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56]  ‘플렉스’ 인생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56]  ‘플렉스’ 인생
  • 편집국
  • 승인 2022.01.25 0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며칠 전 잘 알고 지내는 지인의 사고 소식을 들었다.
새해 초에 장인어른의 입원 소식을 접한 아는 형님이 장인어른의 안부를 묻다가 서로 잘 알고 있는 지인의 갑작스러운 입원 소식을 알려 준 것이다.

평소 당뇨병을 앓고 있어서 채식을 통한 식이요법을 하는 곳에 아내와 함께 입소하였다고 한다. 저녁 식사 후 같이 산책을 하자고 했지만, 아내는 피곤하니 혼자 갔다 오라고 해서 보냈는데, 어두운 산길을 걷다가 미끄러져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치며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산길이라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너무 늦게 발견되어 인근 병원으로 옮겼는데,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급히 환자 수송용 헬리콥터를 타고 천안 단대 병원 응급실로 옮겼지만, 아직도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IBM에서 전무 이사로 퇴직하여 다양한 사회 활동뿐만 아니라, 교회에서도 카톨릭 교회 추기경에 해당하는 높은 직책에 부름을 받고 봉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던 분이었기에 사고 소식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작년에 60을 갓 넘긴 처조카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응급실에서 몇 날 며칠을 의식을 찾지 못해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새해 벽두부터 장인어른이 입원하셔서 마음이 뒤숭숭했는데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의 뜻밖의 근황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리가 쉽게 건네는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사람 일이라는 말이 주변 사람들의 사건 사고를 접하면서 요즘처럼 실감 나게 와 닿은 적이 없다.

매일 확진자 및 사망자 상황을 접하게 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 전염병으로 인해 전 세계가 이처럼 유례없는 고통을 겪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2년 넘게 수그러들 줄을 모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에서 사망자 수가 550만 명을 넘어섰다. 

오슬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1950년 이후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 수보다도 더 많은 수가 코로나로 인해 숨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6,500명 넘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입원하게 되고 병세가 악화하여 중증 치료를 받게 되면, 외부와 단절되고 목숨을 잃을 때까지 가족들은 제대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이별을 맞이해야 한다. 참으로 허무하고 안타까운 죽음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애통한 일이 특정한 대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새로운 사회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인용한 신문 기사를 보면 작년에 수억 원에 달하는 고급 승용차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영국 고급 승용차의 대표 브랜드인 롤스로이스의 경우, 지난해에 5,586대가 팔렸는데, 117년 역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고, 이는 전년 대비 무려 49%가 늘었다고 한다. 

롤스로이스는 최고급 수공 자동차라서 1년에 만드는 수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어도 주문이 밀려 있어서 차를 받으려면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롤스로이스 모터스 최고 경영자는 “많은 사람이 주변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코로나로 죽는 것을 목격하면서 ‘인생은 짧고 나중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 인생의 좋은 것들을 즐기자’며 소비 심리를 부추겼다”고 판매 호황의 원인을 분석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나의 삶이니, 기회 있을 때 돈이라도 쓰자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 ‘플렉스’(flex)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자신의 소득수준을 넘어서는 소비를 하면서 과시할 때 즉, 고가의 사치품을 사거나 충동적인 구매를 하였을 경우 ‘플렉스’ 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 말의 기저에는 롤스로이스를 구매하는 사람과 같은 심리가 깔려 있을 것이다. 또한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세상에 대한 반발 심리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젊은이들의 ‘플렉스’ 행태를 철없고 주제를 모르는 행위로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런 용기와 무모함이 때론 부럽기도 하다.

그래서 난 과감하고 분에 넘치는 ‘플렉스’는 못하더라도 소심한 ‘플렉스’를 통해 소소한 즐거움과 기쁨을 찾고 있다. 남들 기준으론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스스로 일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무언가 의미 있고 특별한 일을 저질러 보는 것이 나에겐 ‘플렉스’이다.

암 투병 중인 이어령 교수가 매 계절을 보낼 때마다 다시 같은 계절을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보내고 있는 계절이 소중하고 특별하다고 했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겐 물질적인 소유가 아니라 오늘 살아 있다는 자체가 ‘플렉스’일 것이다.

비단 아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오늘은 한 번뿐이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맞이하고 싶었던 날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요즘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하고 불안한 세상 속에서는 오늘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견디고 살아 남는 것이 성공이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인생이 ‘플렉스’인 것이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