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47] 미국에서 온 친구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47] 미국에서 온 친구
  • 편집국
  • 승인 2021.11.23 0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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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다녀왔다. 
연초에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친구 문상을 하러 서울에 올라간 이후 이제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에 다시 서울을 찾게 됐다.

미국에 사는 친구가 집안일로 한국을 방문하는 덕분에 모처럼 친구들과 모임을 갖게 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모임 제한 완화 조치도 만남을 주선하는 데 한몫을 했다.

천안에서 KTX를 타면 30분이면 서울역에 도착하지만, 아산에서 천안아산역까지 가는 길이 더 시간이 걸린다. 내가 사는 아산에서 천안아산 KTX 역까지 가려면 차를 타거나 온양온천역에서 전철을 타고 가야 한다. 

자동차로 가면 30분쯤 소요되고, 전철을 이용하면 걷는 시간 포함해서 40~ 50분은 잡아야 한다. 이래저래 좀 여유 있게 준비를 하려면 서울까지 가는데 한 시간 반은 잡아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뭐라 할 수가 없다. 수도권에 사는 친구들도 전철을 이용하면 1시간 이상 걸린다고 하고, 심지어 강릉에서 오는 친구도 있으니 멀다고 엄살을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먼저 다른 세상으로 떠난 친구가 충무로에서 인쇄/출판업을 하고 있었을 때는 그 친구 사무실이 만남의 장소였는데, 이젠 만나는 장소부터 마땅치가 않다.

그래도 다니던 학교 주변이 익숙하리라 생각한 친구가 덕수궁 앞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는데, 미국에서 온 친구가 소공동 골목에 있는 참치 전문 음식점을 추천했다. 

한국에 사는 우리도 모르는 식당을 미국에서 온 친구가 인터넷으로 맛집을 검색해서 제안한 것이다. 추운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대부분의 친구가 전철을 이용하니까 전철역에서 가까운 음식점 중 분위기 좋은 곳에서 기다리는 것이 나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우리는 단순하고 쉽게 생각했지만, 이 친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갔고 그 생각이 현명했다. 내가 오전에 오랜만에 대면 강의가 있어서 약속 시각에 맞춰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는 코로나 이전에는 일 년에 서너 번 만남을 가졌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거의 햇수로 3년 만에 만나는 것 같고 미국 친구는 대학 졸업 이후에 만나지 못했으니 40년이 넘었다. 

다른 친구들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만나니 거의 50년 만의 반가운 상봉이었다. 우리는 움켜잡은 손과 맞닿은 가슴으로 순식간에 세월을 거슬러 올라갔다.

학교 친구 특히 학창 시절 친구들이 좋은 것은 몇 년이 지나 오랜만에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어제 만난 친구처럼 스스럼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친구들과는 정동이 터전인 배재학당에서 중/고등학교 6년을 같이 다녔을 뿐만 아니라 태권도부와 유도부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니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아직 몸주체를 못 하는 친구 없이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니 더 기뻤다. 미국에서 온 친구는 학교 다닐 때도 운동으로 단련된 몸과 외모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는데 여전히 몸 관리를 잘해서 대살져 보인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세월이 물들인 허연 곱슬머리와 나룻인데 나이에 걸맞게 잘 어울려 보였다. 

공식적으로 노인 연령으로 분류된 친구들이 모이니까 제일 많이 언급되는 것이 건강에 관한 얘기이다. 이미 한번 뇌졸중을 겪은 친구도 있고, 교통사고를 크게 당한 친구도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건강에 관한 근황으로 말문을 연다.

그러다 오랜 세월이 흐른 만큼 변했을 가족 실태 조사로 넘어간다. 자녀들이 결혼한 친구들은 손자녀 자랑이 앞서고, 아직도 결혼하지 않은 자식들로 속상하다는 친구에게는 자식이 잘 나서 그런 거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아직 이야기보따리를 다 꺼내지도 않았는데, 3시부터 휴식 시간이라고 자리를 비워 달라고 한다. 변한 세태에 잠시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를 수밖에 없다. 

커피나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더 나누자는 뉴요커의 제안에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 커피값이 너무 비싸다는 말을 시작으로 사회 및 정치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정치에 관한 언급은 의견이 다를 수가 있어 서로 조심스럽게 비껴가면서 한국 젊은이들이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결혼하지 않은 자녀들 입장을 이해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여졌다.

헤어지기 전에 저녁을 먹으려다가 가볍게 생맥주나 한 잔씩 하자고 하여 생맥주 집을 찾는데, 식사와 잠자리는 분위기를 따진다는 미국 친구의 말에 우리가 평소에 가던 곳과는 다른 분위기 좋은 곳으로 3차를 갔다. 

살고 있던 집을 결혼한 아들 내외에게 주고 최근에 방이 6개 있는 큰 집으로 이사했으니 숙식 걱정하지 말고 미국으로 놀러 와서 함께 멕시코로 여행을 가자는 친구의 제언에 귀가 솔깃해진다. 

친한 친구들과 미국을 거쳐 멕시코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누군가 말했듯이 여행은 늙어서 다리가 떨릴 때가 아니라 가슴이 떨릴 때 해야 한다. 버킷 리스트에 추가할 거리가 하나 생겼다. 

지금은 다시 뉴욕에 돌아가 있을 미국에서 온 친구가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주고 새로운 꿈을 심어 주고 갔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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