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빅블러 시대, 파괴적 혁신이 필요한 물류
[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빅블러 시대, 파괴적 혁신이 필요한 물류
  • 편집국
  • 승인 2022.02.0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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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빅블러(Big Blur)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뒤섞이는 현상을 뜻한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비즈니스와 삶에서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블러’란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을 말한다. 사람과 기계, 생산자와 소비자, 제조와 서비스,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확산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되었다. 우리 사회는 게임의 룰이 바뀌고, 비즈니스 영역 구분이 사라지고,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이 달라지고, 산업의 경계선 역시 모호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의 원조라 할 수 있는 GE의 항공사업부는 엔진과 부속시스템 등의 제품 판매와 더불어 엔진 도입에 따른 리스 등 금융서비스, 엔진의 원격진단과 점검, 사용자 교육, 유지보수 서비스,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서비스 사업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는 ‘항공기 엔진’ 이라는 하나의 제품에 대해 ‘제품생명주기’ 상의 서비스 니즈를 사업화하면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 생활속에서도 제품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바꾸는 빅블러는 계속되고 있다.
사물인터넷이 적용된 약병 ‘글로우캡’은 노인들에게 선물로 좋은 기프트 상품이다. 바쁜 일상에 시달리는 현대인과 특히 기억력이 감퇴된 노인들은 약 먹을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의료용품이면서, 전자기기이자, IT 제품인 동시에 생활용기인 ‘글로우캡’은 약을 복용해야 할 시간에 약병 뚜껑을 열지 않으면 알람을 주는 노령화 사회에 매우 긴요한 상품이다. 사물인터넷이 적용되어 설정만 해 놓으면 약 먹을 시간이 되었다는 문자도 보내고 심지어 전화를 걸어준다. 

이 약병은 제약회사, IT회사, 락앤락 같은 생활용기 제조사, 팬시문구제조사, 의료기기 전문회사 중 누가 만들어야 할까? 

삼성전자 ‘세리프TV’는 삼성디지털플라자에서 팔지 않는다. 
고급 가구점이나 온라인 전용매장에서만 판매한다. 삼성전자 웹 사이트의 제품 카테고리에서도 세리프TV는 TV 카테고리에 없다. 세리프TV는 아예 별도 카테고리에 있다. 

TV는 TV인데 그냥 TV는 아닌 셈이다. 화질이나 기능보다는 가구로서의 속성과 스타일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빌트인 시장을 겨냥하여 가구와 가전의 경계가 사라진 제품을 제작해 시장에 내 놓았다. 2015년 유럽에서 먼저 선보이고 2016년에 한국에서도 출시했다.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로낭·에르완 부룰렉 형제가 이끄는 부룰렉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제품이다. 비트라 Vitra, 아르텍 Artek, 알레시 Alessi 등 세계적인 가구 및 제품 디자인 선도 기업들과 협업해온 부룰렉 스튜디오가 처음으로 IT 기업과 협업한 사례이다.

스마트테이블(SMART Slab)은 냉각, 가열, 조리, 터치센스, 충전의 멀티기능 테이블로 가구이면서 가전제품이다. 2016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스웨덴 디자인회사 사피엔스톤 (SapienStone)의 스마트테이블(SMART Slab)을 선보였다. 테이블 표면에 6 밀리미터(mm) 두께의 세라믹타일이 깔려 있다. 

여기서 음식을 데우거나 음료를 차갑게 하는 등 다양한 조리가 가능하다. 이 테이블은 테이블 외에 냉장고, 가스레인지 등 별도의 가전제품의 역할을 대신한다. 

“머지않아 전자상거래란 말이 사라질 것이다.”
유통업에서는 전자상거래가 주된 사업이던 알리바바의 마윈회장은 2016년 10월 알리원(阿里云)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머지 않아 전자상거래란 말이 사라질 것이다“, “온라인 만으로만 존재하는 커머스는 더 이상 생존하기 힘들다”,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 물류 인프라는 하나로 통합한 ‘신유통’이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알리바바의 허만센성 매장은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 물류 인프라가 ‘연결’이 아닌 ‘합체’된 매장이다. 매장은 판매와 전시, 창고, 배달센터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매장 3km 내 지역에 30분내 배달, QR이나 Bar코드를 모바일로 찍으면 다양한 상품정보 제공, 모바일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하고 결재하면 현장에서 포장서비스 제공, 현금은 안되고, 알리페이만 사용하는 회원제, 안면인식, 모바일 등 다양한 방식의 결제가 가능하다. 

알리바바나 아마존 등 플랫폼 선도기업들은 온라인 플랫폼에 오프라인 매장, 물류, ICT, 서비스, 결제(Pay), 제조까지 합체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모빌리티의 경계는 사라지고 있다
2018년 1년사이 미국에서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Uber), 리프트(Lyft) 등의 급성장에 따라 택시운송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8명이 택시기사들의 자살했다. 첫 자살 건은 2018년 2월 블랙캡 기사 더글러스 쉬프터로 "시정부가 우버로 인한 과도한 경쟁을 막지 못했다"며 시청 앞에서 총기로 자살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에서 2019년초까지 카풀에 반대하며 택시 기사 3명이 분신했다. "사회적 약자인 택시 기사를 죽이는 카풀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정부가 금지해야 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택시 호출시장을 장악한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시작하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이 자살로 이어졌다. 카카오는 시범서비스를 중단했고, 택시업계는 사회적 타협기구 참석을 결정했다. 

하지만 연이은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여론은 택시기사들의 싸움에 냉랭했다. 여론은 승차거부 등 서비스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카풀이 4차산업혁명과 O2O가 몰고 온 불가피한 사회변화이라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과연 택시기사의 과속, 불친절, 승차거부 등 서비스 문제만으로 카풀 서비스를 이용을 원하는가? 

이보다는 Z세대등 신세대는 카풀서비스를 제도권의 택시로 대체할 수 없는 새로운 서비스로 인식하는데 있다. 언텍트(Untac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용의 편의성(앱 호출, 결제 등)과 정확하고, 신속한 매칭서비스(출발 도착정보, 운행 경로확인 등) 때문 일 것이다.

2016년1월 프랑스 파리에서 택시기사의 파업은 우버를 크게 홍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버 때문에 못 살겠다’며 택시기사들의 파업이 발생했다. 하지만 파리시민들은 이 파업으로 택시를 이용하기 힘들어지자, 평소 우버를 이용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우버를 경험할 기회가 되었다.

택시업계는 우버라는 새로운 도전자와 밥그릇을 놓고 싸운다고 생각했지만, 파리 시민들은 과거 방식의 서비스와 미래 방식의 서비스가 충돌한 싸움으로 인식했다. 

현대·기아차, GM, BMW, 벤츠, 토요타, 폭스바겐 등 쟁쟁한 자동차 회사들 중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내부에 있지 않다. 이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테슬라(Tesla)’며, 차를 한 대도 만들어보지 않은 차량 연결 플랫폼 ‘우버’다. 잠재적 경쟁자인 구글과 애플 등도 직접 자동차 제조에 뛰어들며 자동차 회사들의 새로운 경쟁사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 우버와 구글, 애플 등이 들어오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자동차산업은 수많은 부품(하드웨어)의 조립산업에서 첨단 ICT로 무장한 첨단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기업, 전자기업, ICT기업, 플랫폼 기업들은 모빌리티산업에 진출 중이다
우버는 기존 택시업계와 렌터카업계, 그리고 택배업계를 파괴한 ‘파괴적 혁신’의 사례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은 기존 유통업계를,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업계를, 애플은 기존 통신업계를, 에어비앤비는 기존 호텔업계를 파괴하며 성장한 파괴적 혁신의 기업들이다.

올해 CES2022에서 현대차는 자동차를 넘어 로봇과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한 ‘메타 모빌리티’를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로봇을 ‘대리인’(proxy)으로 삼아 메타버스에서 인간이 직접 할 수 없는 체험의 지평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번 현대차 부스에는 자동차가 단 한 대도 없었고 로봇만이 관람객을 맞았다. BMW는 전자잉크 기술을 활용해 차량 외장 색상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패션차를 선보였다. 

소니도 전기차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자동차를 마치 사무공간처럼 쓸 수 있는 스마트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이제 자동차 산업은 차량 제조를 넘어 이동 편의를 위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통합 모빌리티 산업으로 재편 중이다. 

물류와 교통업종, 자가용과 영업용의 모빌리티 경계의 파괴가 급속히 이루어질 것이다. 승용차와 화물차의 구분이 점점 약해질 것이다. B2C, P2P 거래의 비중이 높아지는 뉴노멀시대에는 소형화물차, 승용차, 오토바이, 자전거, 킥보드, 배달로봇, 드론, PAV, 도보 배달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엔짐룸이 상품적재를 위한 트렁크로 추가되면서 웬만한 소형 화물차 크기의 적재함을 갖추면서 소형화물 배송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자가용과 영업용의 경계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자가용(비사업용)의 배달 시장에 등장은 아마존의 일반인 배달서비스인 ‘아마존플랙스’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쿠팡플랙스’, ‘배민 커넥트’, 우버 잇츠’, 등이 배달시장에 대거 들어왔다.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56조 및 제67조에 규정한 ‘비사업용 화물자동차의 유상영업행위’에 해당되며, 이를 위반할 시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더믹 상황과, 대체 배송수단의 부재, 해외에서의 허용 등의 영향 등으로 가까운 미래엔 자가용과 영업용의 경계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이용자와 제공자의 경계도 소멸될 것이다.
공유 경제하에서 물류서비스의 이용자이자 제공자로 그 경계가 모호하다. 공유경제에서는 물류서비스의 이용자(기업, 개인)도 물류기업과 같은 제공자 역할을 할 것이다. 

‘아마존 플렉스’, ‘배민 커넥트’, ‘쿠팡 플렉스’ ‘쏘카 핸들러’, ‘피기비’, ‘무버’,‘ 등 일반인 배달서비스 제공자와 ‘스토어 X’, ‘Clutter’ 등 일반인이 보관서비스를 수행함으로써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시키는 필(必)환경 트렌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트렌드가 더 확대되면 개인을 넘어 화주기업도 물류장비와 창고 등을 남는 시간에 타사와 공유하여 배달서비스와 보관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일반인이 보관서비스를 수행하는 제공자의 리뷰가 이용자의 리뷰로 돌아와 서비스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Z세대의 자발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레고 아이디어즈’와 같은 공동창조 프로모션 활동과 소비자 참여형 광고 등 Z세대와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맨투맨으로 대응하는 물류 서비스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생산, 유통과 물류의 구분도 무너져 무의미하게 될 것이다. 
이미 산업 카테고리는 사라지고 산업내의 경쟁은 무의미하게 됐다. 산업 카테고리 차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제조산업이나 유통산업, 서비스산업 등은 대부분은 과거에 만들어진 산업 정의이며 구분이다. 

이런 기준을 심지어 백 년도 넘게 사용해온 분야도 많다. 따라서 자동차, 전자, 기계, 건설, 식품, 편의점, 백화점, 온라인판매 등의 기존의 산업군의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해질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자율주행차는 화물차, 선박, 항공기 내에서 3D프린터 등으로 소량 개인맞춤형 생산이 가능하게 하면서, 모빌리티는 단순한 배송 수단을 넘어 생산, 유통과 물류의 통합 기능을 수행할 날도 멀지 않았다. 

업종의 경계, 승용차와 화물차의 경계, 사업(영업)용과 비사업(자가)용의 철옹성 같은 벽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뉴노멀의 반대는 올드노멀(old normal)이 아니라 애브노멀(abnormal), 비정상이다.
한때 표준 또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통용되던 것들이 순식간에 정상에서 밀려나 가차 없이 비정상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기가 바로 뉴 노멀시대이다. 뉴노멀시대는 산업 경계가 무너지고, 과거의 상식이 뒤집히고,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면서 기존의 경쟁 질서를 근저에서 허물어뜨리는 변화를 의미 한마디로 판이 바뀌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인 AI, IOT, Big Data, Cloud, AR/VR, 3D프린팅 등의 발전을 기반으로 산업의 경계는 파괴될 것이다. 현재의 제조, 오프라인 유통, 온라인 유통, 물류, 금융, 서비스 업종은 합체될 것이다. 그동안 사회, 산업, 생활, 기술과 사람, 세상도 다 바뀌었는데, 과거의 산업간 경계가 굳건하다는 건 전 근대적이 생각이다. 

모든 산업이 ICT와 접목되면서 서로의 경계가 지워져 버렸다. 이제 전면적인 경쟁 시대다. 경쟁회사의 개념도 바뀌었다. 동종 산업내 경쟁의 개념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자동차 회사가 IT 회사와 경쟁하고, 가구 회사와 전자 회사가 서로 경쟁하고, IT 회사와 스포츠 회사가, 패션 회사와 시계 회사가 서로 경쟁한다. 동종업계의 시장 점유율도 의미가 약해지고, 업계내 1등도 시장에서 1등이 아닌 상황이 만들어졌다.

파이프라인 경제에서 플랫폼 경제로 산업의 핵심 축이 넘어가고 있다. 우리는 이미 빅블러 시대에 진입했다.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우리 기업은 앞에는 빅블러 시대, 글로벌 주도권을 선점해야 할 중요한 기회가 놓여있다. 창조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이 어느때 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근(ceo@sylogis.co.kr)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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