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38]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오늘만 같아라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38]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오늘만 같아라
  • 편집국
  • 승인 2021.09.2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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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예부터 한가위에는 아무리 가난한 벽촌의 집안일지라도 쌀로 술을 빚고 기르던 닭도 잡아 찬을 만들고 온갖 과일을 풍성하게 차려 조상들께 차례를 드리며 그날 하루만이라도 배불리 먹고 즐겼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말이 나왔다. 우리의 일 년 365일이 매일매일 한가위처럼 풍요롭고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오늘은 민족 고유의 명절인 한가위다. 조선 시대에는 설날, 한식, 단오 그리고 한가위를 4대 명절로 지켜왔지만, 오늘날에는 한식과 단오가 명절에서 멀어지게 되면서 설날과 한가위만 명절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수확의 계절에 맞이하는 한가위는 풍요롭고 넉넉하고 풍성한 명절이다. 한가위란 명칭에서 ‘한’은 크다는 의미가 있으며, ‘가위’는 신라 시대 길쌈놀이(베짜기)인 ’가배’(嘉俳)에서 나온 말로 ‘가운데’라는 뜻이 있다. 

즉 8월의 한가운데 또는 가을의 가운데를 의미한다. 따라서 한가위란 말의 뜻은 8월 또는 가을의 한 가운데 있는 큰 날이란 의미가 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한가위를 추석(秋夕) 또는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부르는데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추석이란 말은 중추(仲秋)와 월석(月夕)이란 한자어에서 차용해온 글자로 이뤄졌다. 

한국세시풍속사전에 의하면 고대 중국인들이 추석 무렵을 중추 또는 월석이라고 했는데, 그 기원은 유교 오경의 하나인 예기(禮記)에 기록된 ‘조춘일 추석월’(朝春日 秋夕月)에서 왔다고 한다.

‘봄에는 아침 햇살이 좋고, 가을에는 저녁 달빛이 좋다’란 뜻으로 추석이란 글자에는 낭만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비록 한자어이긴 하지만 중국에서는 한가위를 뜻하는 말로 ‘중추절’(仲秋節) 또는 팔월절(八月節)이란 말을 쓰니까 추석이란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한자말이다.

외국에 살면서 가장 고국이 그리울 때는 추석과 같은 명절 때일 것이다. 특히 나이 들어 이민을 간 사람들은 한국에서 지내던 명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으로 명절 때만 되면 한국의 명절을 그리워하는 ‘명절 앓이’를 겪기도 한다. 

한국에서 며느리들이 명절 때만 되면 시댁에서 고된 명절 준비를 하는 바람에 명절 증후군을 앓는다는 것과는 결이 다른 명절에 대한 향수와 동경으로 겪게 되는 증후군이다.
 
한국에선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외국에선 같은 재료 구하기가 어려워 다른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면 한국에서 먹던 맛이 나질 않아 그리움만 더 부추기게 된다. 또한 추석 명절 때 먹던 풍성한 제철 과일들도 내가 살던 뉴질랜드는 계절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구하기가 어려워 명절 기분을 내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뉴질랜드에서는 음력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달력에 아예 음력 표시가 없어서 음력으로 쇠게 되는 명절은 일부러 날짜를 따져서 표시해 놓지 않으면 자칫하면 잊고 지나치기 쉽다. 

계절적으로도 안 맞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한국에서는 설날을 보통 1월 말이나 2월로 겨울에 맞이하게 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여름에 맞게 된다. 또한 가을에 맞는 추석도 뉴질랜드에서는 겨울 끝자락이나 초봄에 맞게 되니까 계절적으로도 명절 기분을 느낄 수가 없다.

또한 설날과 추석 명절을 한국에서는 여러 날을 연휴로 쉬게 되어 더욱 기다려지는 명절이기도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 그냥 평일에 불과하다. 그나마 한국 상점에서 상술로 ‘설날맞이’ 또는 ‘추석맞이’ 세일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지 않으면 그냥 모르고 지나치기도 하는 평범한 하루일 뿐이다.

그래도 이민 초창기에는 나름 명절 기분을 내보려고 이웃 한인 지인들을 불러 함께 음식도 해 먹고 윷놀이도 하곤 했었는데, 이민 생활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시들어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외국에서 태어난 손자들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칠 필요성을 느끼고 다시 명절을 따져서 지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 돌아와 여러 해 명절을 지내고 있지만, 이전에 내가 한국에서 지내던 명절 기분이 잘 나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감정이 무뎌진 것도 있겠지만, 아마도 명절의 가장 큰 기쁨인 가족들이 함께 모이질 못하는 탓이 큰 것 같다. 

내 직계 자녀들과 손자들은 모두 외국에 나가 있고, 내 손위 가족들은 모두 연로하셔서 거동이 불편하여 함께 모이기가 어렵기 때문에 아무리 맛있는 음식과 제철 과일로 풍성한 식탁을 차려도 함께 나눌 가족이 없으니 명절이 허전하고 쓸쓸할 수밖에 없다.

이번 명절은 토요일 및 일요일과 겹쳐 있어서 목요일과 금요일에 휴가를 내면 거의 열흘 가까이 쉴 수가 있게 됐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긴 연휴를 맞아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인파로 공항이 붐볐을 텐데 외국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자 국내 관광지로 눈을 돌리는 바람에 유명 관광지의 호텔 및 웬만한 숙박업소 예약이 모두 끝났다고 한다.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경기가 살아나는 좋은 점도 있지만, 혹시라도 타지인들로 인해 코로나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있으니 모두 조심할 일이다.

관광지로 향하거나 또는 고향을 찾는 사람들로 이동량이 많아져 오랜만에 고속도로 여러 구간이 정체되고 재래시장과 동네 마트가 모처럼 붐비는 걸 보면 그래도 역시 명절은 명절이다. 

명절에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미풍양속으로 가족 친지 그리고 알고 지내는 지인들과 선물을 주고받는 것도 좋지만, 그늘진 곳에 홀로 지내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눈을 돌려 보는 것도 의미 있는 명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옛 조상들이 없는 살림에도 술도 빚고 음식도 풍족히 장만하여 이웃과 정을 나누며, 하루라도 근심 걱정을 잊고 마음만은 풍족하고 기쁜 하루를 보냈듯이 우리도 하루하루를 한가위와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하루를 마칠 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할 수 있다면 오늘 하루를 잘 산 것이고, 그런 하루가 모이면 우리 인생도 잘 산 삶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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