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48] SNS상의 만남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48] SNS상의 만남
  • 편집국
  • 승인 2021.11.30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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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만큼의 세월을 외국에서 살다 와보니 변하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처음 외국에서 살 때 거리 간판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고 길 표지판도 죄다 영어로 되어 있는 게 당연한 데도 낯설게만 느껴지고, 볼 때마다 내가 외국에서 살고 있다는 현실적 자각을 일깨워주었다. 

그러다 어느덧 영어 간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무렵 한국에 돌아와 보니 길거리 한글 간판이 또 생소하게 느껴졌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모국 생활에 다시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오랜 외국 생활에서 제일 아쉬운 게 옛 친구들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외국에 살면서 현지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맺기도 했지만, 나이 들어 만나게 되는 친구 관계는 한계가 있는 것 같고 관습과 문화적 특성 등 넘어야 할 장벽이 생각보다 높았다. 

하지만 오래된 죽마고우들은 격의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으니 옛 친구들이 그리울 수밖에 없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헤어진 시간만큼 멀어져 버린 친구들의 근황을 파악하고 연결하는 일이 쉽지가 않아 계속 연락을 주고받던 친구들만 접촉해 오다가, 달리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옛 친구들의 근황을 접할 수 있게 되고 연결할 수 있는 길이 생겼는데 바로 SNS라는 사회 연결망을 통해서다. 

직접 찾아가 만나던 옛날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SNS를 통한 만남과 연결은 지금은 보편화되고 일상화되었다.  

SNS (Social Networking Service)에 대해 위키백과에서는 “사용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 그리고 인맥 확대 등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생성하고 강화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니까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통해 사회적 관계망을 생성, 유지, 강화,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주로 이용하고 있는 페이스북만 하더라도 지속해서 친구 관계를 생성하고 확대하도록 나와 직접 관계가 있는 친구뿐만 아니라 내 친구의 친구들까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사람들을 ‘알 수도 있는 사람’으로 추천하면서 친구를 맺도록 부추기고 있다. 

어떤 이유로든지 나에게 친구 신청을 해온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것도 있지만, 내가 다니던 학교, 교회, 좋아하는 취미 등등 나의 배경과 취향을 파악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과 친구를 맺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친구 요청을 수락했더니 얼마 안 되어 친구라는 카테고리에 1,000명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실제로 댓글이라도 주고받는 사람은 100명 내외이기에 지금은 친구 맺기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SNS는 몰랐던 친구들과 교류하고 연결해주는 좋은 역할도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가 않다. SNS상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는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본의 아니게 개인적인 정보가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데이터 분석업체에서 흥미로운 통계를 발표했다. 어떤 사람이 SNS상에서 어디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68개만 알면 그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그의 피부색, 가정사, 마약, 술 중독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70개를 알면 그와 잘 아는 ‘절친’처럼 될 수 있고, 300개를 알면 그의 아내나 남편보다 그를 더 속속들이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쉽게 댓글로 표시하는 ‘좋아요’를 통해 우리의 관심사, 취향, 성격 등이 노출될 수 있어서 기업들에는 아주 중요한 마케팅 자료가 될 수 있고, 그에 대한 상업적 가치가 1조 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와 아내가 같은 곳의 SNS를 쓰고 있지만, 보여주는 광고가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과 성향 그리고 관심 품목이 아내가 선호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각각 그에 맞는 상품을 선정하여 광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SNS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만남과 교류에 익숙해지고 길들여 질수록 잃게 되는 것도 있다.

SNS상에서 만난 옛 친구 중에는 여전히 SNS에서만 만나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내가 지방에 살고 있어 거리상으로 멀다는 핑계도 있지만, 꼭 거리 제약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한 친구는 SNS상에서 오랜만에 소식을 접하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만나고 싶어 주소를 알려 달라고 하니까, 이렇게 연락을 주고받으면 되지 굳이 직접 만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알게 모르게 온라인상의 만남과 접촉에 길들어 직접적인 만남이 번거롭게 여겨지는 모양이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사람들의 전통 인사로 홍이(Hongi)라는 것이 있다. 만날 때 악수를 하면서 서로 코를 맞대며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코를 맞댄다는 것에는 서로 영혼과 숨결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있다. 만남은 이런 숨결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SNS상의 만남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편리함이 있지만, 따스한 숨결을 느낄 수는 없다. 어떤 만남을 갖길 원하는지는 각자 판단하고 결정할 노릇이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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