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산 원장의 아름다운 뒤태] 스마트 시대 외딴섬 노인들
[가재산 원장의 아름다운 뒤태] 스마트 시대 외딴섬 노인들
  • 편집국
  • 승인 2021.12.0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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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던 시대’는 가고 ‘스마트폰 옆에 놓고 밥 굶는 시대’가 도래
언택트 시대, 외딴섬 로빈슨 크루소 되어가는 노인들 정보 격차 사회 문제로 대두
100세시대 살기위해 스마트폰 활용능력 키우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
가재산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ㆍ피플스그룹 대표
가재산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ㆍ피플스그룹 대표

얼마 전 해외에서 박사학위도 받고, 미국 CPA 자격도 가진 모 대학 교수가 사무실로 오기로 약속했다. 양재 전철역에서 사무실까지는 불과 300m 정도니 통상 6~7분 정도면 찾아올 수 있는 거리다.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엉뚱한 골목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화가 와 나가보니 바로 건물 근처에서 헤매고 있었다. 네이버나 다음 지도앱을 이용하면 단번에 찾을 수 있는데 말이다.

두려움이 남아있어서인지 다음에 올 때는 택시를 타고 오기로 한 날이었다. 이번에도 약속 시간 20분이 지났는데 통 연락이 없었다. 집이 교대역이니 택시로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기다리다 못해 전화했더니 택시가 잡히지 않아 아직도 대로변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앱으로 카카오 택시를 부르면 금방 해결되는데도 길가에서 한없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택시 잡기가 힘들어 다음에 올 때는 아예 집에 있는 차를 몰고 오겠다고 했다. 그분은 퇴임 후 5년 정도 지나 70줄에 들어섰다. 그동안 조교들이 일 처리를 척척 해주었기 때문에 스마트폰 활용은 거의 폰맹 상태였다. 그렇게 스마트폰 활용을 못 한다면 과거에 화려하게 잘나갔던 분이라도 앞으로 삶의 질이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앱을 사용해보라고 설명해주었지만, 여전히 자신은 기계치라는 한탄만 하고 해보려 들지 않았다.

이제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던 시대’는 가고 ‘스마트폰 옆에 놓고 밥 굶는 시대’가 도래했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무료 앱을 잘 사용하느냐 못하느냐도 시니어의 삶의 질을 가르는 방편이 된다. 최근에는 현금이나 지갑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핸드폰이 몸에서 떨어지는 순간 장기 하나가 사라진 듯 안절부절못한다. 스마트폰의 역할은 상상을 초월한다. 주민등록증도 모바일에 내장된다. 운전면허증과 교통위반 딱지 뗀 영수증, 의료보험 카드나 가족 관계, 각종 주거 및 호적 서류, 은행 통장과 인감증명서, 사업자등록증, 소속 회사의 등기부 내용, 각종 소득 내역 및 납세증명서 등 기록할 수 있는 내용 모두를 스마트폰에 내장할 수 있다.

앞으로는 병원에 도착하면 앱이 알아서 진료를 안내하며, 식당에 가면 최근 일주일 동안 먹은 음식 종류를 분석해서 오늘은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식단까지 추천해준다. 출국 시 공항에서 비행기 티켓과 입출국 수속을 모바일 터치 한 번으로 해결해준다. 다시 말해 핸드폰 하나로 모든 걸 다 해결하는 "만사핸통"의 시대다.

코로나19라는 재앙을 겪는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회에서 자청해 주택 감금 신세로 사람 만나기도 겁나 외출도 꺼린다. 집콕 생활이 장기화되니 가전제품인 TV, 전자기기, 그중에도 스마트폰이 최고의 벗이 되었다. 사실 핸드폰의 성능은 날로 좋아져 아폴로호가 달에 착륙할 때 사용했다는 슈퍼컴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어서 웬만한 일은 다 할 수가 있다. 언택트 생활로 사람이 그립고, 바깥 세계와 단절되고 꽉 막힌 공허함과 극간을 채워주는 가장 가까운 벗 노릇을 스마트폰이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반면 언택트 시대에 외딴섬의 로빈슨 크루소가 되어가는 노인들의 정보 격차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오프라인 경제가 쇠퇴하면서 노인들의 정보 소외는 물론 스마트폰 활용 격차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미 2020년 봄 코로나 대유행 시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는 젊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노인들의 대처 능력차는 마스크 구입 대란 때 확연하게 드러났다.

"2020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5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98% 이상이고, 60대와 70세 이상 고령층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각각 91.7%, 50.8%로 증가하고 있다. 아무리 기능이 좋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도 그 안의 기능들을 활용할 수 없다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실제로 아들딸들이 비싸게 사준 스마트폰을 겨우 전화나 카톡할 때나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 버스 정류장 시스템을 부러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리는 알림판과 스마트폰 충전 공간 등 스마트 도시화의 노력을 알 수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고속도로가 경제의 통로였다면, 스마트 시대에는 초고속 대용량의 차세대 초연결 통신 인프라가 스마트 도시의 대동맥이 된다.

앞으로 스마트 시티 서비스는 다양해진다. 더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언택트 라이프 스타일이 곧 실현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런 서비스가 제일 잘된 나라가 우리나라다. 실제로 행정 업무를 집에서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에 따라 스마트 시티의 구성원인 스마트 시티즌(Smart citizen)의 역할과 구성 또한 매우 중요하다. 보다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기 위한 방편의 하나이기도 한 스마트 시티, 그 안에 스마트 시티즌이 살고 있는데 주체자는 바로 '사람'이다.

문제는 스마트 시티즌 중 한 부류인 만 65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디지털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구에 따르면 그들의 디지털 이용과 활용 수준은 일반 국민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코로나 이후 디지털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돈이 있어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고 먹고 싶은 게 있어도 마음 편히 사 먹을 수 없는 세대요, 살아가면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이득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다.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간편 결제로 물건을 사고 커피 한 잔도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시대지만, 디지털 역량이 낮은 고령층은 IT 기술의 그림자에 가려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동네 구멍가게조차도 무인 매장으로 바뀌고 있다. 꼬맹이들은 척척 물건을 사는데, 카드나 스마트폰으로만 결제가 이루어지다 보니 노인들은 겁이 나서 들어가보지도 못한다. 교육이나 취미생활도 큰 차이가 난다. 구청이나 동사무소 그리고 노인정 같은 곳에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자주 참여해왔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서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해 시니어들은 쉽게 참여하지 못한다.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국내에선 이에 발맞춘 선진적 정보화 교육과 노인들을 배려한 환경 부재로 고령층들의 사회 속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시니어들이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폰 관련 활용 능력을 키우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 역량을 갖춘 시니어와 그렇지 않은 시니어는 삶의 질이 하늘과 땅 차이다.

지금 당장 배우기를 시작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에 따라 시니어들의 삶의 질은 격차가 "K자 형"으로 더 크게 벌어진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실버 세대와 계층은 더욱 깊숙한 사각지대에 처해지고 있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 안 돼~."가 아니라 파도를 가르는 실버 서퍼가 되어야 한다. 바람을 타고 세차게 몰려오는 파도를 실버 서퍼들은 피하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역으로 올라타서 멀리 날며 만끽한다.

가재산
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
ㆍ피플스그룹 대표
ㆍ핸드폰책쓰기코칭협회 회장
ㆍ청소년 빛과 나눔장학협회 회장
ㆍ책과 글쓰기대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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