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절제(節制)와 자제력(自制力)
 [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절제(節制)와 자제력(自制力)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6.30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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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고대 희랍에서 「좋은 시민」의 도덕적 덕목으로 여긴 것은 정의, 절제, 용기, 너그러움, 침착함, 성실, 자존심, 염치심 등이었다. 이 덕목들은 럭비와 함께 ‘이튼’과 같은 영국의 신사양성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친 것들이기도 했다. 

책의 첫머리에서도 절제를 가르치는 제임스 볼드윈(James M. Baldwin 미, 1861~1934)의 저서 『50가지 재미있는 이야기(Fifty Famous Stories)』에 다음과 같은 우화를 소개하고 있다. 

몽골의 150만의 인구로 2억 인구의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했던 ‘징키스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징기스칸’은 사냥을 대단히 즐겨 했다고 한다.

어느 날 많은 신하를 거느리고 울창한 숲 사이를 넘나들며 사냥을 하고 있었다. 왕의 팔목에는 왕이 아끼는 매(鷹)가 앉아 있었다. 매는 사냥할 때 절대 필요한 소품 같은 것이었다. 

왕의 일행이 종일토록 짐승을 찾아다녔으나 사냥 결과가 시원치 않았다. 황혼 녘이 되었을 때 왕의 일행은 궁전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왕은 지름길을 택하여 돌아가기로 했다. 왕은 숲속을 자기 손바닥처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하들을 뒤로한 채 숲속을 혼자서 내달렸다. 한창 달리다 심한 갈증을 느낀 왕은 샘물을 찾았다.

그러나 늘 흘러넘치던 샘물은 말라 있었다. 너무 빨리 혼자 달린 탓으로 주변에는 신하가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팔목에 있던 매도 어디론가 날아가고 없었다.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니까 다행스럽게도 작은 계곡 위의 바위틈에서 물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것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왕은 허겁지겁 달려가 쪽박을 꺼내 떨어지는 물방울을 천천히 받았다. 한참 후에야 간신히 쪽박에 물이 거의 차 있었다. 왕은 쪽박을 입에 대고 막 마시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에서인가 매가 날아와서 그 쪽박을 주둥이로 치고는 다시 하늘로 높이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왕은 땅바닥에 떨어진 쪽박을 주워들고 다시 물방울을 받기 시작했다. 물이 반쯤 채워졌을 때 왕은 쪽박을 들어 마시려 했다. 그러나 쪽박이 입가에 다을까 말까 할 무렵에 또다시 매가 날아와서 쪽박을 엎질러 버렸다.

몹시 화가 난 왕은 “한 번만 더 그러면 죽여 버리고 말 거야” 하며 ‘매’를 쏘아 보았다. 다시 쪽박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왕이 마시려는 순간 또 나타난 매가 물을 엎질러 버렸다. 그 정도라면 왜 잘 훈련된 매가 그러는지 의심을 할 수 있어야 했지만, 그러나 왕은 서서히 분별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네 번째도 매가 왕이 받은 물을 못 마시게 하고 손에 쥔 쪽박마저 낭떠러지로 떨어뜨리게 하자 화가 치민 왕은 매를 화살로 쏘아 죽여 버리고 말았다.

쪽박까지 잃어버린 왕은 하는 수 없이 물방울이 떨어지는 계곡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 올라가 보니 과연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었고 그 물이 계곡 아래로 한두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웅덩이에 엎드려 물을 마시려는데 웅덩이 물속에 커다란 독사(毒蛇)가 한 마리 죽어있었고 그 독사에게서 독물이 스며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왕은 자신이 사랑했던 매가 독사에게서 흘러나온 독물을 못 마시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 하늘을 우러러 장탄식을 했다.

“네가 나의 목숨을 구하려 한 것을 모르고 오히려 내가 널 죽이고 말다니, 오 사랑하는 나의 매여!” 망년자실(茫然自失)했던 정신을 수습한 왕은 계곡 아래로 내려가 죽은 매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 준 다음 “나는 오늘 사랑하는 나의 매를 통해 쓰라린 교훈을 배웠노라. 나는 앞으로는 어떤 경우에도 절제심과 자제력을 잃고 순간의 감정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고 한다.

“넘치기보다 모자란 것이 낫다”라는 격언도 있지만, 오늘을 사는 모든 이들이 한 번쯤 귀에 담아 경청하여야 할 이야기라 생각된다.

건강을 상실하는 경우 절제되지 못한 음주, 흡연, 식습관 등이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고, 자제되지 못한 소비가 늘 생활을 주름지게 만들며, 절제되지 못한 언어가 불화와 불신을 초래하고 신뢰를 깨뜨리며, 자제되지 못한 사업의 확장이 회사의 파산을 부르고, 자제되지 못한 욕망이 화를 부르며, 자제되지 못한 생활이 파탄을 초래하는 사례가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신문과 방송을 보기가 겁이 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자괴심마저 드는 것이다.

한때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중에 전직 교육부 장관이었던 ‘윌리엄 베네트’가 쓴 ‘미덕독본(美德讀本)’에서 10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으뜸으로 자제력(自制力)를 꼽고 있다. 

그다음이 자비심, 책임감, 우정, 근로, 용기, 인내, 정직, 신의, 신념의 차례로 되어 있다. 고대 희랍에서는 좋은 시민의 도덕적 덕목으로 절도(節度)를 꼽기도 했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건과 사고는 분별심을 잃고 절제와 자제력을 상실하는 데서 일어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지도자가 절제와 자제력을 잃고 감정이나 과욕에 의해서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그 조직은 중대한 위기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훌륭한 자질을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절제와 자제력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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