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산 원장의 아름다운 뒤태] 황제펭귄과 회복탄력성
[가재산 원장의 아름다운 뒤태] 황제펭귄과 회복탄력성
  • 편집국
  • 승인 2021.12.28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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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직접 잡아주기만 한다면 자식은 영원히 고기를 잡지 못한다.
부모는 최소한으로 도와주고 조언해주는 코치겸 멘토 역할에 만족해야
힐링보다 오히려 자신을 킬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려움 때일수록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오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중요
요즘 젊은이들에게 포장된 멘토링보다 때로는 따끔한 호통이 필요
가재산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ㆍ피플스그룹 대표
가재산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ㆍ피플스그룹 대표

몇 년 전 MBC가 창사 50주년 특집으로 4부작 〈남극의 눈물〉을 방영한 일이 있다. 제1부는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 이야기로 자식 하나를 키우기 위해 처절하게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천적들과 싸우는 감동의 스토리였다. 황제펭귄은 가시고기 이상의 자식 사랑으로 유명하다.

황제펭귄은 남극의 한겨울인 5월에 짝짓기를 해 알을 하나 낳는다. 알을 낳은 엄마 펭귄은 새끼들에게 먹일 양식을 준비하러 먼바다로 떠나기에 앞서 아빠 펭귄에게 그 알을 맡긴다. 남극은 영하 40℃ 이하의 극한에 100km의 강풍이 몰아치기 때문에 실수로 알을 떨어뜨려 2, 3초만이라도 추위에 노출되면 알은 터져 깨지고 만다. 알을 넘겨받은 아빠 펭귄은 그 알을 두발 위에 올려놓고 털 뱃가죽으로 꼬옥 감싸 차가운 바깥 공기가 닿지 못하게 한다.

2개월 이상 남극의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아빠 펭귄은 눕지도 엎드리지도 못한 채, 마치 동상처럼 꼿꼿이 서서 알을 품으며 60여 일을 견딘다. 그런 아빠 펭귄의 굶주림과 피곤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겨울의 추위를 이기고 작고 예쁜 새끼들이 껍질을 깨고 나온다. 그때 먹지 못하고 알 품기에만 매달린 아빠 펭귄의 몸은 지방이 다 빠져서 원래 체중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태어난 새끼가 배고프다고 보채면 아빠 펭귄들은 위 속에 가지고 있던 마지막 비상식량까지 토해서 새끼들에게 먹인다. 먼 길을 떠나 새끼들의 식량을 구해 온 엄마 펭귄과 교대를 하고 바다로 가던 아빠 펭귄들 가운데는 힘에 부쳐 눈 위에 쓰러져 죽는 펭귄도 있다. 그 위에 무심한 눈이 소복이 쌓이는 장면은 눈물겹기도 하다.

우리 대한민국 부모들도 황제펭귄 못지않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어릴 적부터 살인적인 사교육비에, 그것도 성이 안 차면 초등학교 때부터 해외로 보낸다. 교육이 끝났다 해도 끝이 아니다. 직장을 알아봐야 하고 결혼할 때가 되면 빚을 내서라도 혼수는 물론 살림집까지 장만해줘야 한다. 빈 냉장고를 가끔 채워주다 못해 심지어는 카드까지 내준다. 어렵게 결혼해서 자식이 생기면 애들 위주로 인생이 재편된다. 심지어 떵떵거리던 꼰대 할아버지도 손자가 생기면 서열이 180도 바뀌어 손자가 피라미드 정점으로 올라서고, 손자 앞에서는 맥을 못 추며 아들에게는 해보지도 않았던 온갖 뒷바라지까지 해준다.

이뿐인가. 요즘 세상에는 신종 과보호 신드롬이 넘쳐난다. 심지어 다 성장한 대학생 자식들의 수강 신청까지 해주거나 학점이 나쁘다고 교수에게 따지고, 회사에 입사해도 회식 때 술 먹이지 말라고 인사팀에 전화하여 참견을 한다. 군대생활이 힘들다고 대대장에게 전화도 한다. 실제로 대기업 부서 배치 면담을 하자 그 자리에서 엄마한테 그 부서에 가도 되냐고 휴대폰을 꺼내 집에 전화하는 사례가 흔한 일이 되고 있다.

결혼생활에도 간섭은 끝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살려면 이혼하라."든가 "그 월급이면 집에서 용돈 줄 테니 그냥 놀아라!"는 철없는 부모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헌신적으로 자식들에게 쏟아 부었다 해서 모두 다 좋은 결과들만 돌아오는 것일까.

부모는 따뜻함과 엄격함이 같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자식들에게 냉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부모는 자식을 대신해주거나 대리만족을 위해 욕심을 부려서는 자식을 망치기 십상이다. 고기를 직접 잡아주기만 한다면 자식은 영원히 고기를 잡지 못한다. 그래서 부모는 곁에서 최소한으로 도와주고 조언해주는 코치이자 멘토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이러한 조언이나 멘토링도 왜곡되어가고 있다. 젊은이들의 마음이 허하고 불안하니까. 저 사람은 어떻게 살았나 싶어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모여드는 것 같다. 청춘 멘토로 떠오르고 있는 교수나 의사, 변호사들의 인기가 높다. 청춘 콘서트 복제품도 대유행이다. 이런 콘서트일수록 포장된 멘토들이 목청을 돋운다. 멘토들은 철부지 부모처럼 세상의 모든 일을 자신이 대신 해주지 못해 안달이다.

한때 200만 부가 팔리며 인기를 끌었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는 상처 입은 20대에게 기성세대가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며 "내가 더 아팠어, 그래도 다 나았으니 너도 참아라."는 식으로 조언한다.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주며 소통한다는 의미에서는 성공적일지 모른다.

책 내용대로 한다면 그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줄 뿐, 따끔하게 질책하거나 잘못된 생각을 고치고 제대로 행동하도록 하는 방법을 직접 가르쳐주지 못한다. 20대가 아프면 낫도록 입에 쓰디 쓴 약을 먹도록 하거나 직접 상처가 낫도록 약을 발라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랬는지 30대 펀드매니저인 이명준 씨는 《아프니까 청춘은 아니다》란 책을 냈다. 그는 "원래 아픈 것이니 참으라는 말은 청춘을 보살필 의무가 있는 어른들의 책임회피이자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다들 아프다고만 칭얼대서야 무슨 변화가 있겠는가? 힐링보다 오히려 자신을 킬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즉 어려움에 처했을 때일수록 눌려도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오는 힘인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역경으로 인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도 강한 회복탄력성으로 되튀어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원래 있었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이는 역경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하며, 바로 이 인생의 바닥에서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힘,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꿋꿋하게 튀어 오르는 능력을 키워주어야만 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 교수며 의사며 정치인으로 출세깨나 한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청년들에게 인기까지 얻으려고 입에만 달콤한 말을 해대는 모습이 황제펭귄과 같은 무조건적인 사랑과 비교가 되겠는가. 부모의 과도한 보호나 지나친 자식 사랑은 청춘을 망치고 자식들을 영혼이 없는 나약한 인간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말해줘야 하지 않나.

말잔치로만 끝나는 멘토링은 내 것이 될 수 없는 허황된 지식의 마약 거래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포장된 멘토링보다 때로는 따끔한 호통이 필요한 건 아닐까?

가재산
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
ㆍ피플스그룹 대표
ㆍ핸드폰책쓰기코칭협회 회장
ㆍ청소년 빛과 나눔장학협회 회장
ㆍ책과 글쓰기대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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