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용해고 유발하는 '전기안전관리자 선임법' 개선 절실
[기획] 고용해고 유발하는 '전기안전관리자 선임법' 개선 절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3.30 14:1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월부터 시설관리업체 전기기술자 10명 갖춰야 등록
기존 근무자는 경력미달로 해고…고급인력 신규고용으로 관리비↑
경력 준비·신규 인원 확보 위해 최소 1~2년 추가 유예기간 필요

"3년 전에 전기산업기사를 취득하고 2년 경력을 채워 작년부터 수전용량 1200kw 전기안전관리자로 근무중입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전기안전관리법으로 인해 경력이 4년이 안된 직원은 채용할 수 없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해왔습니다. 전기안전관리법에 의해 회사가 전기관련 시설물 관리업을 등록하려고 저와의 계약을 해지한다고 합니다. 경력을 채우려면 최저시급에 교대근무를 해야하는데 갑자기 막막해지네요."-본지가 익명의 취재원으로보터 제보받은 호소문.

전기안전관리자법 시행에 따라 기술 인력 선임 요건이 규정되면서 신규 인력 충원에 따른 관리비 증가와 자격사항없어 현장 근무 경력으로 일자리를 유지해온 중장년 기술자들이 해고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전기안전관리자법 시행에 따라 기술 인력 선임 요건이 규정되면서 신규 인력 충원에 따른 관리비 증가와 자격사항없어 현장 근무 경력으로 일자리를 유지해온 중장년 기술자들이 해고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4월 1일부터는 전기안전관리업무를 위탁받은 시설관리업체의 경우 기술인력요건 등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지난해 제정된 전기안전관리법률에서 부여한 유예기간 1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업계 종사자와 근로자들의 반발이 적지않다. 법 제정과 시행 후 계도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당장 전기안전관리법 시행 후 유예기간이 마치는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건축물 관리를 겸업하는 일부 기업에서 이를 모르는 경우도 많아 현장의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1년 4월 '전기안전관리법률'을 제정하고 시설관리업체가 전기안전관리업무를 위탁받기 위한 등록요건으로 자본금, 기술인력, 장비를 구체적으로 정비했다. 

제대로된 인력이나 장비를 확보하지 않고 부실관리로 안전사고를 야기하는 상황을 방지하고 무분별안 기업의 난립을 막는다는 것이 법의 취지다.

등록요건은 기술인력의 경우 전문 업체의 50% 수준, 자본금 및 장비는 대행기관과 동일한 수준으로 설정했다. 

시설관리업체의 자본금은 2억 원 이상이어야하며, 보유 장비는 대행기관과 동일하게 적용하되 등록요건 변경사항에 따라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와 전기품질분석기가 추가됐다.

시설관리업체의 기술인력 요건은 최소 10명으로 세부적인 최소 고용 인력요건은 ▲전기분야 기능사 이상의 자격 소지자거나 전기분야에서 3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 3명 ▲전기산업기사 자격 취득 이후 실무경력 4년 이상인 사람 5명 ▲전기기사 또는 전기기능장 자격 취득 이후 실무경력 2년 이상인 사람 2명이다.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등록을 하지 않거나 변경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로 판단돼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행정처분 제27조제2항에 의해 등록취소 또는 영업정지까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시설관리업체의 전기안전관리자 기술인력 요건
시설관리업체의 전기안전관리자 기술인력 요건

따라서 현재 전기기능사 또는 실무 경력이 있는 인력으로만 기술 인력을 꾸린 경우라면 전기기사, 전기기능장, 전기산업기사 등을 반드시 고용해야 한다.

그동안 구체적으로 정비되지 않았던 내용이 법제화되면서 시설관리업체의 안전 관리 전문성이 상향평준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나친 법 규제가 소규모 기업의 줄도산과 신규 창업의 장애물이 될 것이란 우려도 상존한다. 

특히 전문 시설관리업체가 아닌 건축물관리 업체가 시설관리 업무를 위탁받는 경우 전기기사, 전기기능장 의무 고용이 기업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지적도 뒤따른다. 법에 부합하는 인력요건을 구성하기 위해 상승하는 인건비와 관리비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채용조차 쉽지 않다는게 업계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비자격자로 오랜 기간 근무해온 중장년층 기술자들의 대량 해고와 경력을 충족하지 못한 이들의 임금 감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소규모건축물·아파트, 선임 요건 충족 위해 기존 인력 해고 불가피
■고급인력 신규채용·인력충원으로 인건비↑ 관리비 부담으로 이어져


본지와 인터뷰에 응한 전기안전관리 업무 담당자 50대 A씨는 "자격사항과 경력이 충족되지 않아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지금 당장 자격취득을 해도 같은 조건에서 근무하려면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토로하면서 "3년 뒤면 60대인데 정년을 앞둬 채용이 될지도 의문이다. 너무 답답해서 산업통상자원부에 문의도해봤지만 뚜렷한 대답은 듣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A씨와 같은 사례는 소규모 건축물이나 아파트 단지 등에서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로 입주자의 관리비 부담 문제로 전문 시설관리업체나 전기안전관리 대행업체보다는 중소기업 또는 건축물관리업자로부터 전기안전관리 업무를 위탁하는 경우들이다. 

규모가 큰 빌딩이나 대형복합건물과 달리 소규모 건축물, 아파트 등은 입주자의 관리비 부담에 따른 문제로 상시근로자의 인건비를 인상하기 쉽지 않다. 인건비 인상이 입주자 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기계설비법, 전기안전관리법, 화재예방법으로 인해 직원들 급여가 올라가거나 인원이 충원되어 관리비가 인상돼 부담을 호소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전기안전관리자법에 따른 전기안전관리자 선임 기준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사단법인 한국건축물유지관리협회는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업계의 목소리를 담은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청원서 제출에는 ▲한국건축물관리연합회 ▲한국건물위생관리협회 ▲한국경비협회 ▲한국방역협회 등이 함께했다.

본지가 입수한 한국건축물관리연합회의 청원문
본지가 입수한 한국건축물관리연합회의 청원서

청원서에 따르면 이들은 '시설관리 전문으로 하는 자로 등록을 할 경우도 소규모 건물이라도 상주 관리를 필수로 해야한다.'며 '전기안전관리대행기관으로 등록을 할 경우에는 관리할 수 있는 지역의 한계가 있어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건축물관리 수행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건축물관리회사들은 잔기안전관리법 상의 소유자나 점유자와 같은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시설물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자로서 전기안전관리업자와 같이 등록할 필요가 없다'고 법 개정을 촉구했다. 

사단법인 한국건축물유지관리협회 이영신 총장은 "앞으로 위탁받은 건축물의 전기안전관리자를 선임할 경우 상주근무가 의무화되면서 고급 전문인력을 상주근무로 고용해야한다. 당연히 인건비 부담은 늘고 창업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법을 제정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충부한 검토를 거쳐 나온 법령이라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안전과에 문의한 결과 “법 제정 이전에 조사를 통해 소규모 기업도 충분히 이행할 수 있는 최소 수준으로 기술 요건을 마련한 것”이라며 “안전관리 자격을 충족할 수 없는 기업의 난립을 막자는 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안전관리자 선임 요건이 지나친 규제가 아니라 오히려 법 제정 이전이 규제 없이 무분별한 운영이 이뤄졌던 것이라는 게 산자부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고급인력인 경력직 전기기사, 전기기능장의 고액 연봉을 지불하면서 연간 인건비가 1억원 이상 증가한다. 기술인력 확보와 인건비 부담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민간기업에 돌리고 있다”며 “채용하려고 해도 근로자가 소규모 건축물관리 업체에 취업하는 것 자체를 꺼려하기 때문에 채용조차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등록요건이 마련된 인과관계는 알겠으나 법 제정 이후라도 소기업의 고충을 반영해 제정후 2년~3년의 단계별 적용을 하여 발생되고 있는 문제를 최소화해달라”고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노무자 2022-05-25 07:00:13
일정 이상 자격을 소지한 분들한테는 적정한 보상이 뒤따라야한다 물론 관리비 인상요인이 되겠지만 / 집안에 전기가 두시간만 공급되지 않는다고 생각해봐라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