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고객경험 극대화와 H2H(Human to Human) 비즈니스
[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고객경험 극대화와 H2H(Human to Human) 비즈니스
  • 편집국
  • 승인 2021.10.2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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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전세계의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충격, 경기불황 장기화, 라이프스타일과 소비습관 변화, 디지털 전환(DX) 등 정신없이 몰아치는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 특히 소매 업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 특히 리테일(소매)업계는 디지털 기술과 코로나19가 가속화시킨 언택트 문화의 확산, 경기불황 장기화, 소비습관 변화로 큰 혼란에 빠졌다. 이런 혼란의 시대에 경영과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는 이런 상황을 '리테일 4.0'으로 규정했다.

●리테일 4.0시대에는 디지털 기술과 온·오프라인 융합 전략으로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라

오랫동안 소매업 성공의 절대원칙으로 여겨졌던 ‘입지’와 ‘상품구색’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얼마전까지 소매업은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였다. 또 얼마나 다양한 상품을 구비하고 있는지가 사업의 성패를 갈랐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산업 전반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견인하면서 리테일 4.0 시대는 시작됐다. 이에 맞춰 리테일 업(業)의 의미를 다시 확인하고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리테일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온·오프라인을 융합해야 한다며, 리테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10가지 새로운 법칙을 말하고 있다.

리테일의 새로운 법칙은 △보이지 말라(Be Invisible), △원활하게 하라(Be Seamless) △명소가 되라(Be a Destination) △충성도를 높여라(Be Loyal) △개인화하라(Be Personal) △큐레이터가 되라(Be a Curator) △인간 중심이 되라(Be Human) △한계를 극복하라(Be Boundless)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라(Be Exponential) △대담해져라(Be Brave) 이다.

코틀러는 “리테일 4.0시대에는 디지털 기술과 온·오프라인 융합 전략으로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라”며, 전통적인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의 융합을 시도하는 과정의 도전과제들, 그리고 10가지 법칙 가운데 특히 '사람 간 거래'와 '고객 경험'이 중요하다며 'H2H(Human to human)'라는 폭넓은 개념에 주목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아마존 고가 우리가 눈여겨보고 영감을 얻어야 하는 사례라면, 소매 업체가 피해야 할 사례도 있다. 바로 깊이 있는 분석 없이 무조건 기술적 진보만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기술적 솔루션은 고객의 실질적 필요에 부응하고 쇼핑 경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만 고안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뉴노멀시대에는 B2B, B2C 개념의 구분도 큰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H2H'에 주목해야 한다. 리테일 4.0 시대, 기업은 그동안 시장을 지배했던 사고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생존전략을 찾아야 한다.

●H2H는 2022년 10대트렌드의 하나인 “라이크커머스”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2022년의 10대트렌드의 하나로 “Actualizing Consumer Power-'Like Commerce' 라이크커머스; 좋아하면 산다”를 선정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2』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각종 SNS의 발달과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탄생이 '상시' 쇼핑 시대를 열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좋아하는 게 보이면 그냥 눌러서 사는 것이다. 크리에이터가 팔로워의 '좋아요(like)'를 기반으로 수요를 확보한 후, 제조 전문업체에 제조를 위탁하고 물류 전문업체를 이용해 유통을 해결한다. 

이렇듯 '좋아요'에서 출발하는 소비자 주도 유통과정을 '라이크커머스'라고 명명한다. 초기 인플루언서들이 기성제품의 '판매'에만 집중하던 '세포마켓' 트렌드가 진화한, 세포마켓2.0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서울대 소비트랜드 분석센터는 라이크커머스의 3대 비즈니스 모델로 “개인의 비즈니스 기획: C2C 모델”, “자사몰에서 직접 판매: D2C모델”, “소비자들과의 접점 확보: H2H 모델”를 제시했다.

먼저, 개인이 비즈니스 기획하는 C2C 모델은 세포마켓 인플루언서들이 한 번 더 도약을 한 형태가 바로 C2C 모델의 라이크커머스다. 이전까지 인플루언서들은 유명세와 사회적 영향력에 힘입어 상품을 상거래 목적의 매입한 뒤, 단순 리뷰를 하거나 홍보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 판매했다. 

하지만 이제는 제품을 직접 제작하고, 기획하고, 유통하고, 홍보하면서 그 외연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 직접 상품을 제조해 온라인으로 판매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제조· 유통 비용과 재고 부담 문제다. 

이런 걸림돌을 제거하기위해, 필요한 자금확보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았다. 이들의 성장에 발맞춰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이 활성화되고, 개인 비즈니스를 도와주는 다양한 기업들이 등장해 라이크커머스의 생태계(eco-system)가 형성되고 있다. 

둘째, '자사몰'에서 직접 판매하는 D2C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마존, 알리바바, 쿠팡등 대형 플랫폼사가 등장하기 이전에 제조사는 자사몰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행동 데이터를 수집하여 신제품을 개발과 마케팅에 활용했었다. 
하지만 대형 플랫폼사를 통한 유통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일인십색’의 MZ세대의 필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개인화 마케팅'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중간 유통의 수수료가 과다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수익성은 점점 떨어지게 되었다. D2C모델은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고객들에게 자체 브랜드 경험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러한 장점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D2C 모델, 특히 온라인 자사몰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19 사태는 미국에서 D2C 트렌드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쇼피파이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40%는 이제 아마존이나 월마트를 거치지 않고 브랜드나 제조사에서 직접 구매하며, 나아가 2022년 미국 D2C 고객 수가 전체 인구의 30%에 해당하는 1억3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H2H 비즈니스 모델은 소비자와의 접점 확보를 강조하는 모델

마지막으로 H2H 모델은 “소비자들의 선호가 모이면 큰 힘을 가진 집단이 된다”며 소비자와의 접점 확보를 강조하는 모델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소위 'H2H 비즈니스 모델'로서, 소비자 선호를 중심으로 제조사와 소비자를 연결하거나 개별 소비자들을 모아준다. 

H2H 모델에는 ①소셜 펀딩처럼 수요가 발생하면 그때부터 상품을 제작하는 온디맨드(on-demand) 형 방법을 추구하거나, ②하나의 소비자 선호 카테고리에 집중해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거나, ③제품 혹은 서비스 개발 단계에서 다양한 소비자들의 '좋아요'를 직접 수집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와디즈에서 사용하는 '메이커'나 '서포터'라는 명칭에서 엿볼 수 있듯, 생산자와 구매자의 관계도 기존과 달리 구매자가 아니라 후원자 개념에 기반한다. 

서포터들은 제품에 펀딩할 뿐만 아니라 응원 댓글을 남기기도 하고 SNS에서 제품 페이지를 공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제품의 탄생 배경을 이해하고 브랜드의 철학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지명도가 낮은 인디 브랜드의 경우 제품 론칭 시점에서부터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에 큰 힘이 된다. 

●H2H 모델을 지원하는 크라우드 펀딩과 제조· 물류· 운영 비즈니스 파트너사 등장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은 아이디어나 제품이 있는 사람이 대중의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거나 수익을 내는 크라우드 펀딩이다. 수익금으로 시제품(서비스) 단계의 제품을 발전시켜 리워드로 제공하는 형태부터, 수익금의 전액 또는 일부를 기부하는 형태까지 다양한 형태의 크라우드펀딩이 이에 포함된다. 

제작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소개하고 실현화 시켜보는 경험을 할 수 있고, 후원자들은 세상에 없던 참신한 제품 또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다양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다. 또한 크라우드 펀딩은 누구나 참여, 소통이 가능하기에 차별없이 참여하며 자신이 펀딩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언제든지 물어보고 응원할 수 있다. 

제작자 또한 자신이 제작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개방적으로 소통하기에 타 온라인 플랫폼보다 참여자간의 거리가 가깝다. 이를 통해 제작자와 후원자 모두 함께 꿈꾸는 세상을 만드는데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

제조· 물류· 운영 등 개인들의 비즈니스 전 과정에 기여하는 파트너사들도 늘고 있다. 제조에서는. 제조업자 개발생산 또는 제조업자 설계생산인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기업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제조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해 유통업체에 공급하고, 유통업체는 자사에 맞는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유통에 핵심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인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과 구별된다.

즉, 주문자가 건네 준 설계도에 따라 단순히 생산만 하는 OEM 방식과는 달리, 판매업자가 요구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해서 납품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ODM 판매 방식은 이미 경쟁기업에서 기존 고객층을 확보한 시장에서도 매출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자의 경우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 또 주문자는 제품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생산원가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화장품 제조업체들의 ODM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최소 주문 수량(MOQ, Minimum Order Quantity)을 낮춘 전략이 한몫 했다. 기존 대기업 브랜드의 ODM 제품은 1만 개 단위로 생산하지만, SNS 인플루언서와 같은 1인 기업 브랜드에게는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을 적용했다. 

코스맥스의 마이크로 브랜드 론칭 수량은 1,000개 부터도 가능하다고 한다. 개인 화장품 브랜드를 ODM으로 생산하는 일은 제품 개발 및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따라서 신규 브랜드를 론칭한 인플루언서는 상대적으로 판매와 마케팅에 주력하고, 기획· 개발과 제조는 ODM 기업에서 담당하여 제조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2』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물류에서는 상품의 입고, 검수· 검품, 재고 관리, 풀필먼트, 고객 배송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서비스는 일반화되었다. 특히, 뷰티, 패션, 전자, 일용잡화 상품 외에도 신선식품군까지 모든 상품군의 소규모의 셀러들을 위한 물류서비스 상품이 확대되고 있다. 
 
이들 전문 업체들이 물류 업무를 대신해주면서, H2H모델의 사업자들은 재고 정확성을 높이거나, 불량 반품을 줄이는 등의 노력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본연의 고객취향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일에 전담하면서 비즈니스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다.

●물류 과정에서도 H2H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하는 맞춤물류가 필요하다

동일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모이고, 취향별 맞춤상품과 서비스는 점차 각광을 받을 것이다. 취향을 모으면 수익은 자연스레 뒤따라온다.

개인 중심의 온디멘드 트랜드는 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취향이 모아지면 자연스레 H2H의 취향맞춤형 커머스가 등장할 것이다. 특히 모바일의 개인성· 휴대성· 이동성· 확장성· 접근성은 취향별 맞춤상품과 서비스를 부추길 것이다.

앞으로의 물류의 모습은 개인들의 취향들이 모이고, 이들의 다양한 주문 형태, 주문 상품과 고객 니즈를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주문-접수-풀필먼트-출고-배달 전과정에서 리얼타임으로 정보의 동시성(Synchronism)을 강화해 당사자간 격차를 최소화할 것이다. 

또한 개·개인별에서 취향별로 모인 소규모 집단에게도 적시(適時), 적소(適所), 적량(適量)과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 ‘취향별 맞춤’ 물류서비스가 요구될 것이다.

디지털 경제가 제공하는 ICT는 빅데이터, 스몰데이터, 디프(Deep)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고객 정보를 더 정밀하게 수집하고, 분석하고 가공하여, 개별고객을 취향별로 집단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물류서비스도 생산자중심서비스에서 소비자 중심서비스로, 여기서 소규모로 파편화된 고객의 취향을 모으고 이들 취향에 딱 맞는 상품과 서비스, 특히 ‘취향별 맞춤 물류서비스’가 고객들에게 ‘차별화’의 가장 큰 요소가 될 것이다. 

이상근(ceo@sylogis.co.kr)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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