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건보공단, 왜 기회보다 결과의 평등에 초점 맞췄나
[취재수첩] 건보공단, 왜 기회보다 결과의 평등에 초점 맞췄나
  • 김민서 기자
  • 승인 2021.10.26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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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1600명 콜센터 직원 소속기관으로 직접고용
민간위탁의 자체를 ‘악’으로 규정짓는 결정...아쉬움 남겨

[아웃소싱타임스 김민서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콜센터 직원 직접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소속기관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콜센터 직원 고용 문제를 두고 결국 노조의 요구에 공단이 한 풀 꺾인 모양새다. 

문제는 이번 건보공단의 직접고용 문제가 단순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 건보공단의 콜센터 노조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할 때부터 논란에 일었던 중심은 이들 노동자들의 고용형태를 비정규직으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맹점만 따지고 보자면 이들은 엄연히 민간위탁 기업의 정규직에 속한다. 당연히 민간위탁 받아 도급 업무를 행한 컨텍센터 기업의 입장에선 이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 기존 공단의 정규직 직원들도 도리어 정규직 직원과 구직 지원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반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8개월 넘게 콜센터 노조원들의 직접고용 요구가 이어지자 결국 공단은 준공공기관을 설립해 이들을 직고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컨택센터 업계는 건보공단의 결정에 아쉬움을 남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사업 영역이 대폭 축소될 것이 자명할뿐더러 콜센터 노동자의 고용불안 및 처우문제가 결국 민간위탁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노조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격인 탓이다. 

수 많은 노조원들이 정규직전환 및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의 요구는 공공기관에 직접고용만 된다면, 정규직 전환만 된다면 모든 고용불안과 차별적인 복리후생 문제가 해결 될 것이라는 만연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많은 사례를 통해 목도한 것처럼 실상은 이와 다르다. 자회사를 설립해 용역 근로자들을 고용한 경우에서도 여전히 차별적인 복리후생은 존재했고 유의미한 임금 변화를 찾기보다는 도리어 이전보다 못해졌다며 반발하는 근로자들의 시위가 대거 발생하지 않았던가. 건보공단 또한 소속기관을 설립해 민간위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겠다고 했으나 그 비용은 기존에 운영되던 용역비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간위탁 기업의 자리에 소속기관이 들어설 뿐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규직 전환이나 직접고용이 허울은 좋으나 근로자 처우 개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민간 기업과 중소기업의 자리만 빼앗기는 상황을 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단의 결정은 산업 전반에 빠르게 퍼질 것으로 보인다. 여러 공공기관의 노조원들이 건보공단의 사례를 들어 자회사가 아닌 소속기관 직접고용을 요구할 것이고 처우 개선 등을 꿈꾸며 민간 위탁 노동자나 파견 근로자들이 더 맹렬하게 정규직 전환을 촉구할 것이다. 

처음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가시화 됐을 때부터, 아니 훨씬 그 이전부터 컨택센터 산업을 비롯한 아웃소싱 기업들은 근로자 처우 개선의 문제가 불합리한 입찰 계약 구조와 제한적인 파견법에 있다고 지적해왔다. 

철저하게 ‘을’의 입장에 놓인 아웃소싱 기업들이 소속 근로자들을 위한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문제 등을 해결코자 한다면 ‘갑’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즉 갑사인 사용자들이 원가 절감 등 무리한 요구 대신 충분한 근로자 복지 대책을 내놓는다면 민간위탁을 통한 전문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근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파견, 용역, 도급계약을 통해 파생되는 근로자들의 문제가 그 산업 자체에 있다고 매도하기 일쑤다. 

콜센터와 같은 민간위탁이 주로 이뤄지는 업종의 처우문제 등은 원가절감 등 원청업체의 무리한 요구만 완화되어도 근로자들의 처우를 충분히 개선할 여지가 있다. 특히 콜센터의 경우 초기구축비용이 상당 수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국민 세금을 충분히 절약할 수 있음에도 ‘명패’에만 집중한 나머지 호미로 막을 문제를 가래로 막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의 도입과 뉴노멀 시대 진입 등으로 글로벌 시장은 유연한 노동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경연 등은 우리나라의 노동 정책이 세계적인 기조를 역행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및 직접고용 정책이 지금의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기업의 생산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정녕 없는 것인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시 한 번 검토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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