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노조가 벼슬?" 고용세습 강요하는 노조에 신규채용 축소 우려
[초점] "노조가 벼슬?" 고용세습 강요하는 노조에 신규채용 축소 우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8.08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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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 이상 사업장 단체협약 1057개 중 63개 단체 협약서 위법 발견
노조 소속 근로자, 장기근로자의 자녀 우선 채용 조항 등 '부당채용'
채용, 일자리까지 세습되는 금수저 취업에 구직자 박탈감 가중
고용노동부가 100인이상 사업장의 단체협약을 살핀 결과 우선채용과 특별채용 등을 요구하는 '위법 조항'을 다수 적발했다.
고용노동부가 100인이상 사업장의 단체협약을 살핀 결과 우선채용과 특별채용 등을 요구하는 '위법 조항'을 다수 적발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고용노동부가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100인 이상 사업장의 단체협약 1057개 가운데 63개에서 법령을 위반한 우선·특별 채용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그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니 특별채용 조항이 포함된 63곳 중 68.3%가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는 사업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무려 10곳 중 7곳에 달하는 수치다. 과거에도 노조원들의 고용세습과 노조원 채용 강요는 오래된 병폐처럼 해마다 불거진 문제라 이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곱지 않다. 

구직자들의 취업난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용상 차별을 일으키는 주체가 노조가 된 까닭이다. 노동자의 근로조건 유지와 개선을 위한다는 노조가 실상은 노동자가 아닌 '내 식구'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우선채용, 특별채용 협약 63개 중 61곳이 노조 사업장 

위법 사항을 포함한 단체협약 규정 사례

# 제00조(우선채용) 1. 회사는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하여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2. 신규채용시 채용자격 요건에 부합하는 경우에 사원 자녀 1명을 우선 채용한다.

#제00조(채용) 3. 회사는 채용시 재직중인 직원의 자녀와 직원이 추천하는 자에 대하여 전형 절차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제00조(정년) 4. 회사는 신규채용이 있을 때 정년퇴직자의 요청에 의하여 그 직계자녀의 능력을 심사, 특별가산점을 부여하고 우선채용 한다.

고용노동부는 7일 고용노동부는 100인 이상 사업장의 단체협약(1,057개)을 조사한 결과, 63개의 단체협약에 위법한 우선·특별채용 조항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시정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특별채용 조항은 구직자 또는 다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 채용이 과거의 신분이나 '음서제'와 같이 세습돼 청년들의 공정한 채용기회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좌절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때문에 공정 채용 기회를 보장하고 건전한 채용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라져야할 악습이자 뿌리 깊은 병폐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된 위법한 우선·특별채용 조항의 유형은 정년퇴직자장기근속자·업무외 상병자·직원의 직계가족 채용(58건), 노동조합 또는 직원의 추천자 채용(5건)으로 밝혀졌다. 

이를 다시 살펴보니  단체협약의 비율은 규모별로는 300명 미만 사업장이 47.6%(30개), 상급단체별로는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 68.3%(43개)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노총은 18개였으며 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사업장에서 부당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는 2개에 불과했다.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우리나라는 노조의 발언권이 강력한 힘을 지니는 '강성노조'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채용까지 깊게 관여하면서 노조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말에도 기아의 노조원들이 자녀 우선 채용을 사측에 강요한 점은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채용시장에 뜨거운 감자로 여겨진 바 있다.

앞서 기아는 지난해 5년만에 생산직 충원을 검토하며 신규 채용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기아 소하지회 노조측이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우선 및 특별채용 조항 준수를 요구하며 신규채용에 있어 정년 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에 대한 우선채용을 주장한 바 있어 논란을 낳았다. 

노동자의 권익을 지킨다던 노조가 정작 다른 노동자의 권익을 박탈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야기한 까닭이다. 당시 일부 누리꾼들은 "노조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탄식하며 비판적 의견을 비친 바 있다. 한편 단체협약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하여 맺을 수 있으나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고용노동부가 시정 지시할 수 있다. 고용부는 특별채용이나 우선 채용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단체협약에 대해 즉시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처럼 기성 노조들의 득세가 심해지면서 LG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에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규 노조가 설립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장원 연구위원이 50인 이상 사업체에 다니는 2030 직장인 500여 명을 조사해 발표한 ‘MZ세대 노사 관계 의식 특징과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80.2%가 “MZ세대 노조 운동 트렌드가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MZ세대만의 노조가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선 전체 조사 대상의 84.4%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직자에겐 '권리'인 노조, 구직자에게는 높은 '허들' 

노조가입률에 따른 정규직 신규채용의 비율 변화 (자료=한국노동연구원)

강성노조, 귀족노조라 불리우는 노조원들의 입김이 강력했던 탓일까. 실제로 노동조합의 수가 많을수록 신규채용이 위축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올해 초 한국노동연구원 김세움 연구위원이 발간한 ‘향후 청년 일자리 변화와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사업체의 35세 미만 청년 근로자 비율은 사내 노조 수가 1개 늘어날 때 2.27%p, 노조 가입률이 1%p 상승할 때 0.03%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1노조 외 노조 조합원 비율이 1%p 높아질 때도 0.11%p 감소했다. 

또한 사내 노조 수가 1개 늘어나면 정규직 신규 채용 비율은 3.02%p 줄었으며 노조 가입률이 1%p 상승하면 신규 채용은 0.06%p 줄었다. 

노조의 확대와 파생은 기존 근로자들에겐 유리한 작용을 할 수 있지만 신규 채용을 희망하는 구직자와 입직자에게는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다. 

노동조합 수가 늘어나 재직자 해고 및 툊기 관련 보호 정도가 높아져 청년층 비중이 낮아질 가능성과 기업 경영의 효율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청년 채용 자체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이에대해 국제대학교 산학협력단 최일수 교수는 "노조가 기존 근러자의 기득권이 되지 않고 구직자의 채용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대 채용 등을 당연한 권리로 여겨서는 안된다"며 "청년 세대가 공정한 환경에서 취업 경쟁을 하고 이른바 '금수저 채용'을 근절하기 위해 면밀한 지도와 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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