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67] 나는 꼰대로소이다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67] 나는 꼰대로소이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4.12 0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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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지난주에 내자(內子)가 두꺼운 겨울옷을 벗고 정장에 가까운 원피스를 입고 교회에 갔었다. 마음이 예쁜 교우들이 너도나도 귀에 듣기 좋은 소리를 하며 오늘 같은 날은 아산 명소인 신정호라도 가서 인증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성화였다.

너나 할 것 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봄날을 즐기고 있을 신정호의 선남선녀들 틈에 원피스와 정장 양복을 입은 노친네 부부가 등장하면 꼴불견이 될 거 같아 신정호행은 포기하고 대신에 아파트 입구에서 일찍이 봄소식을 전해준 목련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나는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여러 장을 찍어 그중 어색한 표정이나 눈감고 찍은 사진은 빼고 자연스럽게 보이고 얼굴에 미소도 있는 사진을 골라 아내에게 공유해 주었다. 

내심 칭찬을 기다리며 사진을 봤냐고 하니까 맘에 들지 않아 모두 삭제했으니 내가 저장하고 있는 사진도 지우라고 한다. 자신이 생각하고 기대했던 모습과 사진에 찍힌 본인의 모습이 많이 달라 실망이 컸던 모양이다. 

가족 행사나 기념할 만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함께하지 못한 가족들에게 보내주려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매번 사진 찍기를 굳이 사양하시다가 마지못해 응하시던 장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나도 얼마 전 사진과 연관된 황당하고 당황스럽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경험을 했다. 모 은행 앱에서 본인 확인을 얼굴로 하는 기능이 있어 안전할 거 같아 시도해 보았다. 

먼저 주민등록증을 은행 앱에 있는 카메라로 찍어 입력 시켜 놓고 인증을 위해 본인 얼굴을 갖다 대면 주민등록증에 있는 얼굴과 내 얼굴을 비교하여 맞으면 본인 인증이 되는 알고리즘이었다.

은행 앱에서 시키는 대로 주민등록증을 사진 찍어 입력한 다음 내 얼굴을 갖다 대며 인증을 시도했더니 인증할 수 없다고 메시지가 뜬다.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바꿔도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민등록증을 작년에 국적 회복 하면서 발급받았으니 사진도 작년에 찍은 건데 불과 일 년 사이에 몰라볼 만큼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얼굴에 나이테가 끼였다는 방증인 거 같아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 

주민등록증에 있는 사진은 사진 스튜디오에서 전문 사진사가 찍고 보정을 했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애써 자위해 보지만, 영 마음이 개운치가 않았다.

그래서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니 머리가 빠져 ‘나카무라’형 이마(아내는 M자형 머리 스타일을 그렇게 불렀다)가 더 넓어졌고, 두꺼운 눈 지방은 부리부리한 눈과 더불어 괜히 심술궂은 영감탱이처럼 보이고, 깊게 팬 팔자 주름은 어쩔 수 없이 전형적인 나이 든 꼰대의 얼굴을 하고 있다.

‘꼰대’라는 말은 늙은이나 선생님을 이르는 은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고,  위키백과에서는 여기에 덧붙여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된 속어라고 정의하고 있다.

꼰대들의 표준 얼굴형이 정형화되어 묘사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꼰대라고 불리는 사람의 언행을 생각해보면 그려지는 얼굴 모양이 있는데, 거울 속 내 모습이 그 형상을 닮아가고 있는 듯하다.

얼굴만 나이 든 꼰대가 되어 가는 게 아니다.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하기보다는 내 생각이 맞는다는 전제하에 내가 옳다고 생각한 쪽으로 이해시키려고 하거나, 마음을 열고 경청하기보다는 어떻게 조언을 해줄까 하는 생각이 앞서는 걸 보면 요즘 시대의 꼰대에 딱 들어맞는 행태를 보인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사고방식이 굳어졌다기보다는 내가 너무 이른 나이에 사회적으로나 교회에서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는 지도자의 위치에 놓이다 보니까 일방적으로(요즘 시대는 쌍방 소통이 중시되지만) 가르치고, 교육하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화된 결과일 뿐이라고 나름대로 합리화를 해본다. 

그리고 나는 사회나 대학교 햇내기들과 얘기할 때 종종 과거 경험을 언급하며 조언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 또한 “나 때는 말이야 ~”라는 전형화된 문구로 꼰대를 묘사하는 범주에 포함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보다 똑똑한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건 그들이 해보지 못한 나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로 인해 꼰대 소리를 듣더라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또한 나와 연관이 없는 학생들이라도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거나 나이 든 어른들께 버릇없는 짓을 하는 것을 보면 오지랖 넓게 나서서 한마디 하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것도 그들 보기엔 꼰대질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하면서 바른길로 인도하는 것이 앞서가는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꼰대로 불린다고 해도 개의치 않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꼰대라는 용어가 부정적인 의미가 있어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젊은이와 눈높이를 맞추면서, 마음에 들지 않아도 대놓고 얘기하지 말고 모른 척하는 게  상책이라고 귓띔해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고, 보편적 진리는 언제나 맞는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한마디 내뱉는 내 행동을 합리화하며 변명을 늘어놓는 걸 보면 나는 어쩔 수 없는 꼰대가 분명하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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