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알잘딱깔센을 아십니까? 
[전대길 CEO칼럼] 알잘딱깔센을 아십니까?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4.20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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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최근 ‘나(me)와 경제(Economy)’의 합성어인 ‘미코노미(Meconomy)’란 신조어는 나 자신을 위해 이유를 불문하고 아낌없이 쓰는 소비행위를 말한다. 이는 ‘나(me)를 위한 생활주의’라는 ‘미이즘(Meism)'이란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켰다. 

Me코노미 시대의 MZ세대는 “<에·루·샤>란 불변의 명품도 싫다“고 한다. 그런데 <에·루·샤>란 명품은 <에(에르메스), 루(루이비통), 샤(샤넬)>의 합성어란 사실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이렇게 첫 글자(Initial)를 따서 조합한 신조어들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게 사실이다. 

지난 4월14일, 부산교육청에서 학부모·교사가 자녀·학생과 함께 10대들의 신조어 문제 풀이를 U-tube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중학생과 학부모·교사가 2인 1조로 출연, 요즘 1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관련 문제를 풀었다. 

학부모·교사가 10대 청소년들이 은어(隱語)처럼 쓰고 있는 신조어 문제를 풀고 자녀·제자가 채점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세대차이(Generation Gap)를 극복하기 위해 참가한 학부모·교사는 어려워했다. 

이번 문제풀이에 출제되었던 10대 중학생들의 신조어 문제 중에서 몇 가지를 뽑았다.  
표제(標題)의 <알잘딱깔센>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Sense)있게>란 뜻이다. 10대 청소년 들이 아닌 성인들은 참으로 희한한 외국어라고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그리고 <700>은 <‘귀여워’의 초성(ㄱㅇㅇ)을 숫자로 표현>한 말이다. <삼(3)귀다>는 <사(4)귀다>의 전(前) 단계로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는 <'썸' 타는 사이>란 뜻이다.

언제부터인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생소하고 난해한 용어로 인해 언어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어 사소한 다툼과 불통(不通)이 일어난다. 

지난 대선후보 TV토론회 때 실화다. L후보가 Y후보에게 불쑥 던진 “RE100이 뭔지 압니까?”란 질문을 던졌다. 이를 둘러싸고 설왕설래했다. 

이 용어를 몰랐던 Y후보에 대해 L후보는 “Y 후보의 무식이 탄로가 났다. 국가지도자가 될 자질이 없다”라고 공격했다. 이에 Y후보 측에서는 “대선 후보 토론회가 무슨 장학퀴즈냐? 야비하고 치졸하다”라고 반박했다.  

이 토론회에서 L후보가 <RE 100>이라는 용어를 꺼낸 것은 현 정부의 원전폐기 정책과 반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원전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Y후보의 공약을 비판하기 위함이지 싶다. 

L후보가 고객(국민)중심 사상을 바탕으로 품격 있는 토론을 지향했다면 Y후보에게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이 <RE 100>이다”라고 먼저 설명했으면 좋았지 싶다.

시류(時流)에 따라 우리가 쓰는 신조어로 인해서 의사소통 문제가 발생하고 세대 간 갈등(葛藤)이 심화(深化)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LG그룹 비화(秘話)다. 구 본무 LG그룹 회장이 LG그룹의 연구원 개원식에 참석했다. 식순에 따라 연구원장이 LG연구소의 현황과 목표, 미래 비전 등에 관해 설명했다. 브리핑을 경청한 뒤 구 본무 회장이 입을 열었다. 

“저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왜 이렇게도 영문 약자(略字)를 많이 씁니까? 그렇다면 내가 뭐 하나 물어볼게요. 'BMK'가 뭔지 아십니까?” 그러자 그 연구원장은 당황해서 잘 모른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지요? 그거요, 내 이름 약자랍니다. 구 본무, 본무 구, BMK, 알겠습니까? 자기들끼리 쓰는 전문 용어나 약자를 함부로 마구 말하면 여기 있는 우리들이나 고객들은 어떻게 알아듣겠어요? 듣는 사람 생각을 하면서 브리핑을 해야지...고객들에게도 그래요..잘 모르는 영문 약자가 많은 '제품설명서'를 고객이 읽어 보고 제품의 가치를 알 수 있는 고객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것도 고객 입장에서 좀 쉽게 쓰고, 쉽게 좀 말하고요, 앞으로는 우리 그렇게 쉽게 좀 일을 합시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LG그룹에서는 <지나치게 어려운 전문 용어나 약자를 남용하지 말자>는 기업문화가 뿌리내렸다. 또한 고객중심의 정책이 한층 강화되었다. 그럼 왜  생뚱맞게 LG의 구 본무 LG그룹 회장 에피소드를 꺼내는 건 무슨 연유일까? 

요즘 젊은 청소년들과 유명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신조어들을 만들어 남용하는 게 시류다. 그래서 필자는 일상생활에서 쓰이고 있는 생소한 용어들을 모아보았다. 

ROC: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2020년 12월 러시아의 도핑 샘플 조작을 인정해 2년간 러시아의 주요 국제스포츠대회 참가를 제한하는 징계를 확정함에 따라 러시아가 국제대회 참가 시 국가명 대신 사용되는 명칭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2020 도쿄 하계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2022 카타르 월드컵에 국가 자격으로 참가하지 못한다.  ROC(Russia Olympic Committee) 자격으로만 참가 가능하다. 이러한 징계는 2022년 12월16일까지 유지된다. 유행하는 신조어들을 계속해서 이어간다. 
 
갈라쇼(Gala Show): 어떤 것을 기념하거나 축하하기 위하여 개최하는 공연
★갤러리(Gallery): 미술품을 진열. 전시하고 판매하는 장소, 또는 골프 경기장에서 경기를 구경하는 사람
★걸 크러쉬(Girl Crush): 여성이 같은 여성의 매력에 빠져 동경하는 현상
★그래피티(Graffiti): 길 거리 그림, 길거리 벽에 붓이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
★그루밍(Grooming): 화장, 털손질, 손톱 손질등 몸을 치장하는 행위

★카공: 카페(Cafe)에서 오랫동안 공부하는 사람들
★노멀 크러쉬(Normal Crush): 평범하고 소박한 것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정서, 동의어는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이다. 
★뉴트로(New+Retro..Newtro): 새롬과 복고의 합성어, 새롭게 유행하는 복고풍 현상
★데모 데이(Demo Day): 시연회 날
★데자뷰(Deja Vu): 처음 경험 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는 뜻이다. 

★도플갱어(Doppelganger):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나 동물, 즉 분신이나 복제품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승차 검진(COVID19 등)
★디자인 비엔날레(Design Biennale): 국제 미술전
★딮 페이크(Deep Fake):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특정 영상 에 합성한 편집물, 즉 가짜 동영상을 말한다.
★딩크(DINK)족: ‘Double Income No Kids’의 약자다.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영위하며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말

★랩소디(Rhapsody): 자유롭고 관능적인 악곡 형식(주로 기악곡)을 뜻한다. 광시곡이라고도 한다
★레알(Real): ‘진짜, 정말’이라는 뜻. 영어 Real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 
★레트로(Retro): 옛날 제도, 유행, 풍습으로 돌아가거나 따라 하려는 것을 통칭한다.
★마기꾼 : 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 마스크를 쓰면 실제보다 더 잘 생겨 보이는 착시현상을 말한다. 
★디스하다: ‘사람이나 사건 따위에 대해 무리한 태도를 취하다‘라는 말이다. ‘경멸하다‘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인 ‘dis'에서 유래했다. 

★ICBM: Internet, Cloud, Big-data, Mobile-network system의 약자다. 
★필란트로피(Philanthropy): 인간애(人間愛)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감각 쾌락반응 
★채리티(Charity): 자선(慈善), 선의(善意) 

★프랜차이즈(Franchise) : 기업의 가맹점 영업권(독점판매권), 정부의 독점사업권
★프랜차이저(Franchisor) : 프랜차이즈 체인의 본부 혹은 총판권을 주는 사람
★프랜치이지(Franchisee) : 프랜차이즈 체인의 가맹점이나 총판권을 받는 사람
★블랙데이(Black Day): 밸런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에 초콜릿이나 사탕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검정색 옷을 입고 자장면 등 검은색 음식을 먹으며 즐기는 날이다.  

지금과 같이 외래어가 판을 치고 난해한 신조어들이 춤추게 된 이유 중에는 우리말, 우리글을 아끼고 사랑해야 할 언론사와 공영방송국이 외래어를 마구잡이로 남용하는 관행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문인들과 지식인들의 무관심이 더 큰 이유다.  

공영방송국의 프로그램 제목 실태다. <역사 스페셜>, <환경 스페셜>, <피플 세상 속으로>, <뉴스 데스크>, <뉴스 라인>,<뉴스퍼레이드>, <스포츠와이드>, <생생 스튜디오>, <스포츠매거진>, <시사 투나잇>, <해피투게더>, <미스터리>, <논스톱 4>, <휴먼스토리>, <생방송 투데이> 등 비일비재하다. 

특히 지상파 방송의 경우 외국어로 사용하는 프로그램 제목이 전체 프로그램의 30% 이상이다. 10가지 제목 중 3개는 외국어이다. <주주클럽>, <싸이언스 파크>, <뮤직뱅크>와 영어만으로 된 프로그램도 있다. <No Brain Survival>, <Love Best>, <Film Music>, <Coming SooB>, <Book Book>, <Under the sea> 등 수두룩하다. 

공영방송이 우리말, 우리 한글을 천시하고 난도질하니 시중 음식점, 술집, 서비스 업종의 가게 간판들이 방송사 프로그램 제목을 본떠서 외래어를 마구잡이로 쓰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성이 참으로 심각하다. 

이처럼 한글을 버리고 그럴싸한 외래어와 호기심을 돋우는 축약된 신조어가 판을 치는 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마다 맞는 한글날(10월 9일)은 법정 공휴일이다. 광화문 광장에 앉아계신 세종대왕님을 어찌 얼굴 들고 감히 바라볼 수 있을까? 

필자는 2016년부터 <세계 최고의 글자인 위대한 한글을 국보 특1호로 하자!>고 주창해 오고 있다. 한글날에 맞추어 필자의 한글사랑 칼럼이 한국경제신문에 게재된 바 있다. 그날이 오면 외래어의 오·남용이 사라지고 우리의 한글사랑 정신이 뿌리내릴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한글이 국보 특1호로 제정되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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