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ESG와 자원 선순환
[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ESG와 자원 선순환
  • 편집국
  • 승인 2021.11.2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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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ESG는 개별국가와 산업 차원을 넘어 생존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필수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까지 직접적인 타격은 미미하지만 ESG를 외면하는 기업은 미래의 생존이 어렵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ESG 경영에 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ESG 경영의 실천 정도가 기준이 되어 투자자나 고객이 ‘좋은 기업’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ESG가 외부 투자, 주가 등 기업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SG경영은 MZ세대의 등장과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팬데믹 등 급속한 경영환경의 변화로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이 공급망 전과정에서 ESG 이슈가 발생되면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저하되는 등 리스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리스크 헷지(Hedge)를 위해 공급망 내 협력업체들에게 ESG에 관련된 사항들을 요구하고 있는 추세이다

MZ세대 소비자들은 내가 구매하는 상품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떻게 유통되고 어떤 물류과정을 거쳐 나에게 오는지, 그리고 그 상품의 제조, 유통, 판매, 물류 기업의 이념과 가치관, 사회·환경적 책임까지도 상품 선택의 요인으로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ESG경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기업은 단순히 이윤 추구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닌 고객, 노동자, 지역 사회 등의 이해관계자와 환경, 감염병 등 인류 공통의 문제까지 고려해 경영활동을 해야함을 의미한다.

◆ESG 경영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활동 중 90% 이상이 환경(E)에 쏠려 있다. 
사회 책임(S)은 그동안 해 왔던 CSR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고 있고, 지배 구조(G) 개선은 아주 소극적이다. 특히 제조기업에게는 ESG 중 E가 돈과 직결되는 문제다.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 2026년에 전면 시행할 예정인 ‘탄소(국경)세’ 때문이다. 

EU는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전기, 비료 등 품목에 ‘탄소세’를 우선 도입한다. 기업이 이들 품목을 EU에 수출하려면 탄소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품목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모든 수출 품목에 탄소세가 부과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철강과 석유화학 기업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기업은 그만큼 탄소세 부담이 커진다. 탄소 중립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밖에 없고, ESG 중에서도 환경(E)은 사회나 국가, 지구촌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 자신을 위해서라도 해야 한다. 탄소세를 내든 탄소 절감에 돈을 쓰든 결국 기업에서는 돈이 나간다. 

우리나라 기업의 EU의 탄소국경세 부과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이산화탄소 톤당 30유로(약 36달러)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는 연간 10억 6100만 달러(약 1조 200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관세 외에도 상품가격의 약 1.6% 추가를 부과되는 셈이다. 기업이 탄소 발생 절감에 투자하지 않으면 결국 탄소세를 계속 추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탄소세는 이미 EU 회원국과 영국에서 도입하고 있거나 계획 중이다. 미국도 탄소 국경세를 도입할 것이고 중국도 그럴 것이다. 전 세계가 기본적으로 탄소세를 부과하고, 국경을 넘는 모든 수출에 부과되는 상황은 가시화되고 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계속 탄소세를 내는 것보다,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다. 전통적 제조업에 해당되는 국내 기업들에게 닥친 탄소세 위기는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될 생존의 문제다.

◆환경(Environment)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제조기업이 ‘탄소세’가 ESG와 직결되는 문제이지만, 지속가능 경영에서 제조업뿐만 아니라 유통기업들은 ESG 중 ‘환경(E)’이 ‘사회(S)’이나 ‘지배구조(G)’에 비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서울대 소비트랜드분석센터는 「트렌드코리아 2019」에서 친환경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에 들어가는 환경 부담을 제로로 만드는 ‘필(必)환경 Green Survival’을 화두로 던졌다. 이는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지구의 전 생명체를 위한 것이다.

친환경(Eco-friendly)에서 필환경 트랜드로 전환하는 시대에 기업은 환경과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선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수 있다. 상품 하나를 구매할 때에도 생산 과정, 포장, 유통, 물류과정 등이 친환경적인지 꼼꼼히 체크하는 MZ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며 친환경 트랜드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친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은 소비자 직접 행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이 대표적이다. 유통매장에서 물건을 산 후 포장된 플라스틱과 비닐을 모두 매장에 버리고 오는 캠페인 활동이다. 이는 품질 보존과 무관한 과잉 포장이 얼마나 많은지 눈으로 확인하고,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에게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와 프리사이클링(Precycling)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함께 기업들의 친환경 캠페인도 확대되는 추세다. 제로 웨이스트는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은 재활용하자는 운동이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재활용 이전에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자는 뜻인 프리사이클링이다.

패션에서도 환경과 자원을 생각하는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 바람이 거세다. 새 활용을 의미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재활용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며 제품을 리디자인(Redesign)한다. 단순히 폐기물을 재사용하는 리사이클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해 친환경 제품으로 리디자인 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통기업의 ESG는 ‘자원 선순환’ 등 친환경의 착한소비 문화에 관심이 많다. 
MZ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며 친환경 트랜드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선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즉시 외면 받는 유통기업은 환경부문 ESG에서 ‘자원 선순환’에 관심이 높다. 

롯데쇼핑의 ESG 브랜드는 ‘리얼스(RE:EARTH)’다. 롯데마트 친환경 캠페인 브랜드에서 출발, 롯데쇼핑 전체 ESG 캠페인 활동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확대 운영된다. 더불어 ESG 활동을 구체화하는 5대 프로젝트인 리얼스(RE:EARTH), 리너지(RE:NERGY), 리유즈(RE:USE), 리조이스(RE:JOICE), 리바이브(RE:VIVE)라는 ‘5 RE’ 프로젝트를 올해 발표했다. 

이중 ‘리유즈’는 소비자에게 폐기물 감축 활동 참여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롯데쇼핑은 중고 비즈니스 선순환 모델을 지원하고 중고 거래 활성화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지분 투자에 참여한 중고나라 및 다른 온라인 플랫폼과 연계하는 등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고객 생활 속 친환경 선도 기업’이라는 환경 경영 목표를 정했다. 친환경 경영 중점 추진 영역은 ‘그린 서비스’, ‘그린 프렌즈’, ‘그린 시스템’ 등 세 가지를 펼치고 있다.  ‘그린 프렌즈’는 생활 속 친환경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내용으로 재판매 가능한 의류와 잡화를 상시 기부받는 ‘라이프 리사이클 캠페인’과 친환경 활동만 하면 VIP 혜택을 제공하는 ‘친환경 VIP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라이프 리사이클 캠페인은 2015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재판매 가능한 의류와 잡화를 기부받는 행사로 전국 16개 점포에 전용 부스를 따로 마련해 연중 상시 기부받는 ‘365 리사이클’ 캠페인으로 확대됐다. 

지난해까지 10만여 명의 고객으로부터 기부받은 헌 옷·잡화 등 약 50만여 점을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재판매, 수익금 전액을 초등학교 교실 숲 지원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소비자 참여형 친환경 활동 이외에 백화점에서 사용한 뒤 버려지는 소재 등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백화점 점포 외벽에 걸었던 대형 현수막 30여 장을 업사이클링해 패션 가방으로 제작, 공식 온라인몰에서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다양한 자원 선순환을 비롯한 친환경 관련 활동을 펼치며 착한소비 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 2018년 설 명절부터 친환경, 재활용 포장재와 냉매재를 확대 도입했다. 나무와 천 포장을 모두 없애고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박스로 상품을 포장해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같은 해 11월에는 비닐 쇼핑백 폐지 후 페트병을 재활용해서 만든 장바구니를 도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타사보다 먼저 분리수거가 가능한 보냉팩을 도입했다. 젤리 타입의 일반쓰레기로 분류되던 냉매재 대신 물을 얼린 냉매재를 사용, 물은 하수도에 버린 후 비닐은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바꾸었다. 지난해 6월부터는 테이프 없이 배송되는 ‘에코 박스’를 도입했다. 

이밖에 지난 2월 리필 스테이션을 도입했다. 세탁세제∙섬유유연제 리필 공간으로 이를 통해 1년간 600kg의 석유 플라스틱 사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물류기업은 공급망 내에서 ESG경영 활동을 선도적으로 수행하는 첨병
ESG에서 환경과 사회부분은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를 넘어 조달·제조·판매·유통·물류 전과정의 공급망 참여자 모두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급망 내에서 ESG를 위한 물류기업의 역할은 제조·유통기업들이 조달, 사내물류, 판매, 회수, 폐기 등의 공급망 전과정에 수반되는 보관, 이동 활동에서 발생되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 부분에서 ESG경영에 합당한 활동을 선도적으로 행하는 첨병과 주요 실행자의 위치에 있다.

물류영역 ESG에서 가장 이슈는 환경부분의 온실가스 저감이다. 물류는(생)산지에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효율적인 이동에 관한 활동으로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자원과 에너지 낭비, 환경 저해(오염)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물류기업도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 공급망 배제와 자본조달의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물류기업이 ESG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혜택은 공급망 내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이다. 

화주기업들은 기존 협력(제조, 물류)기업에게 ESG 경영의 실행방안을 요구하고 있으며 신규 협력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ESG를 중요한 선정요소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ESG를 실천하지 않는 물류기업은 앞으로 물류협력기업으로 선정될 기회조차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공급망에서 배제는 물류기업에게 상당한 위기가 될 것이다.

또한 ESG의 비 재무적인 평가요소가 재무적인 부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ESG에 대한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ESG 평가가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자율 등 자본조달 비용에도 격차가 생길 것이다.

이러한 공급망 내에서 배제와 투자, 자본조달의 어려움은 물류기업에게는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바꿔 말하면 ESG를 선제적으로 도입할 경우 이러한 리스크에 벗어날 수 있고, ESG 경영을 통해 시장의 확장과 사업 확대의 기회도 열려 있다.

이상근(ceo@sylogis.co.kr)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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