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46] 편리한 세상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46] 편리한 세상
  • 편집국
  • 승인 2021.11.16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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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얼마 전 우리 집에 신통하고 기특한 녀석(?)이 들어왔다. 아내가 상조회에 가입했더니 사은품으로 보내온 로봇 청소기다. 손에 익숙한 전자 제품을 선호하시고 새로운 제품은 마뜩잖아하시는 장모님의 마음마저 사로잡은 녀석이다. 

집에 진공청소기가 있지만, 유선이라 방마다 청소하려면 일일이 끌고 다니며 전원 연결을 해야 한다. 바퀴가 달려 있다 하더라도 끌고 다니면서 청소하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힘도 든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없을 때 장모님은 진공청소기보다는 손잡이가 길어서 구부리지 않고 쓸 수 있는 목이 기다란 빗자루로 집안 먼지를 쓸어 담으신다. 

매일 청소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빗자루로 쓸 때마다 먼지가 나오는 걸 보면 사람이 들고나며 뭍이고 오는 먼지가 보이진 않아도 상당한 것 같다.

빗자루나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없앤 후 물걸레질을 한다. 물론 옛날 우리 어머님이 하셨던 것처럼 무릎으로 기어 다니며 물걸레질을 하진 않고 전기 물걸레 청소기를 이용해 닦아 내지만 이것도 작동하려면 제법 힘이 필요하다. 

그런데 새로 들어온 로봇 청소기는 먼지를 쓸어 담는 것뿐만 아니라 물걸레질까지 한꺼번에 해주니 좋고, 작동만 시켜 놓으면 스스로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알아서 청소해주니 얼마나 기특하고 편리한지 모르겠다. 

세상은 점점 더 편리함을 추구하며 발전해 나간다. 소파에 발 쭉 뻗고 길게 누워 리모컨으로 TV를 조정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젠 리모컨을 찾아 누를 필요도 없이 말로 명령하면 텔레비전이 알아듣고 채널을 바꿔준다. 

리모컨에 익숙해 있는 아이들은 리모컨이 없었던 시절에 TV로 가서 스위치를 켜고, 채널을 바꿀 때마다 일일이 TV에 부착되어 있던 채널 스위치를 돌려야 했던 때가 있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불편하게 살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마치 보릿고개를 넘기며 쌀이 없어 밥을 지어 먹지 못했다고 하면, 라면이라도 끓여 먹지 그랬냐고 하는 아이들처럼 말이다. 

이렇게 같은 세상에 살아도 세대 간에 이해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세상은 편리함을 추구하며 변하고 있다. 전화기만 해도 그렇다. 유선 전화기에서 무선 전화기로 바뀌었을 때도 신기했었는데, 지금은 내남없이 개인적으로 휴대전화를 지니고 있다.

우리 집의 경우 집 전화기를 없앤 지가 1년이 조금 넘은 것 같다. 올해 95세가 되신 장인어른은 이전에 사업하실 때부터 휴대폰을 써 오셨기 때문에 지금도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계시고 (폴더폰을 사용하시다가 몇 해 전 스마트폰으로 바꾸셨다), 우리 부부도 각자 휴대전화가 있지만, 올해 90세가 되신 장모님은 휴대전화 없이 여전히 집 유선 전화를 이용하고 계셨다. 

그러다가 작년에 인터넷 통신사를 바꾸게 되어 집 전화를 정지시키면서 장모님께 개인 휴대전화를 장만해 드렸다. 처음에는 전화 올 사람도 없고 자주 쓸 일도 없는데 필요 없다고 하시더니 시나브로 휴대전화의 편리함에 빠지기 시작하셨다. 

연세가 많으시니까 일일이 전화번호를 누르는 게 어려우시기 때문에 전화번호부 책에 기록된 친척과 이웃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단축 다이얼로 저장해 드렸다. 

그리고 사용법을 가르쳐 드리고 직접 통화하셔서 전화번호를 알려주라고 했더니 전화를 거시는 목소리에 생기와 자랑이 담겨 있다. 하긴 90 평생 처음으로 당신 이름으로 된 휴대전화를 갖게 되셨으니 얼마나 자랑하고 싶으셨겠는가! 

유선 전화를 사용할 때는 전화가 올 때마다 불편한 몸을 움직여 전화기로 가서 전화를 받으셨고, 전화기가 거실 텔레비전 옆에 있다 보니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통화하는 것도 애를 먹으셨는데, 이젠 편하게 앉은 자리에서 전화를 받으시고, 소리가 시끄러우면 방에 들어가 통화하시면서 누구보다 휴대전화의 편리함을 누리고 계시다. 

무엇보다도 유선 전화를 사용할 때는 부산에 있는 동생이나 조카에게 전화하는 것도 시외 전화 요금 걱정에 자주 하지 못하셨지만, 휴대전화는 월정액만 내면 전국 어디나 무료로 통화할 수 있으니 거의 매일 한두 통씩 전화하시면서 더 우애가 돈독해지시는 것 같다. 

휴대전화와 같은 전자 기기가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심한 디지털 불평등을 낳고 있다.

얼마 전의 일이었다. 내가 매일 다니는 호텔 온천탕에 갔더니 입구에서 어르신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대고 계셨다. 코로나 예방 지침으로 온천탕은 코로나 백신 접종에 대한 확인을 할 수 있는 사람만 출입할 수 있게 되었는데, 어르신들이 QR 코드를 통한 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을 하실 줄 모르기 때문이었다. 

휴대전화는 다들 갖고 있지만, 전화를 걸고 받는 게 전부이지 제대로 스마트폰 기능을 사용하지 못해 QR 코드를 어떻게 만드는지 또한 어떻게 백신 접종 증명을 받을 수 있는지 몰라 애꿎은 프런트 직원과 실랑이만 하고 계셨다. 

할 수 없이 탕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나와 일일이 어르신들의 휴대전화에다 앱을 설치하고 백신 접종 증명 확인서를 받아 주고 있었다. 

휴대전화가 없거나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면 직접 본인이 보건소까지 가서 백신 접종 증명서나 스티커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활용할 수 있으면 굳지 보건소까지 갈 필요 없이 QR 코드를 통해 백신 접종 증명을 할 수 있어 편리하다.

출입 명부 작성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QR 코드를 찍기만 하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일일이 손으로 써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세상이 발전해 가면서 더 편리해 지지만,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좇아가는 사람들에게만 편리한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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