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물류센터, 애물단진가? 편의시설인가?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물류센터, 애물단진가? 편의시설인가?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6.1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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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창고(倉庫)는 잉여물품을 일정 기간 보관했다가 필요한 때에 꺼내 쓰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그 출현은 역사시대 이전으로 추측된다. 

고전인 『설문해자(說文解字)』,『서경(書經)』 등의 사전과 경전에서는 곡물을 보관하는 곳을 창(倉), 포백·병기·보물 등의 물건을 보관하는 곳을 고(庫)라고 주석하였다.

현행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물류창고는 ‘화물의 저장·관리, 집화·배송 및 수급조정 등을 위한 보관시설·보관장소 또는 이와 관련된 하역·분류·포장·상표부착 등에 필요한 기능을 갖춘 시설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물류는 격차해소가 중요기능중 하나이다. 창고는 생산과 소비의 시간(시점)불일치를 조정하는 보관기능 뿐아니라 생산지와 소비지의 장소적 불일치를 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간적, 장소적 격차 해소의 기본 인프라인 창고에 대한 일반시민의 시선은 다양하다. 

◆물류창고가 점차 애물단지로 인식되는 것은 우려된다.
창고 내부를 직접보지 못한 대부분의 일반 시민들이 물류창고를 바라보는 시각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본 노후 공장이나, 항만인근, 낙후된 변두리의 어둡고 허름한 모습이 연상된다. 이곳은 범죄자의 아지트나 조직폭력배의 범죄나 싸움 장소로 많이 보아왔다.

다른 한편은 TV화면을 통해 공사중이거나 가동중인 물류센터의 대형화재사건을 자주 목격한다. 또한 일자리를 잃은 구직자는 강도높은 육체노동의 일자리인 택배터미널의 지옥알바를 경험했다. 최근 퀵커마스와 빠른배송의 일반화로 일부 물류센터 주택가까지 침투하면서 소음 등으로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요즘 주민들은 물류센터가 들어오면 소음, 진동, 배기가스, 안전 문제를 걱정한다. 민원의 주대상은 물류차량의 야간 및 새벽 시간 교통량 증가로 인한 소음, 야간의 빛공해, 대기오염, 교통체증, 매연, 도로파손, 난폭운전과 과속으로 인한 사고 위험 등이다. 

이는 등하교 자녀의 보행 안전과 인근 주민들의 안전과 생활환경 저해로 집값이나 땅값 하락을 유발하는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도심외곽의 물류센터 개발 예정지역 주민들이 반대해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신세계는 경기 구리·갈매지구에 ‘이마트 네오 물류센터’를 2017년부터 짓기로 했는데 같은 해 주민들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중간에 사업이 틀어졌다. 앞으로 대형 물류단지는 지역 주민과의 소통이 사업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지자체는 물류센터를 통해 세수확대와 고용창출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류산업은 기간산업이고 물류센터 하나가 개발되면 세수확대, 일자리 창출이 이뤄져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운수보관업의 고용유발계수는 8.11로, 제조업 평균(4.72)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물류센터 기술이 고도화되고 신선식품 e커머스(전자상거래) 성장으로 산업 유발 효과는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물류센터로 인해 복합 편의시설이 들어서며 지역 일자리와 인근 상권이 활성화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개발에 따른 세수는 물론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물류센터가 개발될 경우 재산세, 취득세, 지방 소득세, 도로점용료 등과 같은 각종 공과금, 기타개발 관련 인허가 세수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물류센터 개발이 긍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개발단계에서 발생되는 부정적인 면만 공론화되는 경향이 있다. 물류센터개발은 장점과 함께 단점도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은 물류센터개발의 경우는 단점이 유난히 부각되는 것 같다. 

◆국내에서 사재기 없는 ‘기현상’에는 한국의 안정적인 생필품 물류망이 큰 역할
코로나19 초반부터 전세계가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지만 우리나라는 다행스럽게 무난히 지나갔다. 과거 사스, 메르스 등 감염병 재난 시 우리나라에도 생필품의 사재기는 있었다. 그러나 유통기업들은 이때 학습효과로 충분한 상품 확보가 유통에서 중요한 경쟁력으로 판단했다. 

플랫폼기업 중심으로 온라인커머스 기업들은 예측할 수 없는 고객주문 대응과 빠른 배송을 위해 정기적으로 대량 소비하는 생필품을 중심으로 3자판매(오픈마켓, 마켓플레이스 등) 보다는 대량 직매입하여 재고를 자체 물류센터에 확보하고, 자체 배송시스템을 내재화해 유통과 물류를 합체하고 있다.
 
올(All)라인을 추구하는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와 라이프스타일플랫폼 (Life- Style Platform)구축을 목표로 전진 배치된 CU와 GS25같은 편의점과 롯데슈퍼 같은 SSM, 비마트, 요마트 등 온라인슈퍼와 온라인 편의점 등의 유통 인프라가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생필품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국내유통기업들의 물류센터와 배송능력 확충 노력이 국내에선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발 생필품 사재기 공포에서 벗어나는데 일조했다. 

◆편의점도 재난구호 물류시스템을 구축해 지역 사회 공헌 인프라로서 역할 수행 
편의점(CVS) 업계는 전국 물류센터와 점포를 기반으로 재난 지역에 체계적인 긴급 구호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사회적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약 5만개에 달하는 전국 점포망과 물류센터, 배송 시스템을 활용해 긴급 재난 상황 발생 시 구호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5년 CU(BGF리테일)를 시작으로 GS25‧이마트24 등 기업들은 지자체, 행정안전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재해구호 분야 민관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24시간 가동하는 긴밀한 소통 체계가 갖춰져 있어 재난 재해 상황을 보고받는 즉시 피해 지역 인근 물류센터에서 생필품을 지원할 수 있는 재난구호 물류시스템을 구축했다. 

재해로 고립된 지역에서 편의점 역할이 더욱 부각됐다. 기상 악화로 접근이 불가능한 도서지역은 지역 편의점에서 식품과 생필품을 선제적으로 공급해 재난구호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을 줬다. 

CU는 울릉도 주민들이 기상 악화 때문에 장기적으로 섬에서 나오지 못하는 경우 점포 내 상품들을 선제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GS25는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 운영 중이던 해병대 PX 상품을 지역 주민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2020년의 장마에도 GS25, CU, 이마트24 등 편의점을 통해 재난구호물품은 약 3만개가 경기 남부, 대전, 충남, 부산 등 호우 피해가 발생한 지역 이재민에게 물품이 전달됐다.

재난물류는 불확실성 가운데 유연성을 확보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또한 물적·인적자원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면 전국적인 생필품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있는 편의점의 물류센터와 배송망은 재난상황에 유연한 대처할 수 있는 재난구호의 중요한 인프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물류창고는 생활밀착형 서비스제공에 필요한 시설이다. 
코로나19로 식료품 등 생필품의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면서 제품을 신속하게 받아보고자 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퀵커머스(Quick Commerce)가 활발해지고 있다. 

퀵커머스는 도심 외곽에 있던 물류센터 대신 도심이나 주택가 등 생활권 내에 MFC(Micro Fulfillment Center: 소형 풀필먼트센터)의 확보가 필요하다.

B마트, 브릉 등 기업들은 빠른 배송을 위해 도심이나 주택가에 온라인 배송용 상품만을 보관하고 소분, 포장(Pick & Pack)과 배송을 위해 다크스토어(Dark store)의 개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마트, 롯데몰, 홈플러스 등은 생활 주변에 촘촘해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을 스마트스토어(Smart store)로 전환하고 있다. 판매와 함께 온라인 수요 대응을 위한 보관, 소분·(합)포장, 배송 기능을 더한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여 인근 주민들에게 더 빠르고 정확한 생활밀착형 물류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생활형공유창고도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공간으로써 주목받을 것이다. 
또한 급격히 늘어난 가정/생활용품 등을 보관하기 위해서 주거 면적을 늘리는 것 보다는 훨씬 관리하기도 편하고 비용도 절감되어 가성비도 좋다는 평가도 받는다. 

가족끼리도 사생활을 중시하는 Z세대 특유의 생활 습관까지 겹치면 24시간 편의점처럼 도심 트렁크룸도 새로운 생활 편의시설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2의 집처럼 활용해요" 일본 '트렁크 룸' 인기/MBC 17.1.20).

집이 복잡하게 하기 싫거나 개인적으로 혼자만의 물품들을 놓아두기 딱 좋은 서비스. 혼자만의 취미가 늘어나는 요즘 추세에 맞춰 작은 공간을 세련되게 보관해 주는 서비스로 일본의 QURAZ , 우리나라에서는 마타주, 알파박스, 큐스토리, 그린박스 등의 업체가 서비스를 런칭했다. 

공유 경제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셀프스토리지(Self- service Storage), 트렁크룸(Truck Room), 퍼블릭스토리지(Public Storage), 미니스토리지(Mini Storage)로 불리는 생활형 공유창고 사업도 생활밀착형 물류시설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는 퍼블릭 스토리지(Public Storage· PSI: 2386개소), 엑스트라 스페이스 스토리지(Extra Space Storage Inc.· EXR: 1483개소), 유하울(U-Haul·1482개소), 큐브스마트(CubeSmart· CUBE), 라이프 스토리지(Life Storage Inc.· LSI) 등이 있다.  2018년 기준 총 시설 수는 약 4만5천개에서 5만2천개로 추정된다. 미국 총 가구 수의 약 9.4%가 셀프 스토리지를 이용 중이다. 

일본에서는 생활형 공유창고를 수납(생활 짐 보관)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다. 수납서비스도 ‘렌탈 수납’·’컨테이너 수납’·’트렁크 룸’으로 종류를 구체적으로 나누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 생활중심지에 있는 지하철역 구내의 ‘생활물류센터’도 생활밀착형 물류시설로 전환하면 그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시의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는 주민친화적 복합편의시설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택배량 34억개의 절반이 서울시에서 배달되었다. 하지만 서울시내 물류 단지, 물류 창고는 경기도의 5.3%에 불과한 상태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우선 아파트 단지 등 집 근처에 택배 물품을 집결하는 물류거점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를 조성키로 했다. 

택배사가 배송센터에 물건을 전달하면 청년 배송인력이 전기 카트 등 친환경 수단을 이용해 가정에 배송하는 개념이다. 이는 택배사는 배달의 효율성이 올라가고, 지역에선 청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며 화물차 이동거리가 감소돼 교통·환경이 개선되는 1석 3조의 효과가 기대할 수 있다. 

서울시의 공동배송센터는 단순한 택배터미널이나 지점창고의 개념을 넘어서 주민편의 생활물류서비스와 친환경 순환물류시스템 운영, 배송 통계 및 실적 관리를 수행한다.

먼저 주민편의 생활물류서비스는 ▲일반 택배 및 대형 택배 발송, 택배 임시 보관 등 주민편의 서비스 지원, ▲주민간 안전한 중고거래를 위한 세이프존(관리요원 상주, CCTV설치 등을 통해 안전하게 중고거래를 할 수 있는 구역) 설치·운영을 내용으로 한다.

둘째, 친환경 순환물류시스템 운영은 ▲통합배송시 다회용 용기 수거 등을 병행하여 친환경 택배환경 조성 ▲전기 화물차를 도입하여 오염물질 배출없는 친환경 물류 서비스 제공을 내용으로 한다.

셋째, 배송 통계 및 실적 관리는 ▲공동배송센터를 통한 물동량 통계 및 실적 관리·보고 ▲지역주민 및 배송기사 등을 대상으로 사업 만족도 조사 실시(연 2회)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공동물류센터의 공간은 공공시설내 유휴공간 우선 활용하되, 민간시설도 활용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공유휴공간으로는 부대시설 설치가능한 공영주차장, 공공 유휴공간(푸드뱅크·푸드마켓, 마을활력소, 청년창업지원센터 등)이다. 

공동주택은 단지내 활용이 가능한 공동시설로 공공성을 고려하여 임대 아파트단지 우선 선정하되, 민간아파트도 신청 가능하다. 민간건축물은 배송센터 조성 및 장기 임차가 가능한 민간 창고시설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물류센터는 주민친화적, 환경친화적 복합편의공간이 되어야 한다.
최근 온라인전용 첨단물류 센터 동영상이나, 이커머스 플랫폼기업의 광고에 등장하는 물류센터 모습, 해외의 첨단 무인자동화물류센터, 아마존의 드론벌집타워, 수중물류창고, 비행선물류센터 등을 통해 미래의 물류센터를 모습을 심심찮게 보고 있다. 

물류센터가 부족할 경우 대국민 서비스로 자리 잡은 배송서비스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물류시설은 주민친화적, 환경친화적 시설로 개발되도록 수립과 심사과정에서 개발, 운영단계까지 친환경적이고, 주민친화적이 되도록 심사를 강화하되 이와 함께 정책과 제도의 지원도 필요하다.  

앞으로 시민 생활에 꼭 필요한 복합편의시설 역할을 할 물류센터의 인식 전환을 위해 정부, 지자체, 관련기업, 시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상근(ceo@sylogis.co.kr)
ㆍ산업경영공학박사 
ㆍ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ㆍ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ㆍ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ㆍ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ㆍ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ㆍ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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