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훌륭한 사람?
[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훌륭한 사람?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5.19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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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우리나라 어머니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네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학교를 다녀온 아이에게 ‘씻어라, 먹어라, 공부해라, 그건 하지 마라’이다.

두 단어로 요약하면 ‘해라’와 ‘하지 마라’이다. 더러는 ‘저 녀석이 커서 무엇이 되려고…’, 아니면 ‘제 아빠를 닮아서’라고 야단을 친다고 한다. 이런 말을 많이 들은 아이일수록 더 공부와 멀어진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가장 듣기 싫은 소리는 단연 ‘공부하라’는 말이었고(52%), 가장 듣고 싶은 소리는 ‘잘 했다’는 말(46%)이었다고 한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어머니의 소망을 잘못이라고 탓할 수는 없지마는 그 방법만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땅의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 어머니의 교육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만능의 탤런트 같은 능력을 배양하려는 욕심은 잘못된 일이라 할 수 있다. 

한글을 깨우치고 나면 유치원에, 속셈에, 태권도에, 미술에, 피아노에, 웅변에, 영어에 아이가 쉴 틈이 없이 학교, 학원, 집을 전전하게 하면서 정서적인 성장을 도외시하는 아동교육이 진정한 부모의 도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창 뛰놀아야 할 아이들의 체력과 건강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자신의 학창 시절의 학업 성취도가 낮은 어머니일수록 그 도가 더 지나치다고 한다.

어느 아이의 어머니 사례는 많은 사람 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수도권 S시에 살고 있으며 평범하게 농사를 짓던 이 어머니의 집안이 조상들이 물려준 부동산이 갑자기 폭등하는 바람에 큰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제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는 이 어머니는, 아이들만 공부 잘해서 훌륭하게 키우는 것이 소망 중의 소망이었다.

그래서 아이들 공부에 소용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준비해 놓고 과외선생도 여럿을 두고, 아이의 건강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서 인삼에 녹용에 좋은 것을 먹이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엄마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틈만 나면 놀이에만 열중하고 때로는 친구들과 어울려 집을 나가 며칠 만에 집에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일로 속을 썩이다 보니 노이로제 증상까지 생겨버렸다.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고 진단을 받았으나 병명조차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유명하다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기로 하고정신과 병원을 찾아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아주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어떻게 오셨나요?”
“선생님! 아이가 속을 너무 썩이는 바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병이 날 지경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며 그간의 정황을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어머니! 아이가 장래에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시나요?”
“예, 저의 소망이라면 우리 아이가 훌륭한 사람으로 커가길 바랄 뿐입니다.”

“아, 그러신가요. 그 훌륭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건가요?”
“저, 그러니까 하면서 아이의 엄마는 얼른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의사가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제가 말씀드려 볼까요?“ 그러면서 의사 선생님은 이런 사람이라면 훌륭한 사람일까요?” 하면서 “판사, 검사, 의사, 변호사, 교수, 박사라면 다른 사람에 비해 훌륭한 사람이겠지요.” 

“아이고 선생님! 그런 사람이 된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지요.”라면서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러면 제가 어머니께 묻겠습니다.” ”지금 말씀드리려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대답하시기 바랍니다.“

”판단 능력이 전혀 없는 철없는 어린아이가 기차길 레일(철로)에 주저앉아 혼자서 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적을 울리면서 기차가 달려옵니다. 이 아이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앞에서 말한 훌륭한 사람과 지게꾼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누군가가 구해주지 않는다면 이 어린아이는 기차에 치여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이러한 상황에서 그 훌륭한 사람과 지게꾼, 둘 중에 누가 먼저 아이를 구하기 위해 철로에 뛰어들까요?” 

아이 어머니는 조금도 망설임도 없이 “그거야 지게꾼이 먼저 뛰어들지 않을까요.” 그녀는 정답이라도 맞춘 듯 의사를 바라보았다.

아이 엄마는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의사가 다시 물었다. “어머니! 그러면 그 둘 중에서 과연 누가 훌륭한 사람일까요?”

의사의 질문에 멈칫하던 아이 엄마는 얼굴을 붉히더니 겸연쩍은 듯이 “선생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를 하더니 황급히 병원 문을 나섰다고 한다. 

그 아이 엄마가 무엇인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 아이의 장래는 안심해도 될지 모른다.

아이에게 사람의 기본 도리나 원칙과 질서를 가르치기도 하지 않고, 바로 알고 바로 행동할 줄 안다고 생각하거나 기본도 모르면서 지식만 축적하여 출세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가정교육은 반드시 바꾸어 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훌륭한 어머니라면 학교에 다녀온 아이를 반갑게 맞아주고 무엇을 배웠는지 묻기도 하며 다독거려 주고, 학교 다녀온 후 손발 씻는 버릇부터 가르쳐주고 습관적으로 행동하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알게 하며, 다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어서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놀 때와 공부할 때를 알게하되 아이의 적성을 발견하여 지원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언제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 바르게 성장하도록 응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혹 잘못하는 일이 있다면 반성할 기회를 주고 고치는 습관을 들이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함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해라 와 하지 마라”를 줄이고 질문을 통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야말로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는 첩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의 성웅으로 받들어지고 있는 마하트마 간디는 잘못된 사회 구조를 통절히 비판한 적이 있다. 그는 이 세상에 우리를 파괴하는 7가지가 존재한다고 지적하면서 이 모두가 사회적 혹은 정치적인 현상이라고 단정했다. 

아울러 특기할 사실은, 간디는 지적사항을 교정의 수단으로 사회적 가치가 아니라 자연의 법칙과 질서와 원칙에 기초한 객관적 기준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간디의 지적 7가지는 첫째, 일하지 않고 얻는 재산, 둘째, 양심이 사라진 쾌락, 셋째 성품이 결여된 지식, 넷째, 도덕(윤리)이 결여된 경제(비즈니스), 다섯째, 인간성이 결여된 과학, 여섯째, 희생이 없는 종교, 일곱째, 원칙이 없는 정치를 사회악으로 규정하였다. 

간디가 1930년에 ‘인도(India)’ 사회를 보고 지적한 것이지만, 마치 오늘날 한국을 보고 말하는 충고 같아서 가슴이 뜨끔거린다. 

이 일곱 가지 어느 하나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일로 분야별 지도자들과 우리 모두가 깊은 성찰을 통해 조심 또 조심하고 바꾸어가야 한다. 

우리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그 같은 사회악을 뿌리치고 훌륭한 사람이 인정받는 좋은 사회, 이상적인 국가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기본이 서 있지도 않은 사람들이 남의 앞장을 서면 그 사회는 혼돈과 무질서가 판을 칠 것임이 자명하지 않은가? 스스로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알고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가정교육이야말로 훌륭한 사람을 만드는 바탕이 될 것이다. 

조직에서도 정해진 경영이념과 방침에 따라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달성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사원이라면 훌륭한 조직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인가? 
훌륭한 사람은 자신에게 부여된 권리를 찾기 전에 주어진 책무를 다하고, 솔선수범하며 자신의 행동과 성과에 책임질 줄 알며,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원칙과 질서를 지킬 줄 알며, 올바른 생각을 실천에 옮기며, 어려운 사람을 도울 줄 아는 봉사 정신이 가득한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을 만드는 것은 좋은 가르침과 교육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할 수 있다.

많이 배웠다고, 유식하다거나 부자라거나 출세했다는 이유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반드시 지양(止揚)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귀감(龜鑑)이 되는 진정으로 훌륭한 사람이 존경받는 그런 바람직한 사회는 언제쯤 올까?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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