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76] 정직함이 감동으로 여겨지는 시대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76] 정직함이 감동으로 여겨지는 시대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6.14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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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오랫동안 호형호제하고 지내고 있는 이가 얼마 전 자기 아들이 경험한 이야기를 SNS에 올려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내용을 간추려 옮기면 다음과 같다.
막내아들이 밤 10시쯤 일을 마치고 자전거로 귀가하던 중 지갑과 블루투스 이어폰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차를 타고 처음 출발했던 곳에서부터 찬찬히 다니며 살펴보았다. 

가장 유력해 보이는 곳에 당도하자 아들은 차에서 내려 길 양옆을 천천히 살피고 있는데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서 있던 50대 초반의 아저씨가 다가와서 혹시 잃어버린 지갑 찾느냐고 물으며 가지고 있던 지갑을 보여주었다. 

그분은 누군가 잃어버린 지갑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하여, 일단 경찰에 신고하고, 혹시 주인이 찾으러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30여 분을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아들은 고맙다고 인사를 드리고 돌아서서 함께 분실한 블루투스 이어폰을 찾아보았지만, 끝까지 돌아오는 동안 결국 찾지 못했다. 

거금 25만 원짜리 이어폰을 잃어버려 속상해하는 아들에게 “혹시 어떤 사람이 주웠으면 당근 마켓에 팔려고 내놓지 않을까?”하고 의견을 말하니 아들은 즉시 당근 마켓에 똑같은 이어폰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색하자마자 놀랍게도 똑같은 이어폰 매물이 검색되었는데 분명히 아들의 이어폰이었다. 

당연히 주운 이어폰을 팔려고 올린 줄 알았는데 반전이 있었다. 매물을 올린 사람이 다음과 같은 메모를 덧붙였다. “버버리 찰떡 가게 앞에서 주웠습니다. 잃어버리신 분은 안동 경찰서에 맡겨 놓았으니 찾아가세요.” 

그 늦은 시간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경찰서까지 갖다주고, 혹시 주인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검색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이 사이트에도 올려놓았던 것이다. 

SNS의 글은 이런 분을 잠시나마 주운 물건을 파렴치하게도 팔려고 하는 사람으로 생각했다는 미안함에 부끄러웠고, 우리가 한국인인 게 자랑스럽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길에서 지갑을 주워 혹시 잃어버린 사람이 찾으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늦은 밤에 길에서 기다려준 사람이나, 욕심이 날 만한 블루투스 이어폰을 주웠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서 경찰서에 맡기고 더 나아가 중고 마켓에다가도 올려 주인을 찾아주려고 했던 사람 모두 정직함의 본보기가 되고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오래전 뉴질랜드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은 제법 쌀쌀한 저녁이었다. 당분간 한국에서 살아야 하기에 계절에 맞춰 입을 옷과 필요한 물품을 넣다 보니 대형 캐리어가 두 개나 됐고, 여권과 중요한 서류 그리고 태블릿은 별도의 작은 가방에 넣어두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한 후 고속버스를 타고 천안 터미널에 내려 우리가 거주하게 될 아산에 있는 아파트까지 택시를 탔다.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여 택시 트렁크에 실린 캐리어와 뒷좌석에 실은 캐리어를 힘들게 내리고 택시비를 내며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택시를 보낸 다음에야 뒷좌석에 둔 가방을 꺼내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큰 캐리어 가방을 내리는 데 집중하느라 뒤에 둔 가방을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다. 급한 마음에 택시가 간 방향으로 뛰어가서 택시가 갔을 만한 길을 헤매 보았지만, 헛수고였다. 

여기저기 헤매다 결국 찾지 못하고 실망과 걱정을 하며 아파트로 돌아와 보니 아파트 입구에서 아내와 택시 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 기사가 우리를 내려 주고 가다가 잠시 가게에 들러 볼일을 보고 나서 뒷자리에 있는 가방을 보게 되었고 우리의 아파트 동호수는 모르지만, 경비실에라도 맡겨 놓으려고 다시 돌아왔던 것이다. 

습득한 가방 주인의 이름이나 아파트 동호수 등 아무런 인적 사항도 모르고 번듯하게 보이는 가방이 욕심나서 딴 생각할 만도 한데,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경비실에라도 맡겨 놓으려고 일부러 차를 돌려 돌아온 택시 기사의 마음 씀은 큰 감동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가방에 넣어둔 여권과 여러 중요한 서류들을 무사히 되찾을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담뱃갑이라도 하라고 작은 성의를 보이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을 넘기고 돌아온 고국 생활에 대해 낯설고 두려운 마음이 일순간에 사라지고 모든 일이 잘될 것 같은 편안함이 자리 잡았다. 이름도 모르는 한 택시 기사의 정직한 선행이 따뜻한 엄마 품과 같은 고국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와 대비되는 씁쓸한 경험을 뉴질랜드에서 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 택시 기사의 정직함이 더 돋보였던 것 같다.

뉴질랜드에서의 생활이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한국에서부터 착용하던 시계의 가죽 시곗줄이 낡아서 교환하기 위해서 가지고 다니다가 분실하게 되었고 경찰서에 분실물 신고를 해놓고 기다렸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C사의 고가 브랜드 시계라서 물질적으로 아까운 생각도 컸지만, 국가 청렴도가 높은 나라의 낮은 시민 의식에 대한 실망감이 더 컸었다.

몇몇 개인의 정직성으로 국민 전체의 도덕적 수준을 가늠한다는 것이 어폐가 있지만, 국민은 개개인이 모여 이룬 집단이기에 개개인의 도덕성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가 없다.

남의 물건을 습득하면 주인을 찾아 주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배워서 알고 있는 도덕관념이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당연한 일을 한 것으로 감동한다는 말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일이 어느덧 당연한 일이 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도 누군가의 정직한 행동에 공감하고 감동한다는 것은 아직 정직함이라는 덕목이 여전히 높은 가치관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기에 희망을 본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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