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일편단심(一片丹心) 민들레야!
[전대길 CEO칼럼] 일편단심(一片丹心) 민들레야!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7.13 0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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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옛날 세상에 큰물이 났다. 만물이 물에 잠기게 되었다. 민들레가 모여 사는 민들레 마을에도 큰물이 밀려왔다. 도망칠 수 있는 것은 모두 떠나 버렸다. 민들레만 홀로 남았다. 민들레는 땅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아 꼼짝할 수가 없었다. 민들레는 너무나 무서워서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렸다. 

그래서 민들레는 하느님께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하느님도 민들레가 가엾어서 살려 주기로 약속하고 민들레 씨에 날개가 돋아나 바람을 타고 하늘 위를 날다가 양지 녘에 앉아서 새 싹을 돋게 했다. 민들레는 하느님 은혜를 잊지 않으려고 황금빛 얼굴로 하늘을 우러러 살아간다는 전설이 있다.  

한 번만 성공할 수 있는 하늘의 별(★)의 운명을 타고난 제왕(帝王)이 있었다. 그는 자기를 그렇게 만들어 놓은 하늘의 별자리에 대해서 불만이 컸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의 운명의 별을 향해서 명령을 내렸다. 

“나를 괴롭히는 별아, 하늘에서 떨어져 땅 위의 꽃이 되라. 나는 너를 밟아 주리라” 그러자 별(★)이 땅 위에 떨어져 노란 민들레가 되었다. 그러고 나서 왕은 풀을 밟고 다니는 목동으로 변했다는 전설도 있다.  

민들레를 포공영 (蒲公英)이라고 부른다. 민들레를 말린 것은 건위제(健胃劑), 해열제(解熱劑)로 쓰인다. 소화 불량, 위염, 위동통, 젖몸살 따위에 쓰이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원줄기는 없고 이른 봄에 뿌리에서 깃 모양으로 깊이 갈라진 잎이 난다. 높이 30cm 정도의 꽃줄기 끝에 노란 꽃이 4~5월에 두상(頭狀) 화서로 피는데 밤에는 오그라든다. 

민들레 씨는 수과(瘦果)로 흰 갓 털이 있어 바람에 날려 멀리 퍼진다. 잎은 식용이며 꽃 피기 전의 뿌리와 줄기는 한방에서 땀을 내게 하거나 강장(強壯)하는 약으로 쓴다. 조상들은 귀감이 된다고 여겨 서당 뜰에 민들레를 길렀다. 한국, 중국 등지에 주로 서식한다. 

민들레는 ‘9가지 덕(德)’이 있는 풀‘이란 ’구덕초(九德草)‘란 이름도 있다.  

1.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결국 꽃을 피우니 인(忍)이 일덕(一德)이다.

2. 씨가 떨어지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아하며 심지어 뿌리를 캐어 볕에 말리거나 난도질해서 심어도 싹이 트니, 역경을 이겨내는 강(剛)이 이덕(二德)이다.

3. 한 뿌리에서 돋아난 이파리 숫자만큼 꽃을 피운다. 꽃이 일시에 피지 않고 반드시 한 꽃대가 피었다 지면 기다렸다 피니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예(禮)가 삼덕(三德)이다. 

4. 어린잎은 나물로 무쳐 먹고 뿌리는 김치를 담가 먹으니 온몸을 다 바쳐 후생(厚生)으로 성인(成仁)하는 용(用)이 사덕(四德)이다.

5. 꿀이 많고 향이 진해서 벌과 나비를 끌어들이니 그 정(情)이 오덕(五德)이다. 

6.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하얀 젖이 나온다. 그 사랑이 육덕(六德)이다.

7. 약재(藥材)로서 머리를 검게 하여 늙은이를 젊게 하니 효(孝)가 칠덕(七德)이다.

8. 모든 종기(腫氣)에 민들레 즙이 으뜸이니 그 인(仁)이 팔덕(八德)이다.
 
9. 씨앗이 제각기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발아하여 자수성가(自手成家)하니 그 용(勇)이 구덕(九德)이다. 

민들레는 마구 짓밟혀도 끈질긴 자생력으로 금빛 찬란한 꽃을 피우는 야생화다. 
민들레의 근성(根性)은 일편단심(一片丹心)이다. 이 꽃은 큰 뿌리 하나를 땅속 곧게 내리고 옆으로 실뿌리가 뻗어 있으나 가늘고 빈약하다. 

그러나 큰 뿌리 하나가 땅속 깊게 뿌리를 내려서 강풍에 흔들려도 쉽게 쓰러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다.  

'햇빛 본 할머니의 꿈'에는 그녀의 일편단심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81년 4월28일 경향신문 기사 '햇빛 본 할머니의 꿈'에는 그녀의 일편단심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남(水南)! 이렇게 불러볼 날도 이제 오래지 않겠지요. 어언 접어든 나이가 고희(古稀)를 넘겼으니 살아갈 날이 얼마나 되리까. 당신을 잃은 지도 30년 성상(星霜), 밟혀도 밟혀도 고개를 쳐드는 민들레 같이 살아온 세월, 몇 번씩이나 지치고 힘에 부쳐도 쓰러지지 않고 그 때마다 당신을 생각하며 이겨 냈습니다."

그녀의 사연은 참으로 슬프다. 그녀는 동아일보 국장이던 남편과 결혼했다. 그러나 남편이 납북되는 바람에 홀로 3남매를 키우며 살았다. 노점상으로 번 돈을 남편이 다녔던 ‘동아일보’사에 기부했다. 남편 이름의 <수남(水南)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 여사는 노구(老軀)를 무릅쓰고 1년에 걸쳐 집필한 원고지 1,000매 분량의 '일편단심 민들레야'의 첫 머리에 생사를 알길 없는 남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적었다.

“내가 아무리 끈질긴 생명력의 민들레라 해도 일편단심 붉은 정열이 내게 없었다면 어린 자식들을 못 키웠을 것이며 지아비에 대한 깊은 그리움의 정(情)이 없었다면 붓대를 들 용기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라며. 

1981년, ‘가왕(歌王) 조 용필’이 <일편단심 민들레야>란 노래를 발표한 경위다. 작사자는 ‘이 주현’이라는 당시 72세의 여성이다. 그녀는 6.25전쟁 중 납북(拉北)된 남편을 그리워하며 자전적 이야기를 신문에 투고(投稿)했다. 이를 본 가수겸 작곡가인  조 용필이 감동받아 노랫말로 만들 것을 제안했으며 그녀는 노랫말로 가다듬었다. 

이런 자전적(自傳的) 내용을 담아 조 용필이 노래한 <일편단심 민들레야> 가사다.

“님 주신 밤에 씨 뿌렸네 사랑의 물로 꽃을 피웠네 
 처음 만나 맺은 마음 일편단심 민들레야 
 그 여름 어인 광풍 그 여름 어인 광풍 낙엽 지듯 가시었나. 
 행복했던 장미 인생 비바람에 꺾이니 나는 한 떨기 슬픈 민들레야 
 긴 세월 하루같이 하늘만 쳐다보니 그이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들을까 
 일편단심 민들레는 일편단심 민들레는 떠나지 않으리라“

노랫말 중 그 여름의 광풍은 6.25 전쟁을 뜻한다. 남편이 납북될 때 41세 여인은 험한 세월을 이겨냈다. 지난 30년의 절망과 피 눈물 속에서도 어린 자식들을 길러냈다. 

가왕 조 용필의 <일편단심 민들레> 노랫말 속에 슬픈 사랑이 흘러내린다.   

끝으로 송 종의 전 법제처장의 ‘민들레‘란 시로 마무리한다. 

“노란 꽃 새하얀 꽃 민들레 곱다마는 
 잔디밭 한복판에 너만이 외로우니 
 이 봄에 꽃잎 지거든 벗을 찾아 가시게”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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