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59] 점심시간에 일어난 사고도 산재에 해당
[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59] 점심시간에 일어난 사고도 산재에 해당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5.27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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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당시의 장소가 산재 인정 요건에 중요 요인 아니야
사업주의 지배·관리 여부가 중요...점심시간은 통상적 관념으로 판단
오혜림 대표노무사
-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
-알기쉬운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 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따르면 근로자가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를 하여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본다. 하지만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가 아니라면 휴게시간 중 일어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휴게시간은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근로시간 도중에 사업주의 지휘•감독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산재보험법에 따른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는 휴게시간이란 어떻게 판단하여야 하는지 문제가 발생한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재해발생 당시’에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조사한다. 통상적, 정형적, 관례적으로 휴게시간을 이용하던 중 재해가 발생하였다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다고 본다. 실제 사례를 통하여 점심시간 중 일어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때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를 벗어난 행위는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점심시간에 일어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판례(서울행정법원2016구단66554)

재해자 A씨는 직원들이 이용하는 통근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로 입사하였다. A씨는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시간에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식재료를 사러 사업장을 떠났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던 중 배수로에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였다.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A씨는 제5-6 경추간 추간판 탈출증, 경추부 염좌, 중심성 척수 증후군 상병을 진단받았다. 근로복지공단에 점심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식재료를 사오는 행위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인 점을 주장하며 요양급여 청구를 하였으나 부지급 처분 결정을 받았다.

공단 측은 이 사건 사고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사업장 측에서 운전기사들이 점심을 직접 조리하여 먹는 것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A씨가 이용한 자전거도 본인의 소유가 아닌 점을 근거로 하여 부지급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그러나 행정법원은 달리 판단하였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휴게시간 중에는 근로자에게 자유 행동이 허용된다. 통상적으로 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할 수는 없으나 휴게시간 중 근로자의 행위는 휴게시간 종료 후의 노무 제공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본래의 업무 행위나 준비 및 정리 행위에 해당하고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생리적 행위라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을 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야 한다.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는 것이 꼭 재해발생 장소가 사업장 내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휴게시간에 점심 식사를 하는 행위는 노무제공과 관련한 것으로 업무 행위에 수반되는 생리적 행위이다. 점심 식사를 위하여 식재료를 사오는 행위가 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사업장 측은 운전기사들에게 점심을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식비를 지급하였는데 그 사용 방법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운전기사들을 관례적으로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다.

사업장 측은 이를 특별히 제지하지 않고 허용하여 왔다. 그러므로 인근 식당과 같은 지역에 있는 마트를 방문하는 일이 사업장의 지배•관리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근무지와 인근 식당의 거리가 상당하여 도보로 다녀오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자전거를 이용한 것이 통상적인 방법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의 부지급 결정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휴게시간 중에 일어난 사고의 산재 인정 여부를 판단할 때 사고에 대한 구체적 인정기준이 명시된 것은 아니므로 사용자의 지배•관리 여부를 장소적인 문제로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 사업주가 제공하거나 지정한 식당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통상적 또는 관례적으로 사업장 밖에서 식사를 하거나 식당으로 이동하거나 복귀하는 중 일어난 사고도 업무상 재해라고 보아야 한다.

다만, 점심식사를 위해 제공된 휴게시간을 식사가 아닌 다른 사적 행위를 목적으로 이용하고 일어난 재해는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식당의 위치도 중요한데 식사를 마치고 사업장으로 복귀하는 시간을 감안하였을 때 주어진 휴게시간 내에 이용이 가능하여야 한다.

이 밖에도 점심시간에 후식 구입을 위해 이동하는 중 발생한 사고도 주어진 휴게시간 내에 사업장으로 복귀가 가능한 경우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점심시간에 은행 업무 등과 같은 개인용무를 보았을 때는 사적 행위라고 판단하고 이때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오혜림
-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
-알기쉬운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매일노동뉴스.2014.9.1.) 저
-전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고객권익보호담당관
-전 더불어민주당 중앙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전 관악구,용산구 노동복지 센터 상담위원
-전 서울글로벌 센터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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