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나우루 공화국의 비극(悲劇)
[전대길 CEO칼럼] 나우루 공화국의 비극(悲劇)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5.04 0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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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오스트레일리아 브리즈번에서 3,500Km, 파푸아뉴기니 해안에서는 2,000Km 떨어진 곳에 ‘나우루 섬’이 있다. 키리바시, 마셜 제도, 솔로몬 제도, 투발루 등이 주변에 있다. 

작은 섬나라(21Km²)인 ‘나우루(Nauru) 공화국’은 우리나라 울릉도 면적보다 작다. 인구는 약 10,000명인데 대다수 국민들은 자가용 비행기로 해외 쇼핑을 즐기는 나라다. 도로에는 최고급 승용차인 람보르기니와 포르쉐 등이 즐비하다. 

국민에게 해마다 1인당 1억 원의 생활비를 지급한다. 주거, 교육, 의료비가 공짜인 나라다. 국민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나라다. 

나우루 섬 위치

이 작은 섬나라에는 희귀자원인 ‘인광석(Rock phosphate..燐鑛石)’이 널려있다. 이러한 자원만으로 1980년대에 1인당 국민소득 U$20,000를 넘어선 부자 나라다. 

이렇게 잘 살게 된 것은 철새들의 새똥 때문이다.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나우루 섬에 수만 년 동안 쌓이고 쌓인 새똥이 산호층(珊瑚層)과 어우러져서 인광석이 된 것이다. 인광석이란 인(燐)을 함유한 암석 또는 집합체 인회석(Ca3PO4)이다. 

16세기 이후 나우루 섬도 서구 열강의 탐험 욕을 비껴가지 못했다. 1830년  두 명의 아일랜드 사람이 나우루 섬에 첫 발을 내디딘 후부터 서양과 빈번하게 접촉했다. 1896년 나우루에 정박한 선장 ‘헨리 덴슨’이 나우루의 돌 몇 개를 소속사인 ‘퍼시픽 아일랜드 컴퍼니’ 본사로 가져가서 성분을 분석했다. 

그런데 이 돌 맹이 속에서 순도 100%에 가까운 인산염이 검출되었다. 인산염은 농사를 짓는 비료에 꼭 필요한 성분이다. 인광석의 발견은 나우루 공화국과 오스트레일리아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런데 나우루공화국은 희귀 광석인 인광석을 해외로 수출해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재원을 전 국민에게 공평 분배하는 파격적인 분배 정책을 펼쳤다. 그 덕분에 국민들은 아무 일도 안 하고 놀면서 소비생활만 즐겼다. 

심지어 인광석 채굴 노동자까지도 외국인 인력을 수입해 왔다. 모든 가정에는 가정부와 집사를 두었으며 모두가 마음 편하게 살았다. 심지어 공무원들도 모두 외국인들을 고용했다. 나우루 공화국 정부나 국민은 돈 걱정은 접고 살아왔다.   

 <나우루 공화국의 인광석(Rock phosphate..燐鑛石)>
 <나우루 공화국의 인광석(Rock phosphate..燐鑛石)>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우루 공화국 사람들은 집안 청소 방법은 물론 요리하는 방법까지 까맣게 잊어버렸다. 외딴 섬나라임에도 고기 잡는 어선(漁船)마져 사라졌다. 전통문화마저 없어졌다. 모두들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도 일(Work)이라는 개념 자체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런데 나우루 공화국에 어둠의 장막이 내려앉고 있다. 2003년 이후 인광석 채굴량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나우루 공화국의 국고(國庫)마저 서서히 고갈(枯渴)되어 가고 있다. 자본주의 문명에 농락당하고 짓밟혀진 폐허로 변해버린 나라로 추락했다. 

<비만(肥滿)의 나우루 공화국 국민들>

현재 나우루 공화국 인구는 7,000명 선이다. 비만(肥滿)인 국민이 80%가 넘었으며 당뇨병과 그 합병증으로 하루에 2명씩 사망하는 나라가 되었다. 나우루 국민에게는 아무 걱정하지 않고 먹고 마시고 놀며 여행하는 습관만이 남았을 뿐이다. 

이러한 사실을 사람들은 잘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 ‘나우루공화국’ 사람들이 직면한 오늘의 실제 상황이다. 

이런 과정을 예리하게 살펴 본 프랑스 기자, ‘폴리에‘의 탐사 보고서 《나우루공화국의 비극》이 나우루 공화국이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알려 준다. 

바다로 둘러싸여 고립된 나우루 섬은 초창기에 보잘것없어도 세계화의 현장이었다. 나우루 섬은 자본주의 경제 특유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버텨왔다. 자본주의 경제는 원래부터 스스로 초래하는 부수적인 피해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를 않았다. 

결론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나우루공화국에 ‘경제적 재앙, 생태학적 재앙, 인간의 재앙’ 등 3가지 재앙이 겹쳤다. 20세기 최대의 참담한 재앙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나우루 공화국의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대선(大選), 총선(總選), 지자체 선거(地選) 등 각종 선거 때마다 표(票)만을 의식, 인기영합주의(Populism)에 빠져 ‘청년수당’, ‘기본수당’, ‘00수당’이란 명목으로 국민에게 공짜로 돈을 나누어 주려고 애쓰는 일부 정치인들이 있다. 

이런 공짜 돈의 재원은 정치인들의 개인 주머니에서 나오는 게 절대로 아니다. 
국민이 부담하는 피와 같은 세금임을 뼈가 시리도록 깨우쳐야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일하지 않고서 먹지도 말라”던 가나안농군학교 고.김 용기 교장 선생님의 외침이 귓전을 울린다. ‘나우루 공화국의 비극‘이 우리나라 일부 정치인들에게 경종(警鐘)을 울리는 전기(轉機)가 되길 바란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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