억 달러를 썼다고 한다. 

이번 도쿄 올림픽도 일본이 올림픽 개최에 쏟아부은 돈은 당초 예상한 160억 달러(18조 4,000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불어난 400억 달러(46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번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일본은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보았지만, 올림픽 자체만으로 보면 여느 올림픽 대회와 마찬가지로 풍성한 결실을 거둔 대회였다. 

전 세계 205개국에서 출전한 1만 1천여 명의 선수들이 33개 종목에서 총 339개의 금메달을 놓고 17일간 경쟁을 벌였고, 역도, 수영, 육상, 사이클, 조정 등에서 세계 신기록이 25개나 쏟아졌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를 따서 당초 목표인 종합 순위 10위보다는  떨어지는 16위로 대회를 마쳤다. 

나는 이 대회가 우리에게 두 가지 화두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공평과 공정에 대한 생각이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은 처음 도입된 남녀 혼성전에서 김제덕 선수와 안산 선수가 첫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을 시작으로, 여자 양궁 단체전과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안산 선수가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걺으로써 총 4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놀라운 점은 여자 양궁 단체전이란 종목이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된 이래 단 한 번도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남자 양궁 단체전도 금메달을 획득하여 이 종목 올림픽 2연패를 이루었다.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고등학생인 김제덕 선수가 생애 첫 올림픽 출전에서 2관왕에 오르고, 대학생인 안산 선수 또한 첫 올림픽 출전이었지만 3관왕에 오른 것이다. 

이 어린 막내 선수들이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대한 양궁 협회의 선수 선발 방식 덕분이었다. 

나이, 경력, 이력 등을 무시하고 모든 선수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하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선수를 선발했기 때문에 17세, 20세의 어린 선수일지라도 자신의 실력으로 당당히 국제무대에 나설 수 있었고 훌륭한 결과를 이룰 수 있었다.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 우리는 환호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공평’과 ‘공정’은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그렇지만 대한 양궁 협회가 보여준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입증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이 주어진다면 이 사회에 제2의 김제덕과 안산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최선을 다한 노력에 대한 정당한 인정이다.
우리 사회는 늘 1등을 추구하며 달려왔다. 올림픽 경기에서도 동메달보다는 은메달, 은메달보다는 금메달을 선호하고, 메달을 따는 선수들을 위주로 관심을 보이고 조명을 비추어 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들을 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음을 보게 된다. 물론 메달을 딴 선수들의 노고와 희생에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지만, 비록 메달을 따지는 못했더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도 응원하고 감동을 하였다. 

여자 배구팀은 4위에 머물러 올림픽 메달 획득이 좌절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대회 전에 터진 학폭 사건으로 주축이 되는 선수가 빠지게 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8강 진출도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김연경을 주축으로 한 여자 배구 선수들은 일본, 도미니카, 터키 등 강호들을 연속으로 격파하며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환희와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이들은 올림픽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4개월 동안 일절 외출도 없이 오로지 훈련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경기 내내 그들의 절실함과 간절함 그리고 비장함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과 한마음이 되어 응원하고, 노메달에 그쳤지만 그들의 땀과 희생을 인정하고 박수를 보냈다.

럭비 대표팀이 올림픽 본선에 출전한 것이 우리나라에 럭비가 도입된 이후 98년 만에 처음이었다는 것을 이번 올림픽 대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 

비록 럭비 조별 리그 A조 경기에서 뉴질랜드 팀을 맞이하여 5대 50이라는 점수로 크게 패했지만, 세계 최강인 뉴질랜드 팀에게 우리나라 럭비 사상 최초로 득점을 했다는 것으로 그들은 환호하고 기뻐했다. 그 첫 득점은 그들이 흘린 땀과 노력에 대한 인정이고 보상이었기에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불모지와 같은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비록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우상혁 선수는 2.35m를 넘으며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고 한국 육상 트랙 및 필드 종목의 올림픽 최고 성적을 올렸다. 

환한 미소로 관중의 박수를 유도하는가 하면, 시기에 실패하더라도 ‘괜찮아’라고 소리치며 경기를 즐기는 우상혁 선수의 모습에 우리는 함께 손뼉 치며 응원했다.

우리나라는 4위에 오른 선수들이 12명이나 되어 BBC 보도로는 참가국 중 4번째로 4위 선수들이 많았다고 한다. BBC는 “4위는 황홀과 가슴앓이의 경계” “최다 4위 부문 상위권은 썩 달갑지 않은 순위”라고 표현했지만 우리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그리고 우리는 메달을 떠나서 그들이 흘렸을 땀과 눈물을 인정해 주어야만 한다.

고등학교 다닐 때 나도 ‘훈련’이라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특별 활동으로 가입한 태권도부원으로 전국 태권도 대회를 준비하면서 몇 달 동안을 방과 후에 남아 훈련받았다. 

물론 국가대표 선수들이 받는 훈련과는 비교조차 되지 못할 수준의 훈련이었지만, 모래주머니를 발에 차고 수없이 발차기를 할 때는 지옥 끝까지 갔다고 생각할 만큼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 국가 대표 선수들은 그것이 어떤 종목이었든지 이보다 몇 배 아니 몇십 배 더 힘들고 어려운 훈련을 이겨냈기 때문에 그들은 결과와 관계없이 인정받고 박수 받아야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우리는 이 사회가 스포츠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서 얼마나 공평한 기회를 주고 공정한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1등이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 흘린 땀과 눈물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된 인정과 성원을 보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비록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사회가 발전하고 변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중요한 업적 중 대부분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한 사람들이 이룬 것이다.” (데일 카네기)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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