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55] 뇌종양 산재 업무관련성 판단 시, 직업력 중요
[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55] 뇌종양 산재 업무관련성 판단 시, 직업력 중요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4.08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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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종사자에게 발생한 뇌종양, 직접적인 발생 원인을 알기 어려워
단, 업무관련성이 인정된 사안과 유사하다면 역학조사 생략이 가능
오혜림 대표노무사-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알기쉬운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 저
오혜림 대표노무사
-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알기쉬운 공무원,
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 저

뇌종양은 두개골 내에 생기는 종양으로 악성 또는 양성으로 나뉜다. 뇌종양의 대부분은 신경교종이고 악성일 확률이 높다. 신경교종도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40% 이상을 차지하는 교모세포종은 가장 위험하고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다.

직접적인 발생 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장시간 휴대전화 전자파에 노출된 통신장비 수리기사에게 발생한 뇌종양(교모세포종)이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또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 종사자에게도 업무상 사유로 뇌종양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업무관련성을 밝히기 위한 과정인 ‘역학조사’는 시간이 오래 걸려 처분을 기다리는 근로자는 불편을 호소한다. 최근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뇌종양 진단을 받은 근로자가 결정을 받기 전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에 고용노동부에서는 반도체 기술 특성상 공정이 금방 바뀌어 역학조사의 어려운 점이 있음을 밝히면서도 신속한 산재 승인을 위해 전문가 연구 및 축적된 사례를 토대로 역학조사를 생략 또는 간소화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전하였다. 이번 글에서 뇌종양 산재의 업무관련성 판단 절차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사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뇌종양 산재 판정기준과 절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에 따르면 톨루엔, 크실렌, 스티렌 등의 유기용제에 노출된 중추신경계 장해와 엑스선 또는 감마선 등의 전리방사선에 노출된 뇌 및 중추신경계 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요양을 신청하면 소속기관에서 재해조사를 실시하고 필요 시에 직업환경연구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전문조사(역학조사)를 의뢰한다. 조사가 끝나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이를 심의하고 심의 결과를 토대로 업무상 질병 여부를 결정하여 근로자에게 통지한다. 그러나 역학조사를 하게 될 경우 조사를 마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문제점이 있어 왔다.

이에 고용노동부에서는 직업성암 등 업무상 질병의 판정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업무관련성을 인정받은 기존 사건과 동일‧유사한 사건이라면 업무관련성 전문조사(역학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역학조사를 생략할 수 있는 대상은 백혈병, 다발성경화증, 재생불량성빈혈, 난소암, 뇌종양, 악성림프종, 유방암, 폐암 등이 발생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 종사자이다.

뇌종양 산재 인정 판례 (서울행법2011구단8751)

근로자 A씨는 반도체 조립 라인의 검사 공정에서 오퍼레이터로 7년간 근무하였다. 퇴직 후 7년 만에 뇌종양 중에서도 신경교종인 교모세포종을 진단받았다. 그리고 요양 중에 사망하였다. A씨의 유족들이 소송을 진행하였고 A씨가 검사공정에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에틸렌 옥사이드, 납, 방사선 등의 유해물질에 노출되었고 주야간 교대 근무로 인해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뇌종양이 발병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전문조사 시에 해당 공정에서는 유기용제나 화학물질을 직접적으로 취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벤젠 등의 화학물질도 저농도로 검출되었고 교모세포종은 진행 속도가 빠른 질병인데 A씨의 경우 퇴직 후 7년 만에 진단을 받았으므로 업무관련성이 적다고 보았다.

이에 대하여 법원에서는 A씨가 근무하였던 당시의 작업환경을 판단하기에 전문조사가 미흡하다고 보았다. 일부 화학물질에 대해서만 측정이 이루어졌으며 이 밖에 화학물질에 관해서는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당시 근무하였던 근로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고온테스트 시에  고무가 탄 냄새가 심하게 나고 검댕이 발생하였었다.

유해물질의 검출량이 작업환경노출 허용기준 미만이라 할지라도 저농도로 장기간 노출되었다면 건강상 장애를 초래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극저주파와 화학물질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었을 시에는 뇌종양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암세포의 증식이 촉진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므로 A씨에게 발생한 뇌종양이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A씨는 이러한 직업적인 요인을 제외하고는 관련 병력, 가족력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유족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여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할 것을 주문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의 직업성 암 업무상질병 판정절차 개선방안에 따르면 A씨와 동일한 직업력을 가진 근로자라면 역학조사를 생략하여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종사자에게 뇌종양이 발생하였다면 직업력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오혜림
-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
-알기쉬운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매일노동뉴스.2014.9.1.) 저
-전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고객권익보호담당관
-전 더불어민주당 중앙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전 관악구,용산구 노동복지 센터 상담위원
-전 서울글로벌 센터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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