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목돈 포기할래요” 청년·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줄줄이 중도해지
[이슈] “목돈 포기할래요” 청년·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줄줄이 중도해지
  • 김민서 기자
  • 승인 2021.10.26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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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돈마련 꿈꾸며 가입한 청년 재직자 62만명 넘어 
규정 악용한 사업주 늘자 4명 중 한명 ‘중도해지’ 신청
직장갑질로 내일채움공제 해지해도 보복할까 신고 못해
청년·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를 가입한 뒤 직장갑질에 시달려 고통받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김민서 뉴스리포터] 중소기업 청년재직자들 사이에서 ‘내일채움공제’ 제도로 고통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의 문제와 목돈마련의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재직 청년을 지원해 중소기업 장기재직을 장려하고자 마련된 내일채움공제가 청년들의 발목을 잡는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이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재 정부에서 운영 중인 ‘내일채움공제’ 사업 중 청년층만 대상으로 운영되는 제도는 고용노동부 주관인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중기부 주관인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로 나뉜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2년간 300만원을 적립하면 기업·정부가 불입한 금액에 이자 수익을 합해 총 1200만원 이상의 공제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첫 시행인 2016년 당시 2,3년형으로 나눠 운영했으나 2021년부터 2년형으로 통합됐다.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에 6개월 이상 근무한 청년재직자가 5년간 720만원을 적립하면 기업·정부가 불입한 금액에 이자 수익을 합해 총 3000만원 이상의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제도다. 

출범 당시 청년들의 목돈 마련의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도리어 중소기업에 ‘갑질 무기’를 쥐어준 셈이라며 비판이 잇따르는 데는 엉성한 감시 제도에서 기인한다.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2년간 재직을 해야하는데 이를 악용한 사업주들의 갑질이 있어도 감시하고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기 떄문이다.

갑질의 피해를 받으면서도 청년층은 행여 불이익을 당할까 쉽게 신고조차 하지 못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것. 결국 이를 버티지 못하고 청년공제제도 자체를 중도해지하는 청년층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 목돈마련 꿈 꿨는데...중도해지 후 이직 결심해
청년내일채움공제제도는 중소기업 재직 청년들에게 목돈마련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청년 재직자뿐만 아니라 정부, 기업에서도 일정 금액을 납부해 만기 시 재직자가 실제 납부 금액의 3~4배 가량의 수령액을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목돈 마련의 기대를 품고 청년·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 제도에 가입한 청년층은 총 62만 4509명에 달한다.

직장갑질119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내일채움공제 누적 가입자는 ▲청년내일채움공제 47만 9336명(2016년~2021년 7월, 2,3년형 통합)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12만 5173명(2018년~2021년 7월)로 나타났다. 그러나 목돈 마련을 포기하고 청년 4명 중 한 명은 중도해지를 신청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며 청년내일채움공제를 둘러싼 논란이 점화됐다.

직장갑질119가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에게 제출받은 자료와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청년·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 제도에 가입한 청년 62만 4509명 중 13만 9443명이 중도해지를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자 중 중도해지를 신청한 청년은 총 11만 2090명이었으며 이중 8만 770명은 ‘자발적 이직’으로 중도해지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발적 이직의 경우 재가입이 불가능하며 목돈마련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이직을 결심한 것. 물론 그 사유를 단순한 개인 선택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일각에서는 청년들이 자발적 이직을 선택한 데 직장 갑질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거나 대기업에 취직한 게 아니라면 청년 10명 중 7명이 1200만원 이상을 포기하고 회사를 떠날 이유가 없다“며 자발적 이직 배경에 기업의 문제점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도해지자는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제도 첫 시행년도인 ▲2018년 298명 ▲2019년 6936명 ▲2020년 1만 1381명 ▲2021년 8월 기준 8738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 및 중도해지자 인원수 현황 자료 (제공=직장갑질119)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 및 중도해지자 인원수 현황 자료 (제공=직장갑질119)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 중도해지자 현황 (제공=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청년층 불만 쏟아지는데 기업은 ‘만족’ 반응 엇갈려
직장갑질119와 일부 전문가들은 청년내일채움공제 중도해지 사유의 70%를 차지하는 ‘자발적 이직’에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이 상당수 포함돼있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았다. 중도해지 사유가 ‘권고사직’이나 ‘직장 내 괴롭힘’일 경우 기업순지원금, 일자리안정자금,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없고, 내일채움공제 가입 불가 등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에 기업 측에서 이를 자발적 이직으로 신고한 것 아니냐는 의문점을 제기한 것.

해당 단체가 이와 같은 의구심을 품은 데는 단체에 신고된 직장 갑질 사례와 기업의 만족도 사이에서 나타는 괴리감에서 비롯됐다. 청년층은 청년 공제제도로 인해 갑질을 경험했다며 직장갑질119에 제보한 사례는 총 34건에 달하는 데, 기업이 갑질이나 성희롱 등의 이유로 중도해지를 신청한 것은 불과 13건 남짓이기 때문이다.  

즉 청년층이 경험한 공제제도로 인한 갑질과 기업이 주장하는 갑질 사이에서 3배 가량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

직장갑질119는 제보받은 사례 중 직장갑질을 회사에 신고한 후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퇴사를 권유받은 사례도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에 대한 시정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사례 제보자인 A씨는 ”얼마 전 상사가 나에 대한 왜곡된 말을 하고, 나를 차별해 회사에 이 부분을 신고한 바 있다. 그런데 회사 임원은 이를 조사하기는커녕 나에게 당장 그만두거나 부서를 옮기라고 화를 냈다“고 답했다. 

이어 A씨는 ”퇴사권유 사유로는 업무성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내일채움공제도 있어 그만두기는 힘들 것 같다고 전달했더니 임원이 사장은 당장 해고해도 상관없다고 했다“며 ”그런 정신머리로 무슨 일을 하나면서 ‘정말 무서운 애다, 싸가지가 없다’며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해고를 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청년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반면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기업 10곳 중 9곳 이상이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여 기업과 근로자 간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 가입기업 612개사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조사 결과 응답기업 91%가 공제사업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또 청년 근로자 장기 재직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85.8%, 기업 경영성과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73.4%로 집계됐다. 

청년층이 공제제대로 겪은 갑질 신고가 해마다 늘고 있는 반면 기업들의 만족도는 높아 근로자들의 피해 사실을 증명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불거지고 있다.

직장갑질119 '내일채움공제' 관련 제보메일 분석 자료 (제공=직장갑질19)

■내일채움공제 장기적 효과 보려면 제도 개선 필요해 
직장갑질을 겪었던 사례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내일채움공제가 장기적으로 청년들과 기업의 만족도를 이끌어내기 위해 개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웅래 의원은 "청년들의 희망이어야 할 내일채움공제가 오히려 고통과 절망을 주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정책의 부작용이다“며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당사자에게 와닿지 않는 정책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직장갑질119 전은주 노무사는 “청년내일채움공제의 경우 5년 동안 11만 명, 매년 2만 명 이상이 중도해지를 하고 있는데 청년들이 목돈을 포기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며 “중도해지를 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불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청년을 돕는 제도가 아닌 중소기업이 청년재직자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자리잡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인력난도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시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 마련의 본질은 청년층과 중소기업의 상생도모다. 청년층의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되고 있다는 부작용이 발생하며 현재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형성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층을 갑질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급선무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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