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아산 정 주영 회장의 소양강댐과 압구정(狎鷗亭)
[전대길 CEO칼럼] 아산 정 주영 회장의 소양강댐과 압구정(狎鷗亭)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8.17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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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세계 제4위의 거대 도시인 서울이 8월 초에 줄기차게 내린 호우(豪雨)로 인해서 물난리로 신음하고 있다. 

땅 값 비싸기로 소문난 강남 사거리에는 페라리, 벤츠, 벤틀리 등 최고급 승용차들이 빗물에 둥둥 떠 다녔다. 전국적으로 차량 7,000여 대가 침수되어 차량 피해액만 1,000억 원이 넘는단다. 

서울 신림동 반 지하에 살던 3인 가족은 차오르는 빗물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만 수장(水葬)되고 말았다. 해마다 반복되는 산사태와 물난리를 막을 대책은 진정 없는 것일까? 

공직자는 예산타령만 하고 모두들 함구무언(緘口無言)이다. 을축년(1925년) 대홍수 때에는 중부지방에 피해가 컸다. 짧은 시간에 내린 500mm의 폭우로 인해서 한강물이 범람, 서울역과 삼각지, 공덕동, 아현동 지역까지 침수되었다.  

1990년 중부지역 대홍수 때는 일산 한강 제방이 터져서 성산동, 망원동, 동쪽은 탄천, 성내천 주변이 침수 되었다. 반포, 잠실 일대는 물론 강동구청 건물 3층까지 빗물에 잠겼다. 송파구에 있는 서울 아산병원도 예외 없이 빗물에 잠겼다. 환자들이 긴급대피하고 아산병원이 폐쇄된 적이 있었다. 

이때 정 주영 회장은 100년을 내다보고 대홍수에도 견뎌낼 한강과 성내천 제방을 올려 쌓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시에 제안해서 제방을 보강하고 유수로(流水路)를 바꾸고 초대형 펌프를 설치한 배수지를 만들어서 국가에 헌납했다. 

“이번 홍수에 서울 성내천과 잠실 일대가 안전한 것은 정 주영 회장의 덕분이다”라고 이 택순 수필가(前.경찰청장)는 말한다.    

이번 폭우로 인해서 소양강(昭陽江) 댐(Dam) 수문을 오랜만에 열고 한강 하류로 방류했다. 소양감 댐 건설과 관련한 아산 정 주영 회장의 일화(逸話)를 적는다.  

1960년 박 정희 정부는 수도인 서울 강남 일대가 상습 침수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양강댐 건설 사업을 추진하며 국내 대표건설사 4곳을 불렀다. 모든 건설사는 어떻게 하면 수주(受注)를 받을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이에 정 주영 현대 회장과 이 병철 삼성 회장 등은 소양강 댐 건설공사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병철 회장은 세계적인 전문가를 섭외해서 댐 건설 준비 작업에 나섰다.  

그런데 정 주영 회장은 현금을 끌어 모으는 데 집중했다. 정 주영 회장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강남에 침수 걱정이 사라지면 강북과 맞닿는 한강 다리를 새로 놓을  거란 계산까지 마쳤다. 

그는 곧 바로 강남 노른자 땅을 대대적으로 사들였다. 소양강 다목적 댐이 생기면 한강의 침수지역은 줄어들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새롭게 떠오를 땅을 찾았다. 바로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 땅이었다. 

이곳을 싸게 사서 택지를 조성하고 아파트를 지어서 건설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그 중심에는 현대건설이 있었다. <상습 침수지역>이라 아무도 거들 떠 보지 않는 땅이었으니 현대건설을 투기꾼이라고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 땅이 바로 강남구 압구정(狎鷗亭) 현대백화점 일대를 말한다.    

<아산 정 주영 회장 친필(親筆)...우리 회사 본사 사무실> 
<아산 정 주영 회장 친필(親筆)...우리 회사 본사 사무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대건설은 1967년 4월15일 착공, 1973년 10월15일 저수량 29억 톤의 소양강 댐을 완공했다. 건립비(30%) 절감 대책으로 콘크리트 댐이 아닌 모래(沙)와 자갈(礫)로 이루어진 사력(沙礫)댐으로 건설되었다. 

춘천시 소양강댐에는 아산 정 주영 회장의 불굴(不屈)의 도전 정신이 담겨져 있다.    

남들이 댐 공사로 돈을 벌려고 치열하게 경쟁할 때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담담(淡淡)한 마음’으로 임계점(臨界點)을 넘는 발상(發想)을 하는 것이 아산 정 주영 회장의 <사업의 성공비결(成功秘決)>이다. 

어느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얼음이 녹으면 무엇이 되는지를 물었다. 대부분이 물이 된다고 했는데 한 학생이 대답하길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고 임계점(臨界點)을 넘는 대답을 했다. 

아산 정 주영 회장을 닮은 감탄스런 멋진 생각이다. 단순하게 물이라고 답하는 우리들은 남들보다 “높이 올라 멀리 보아야 한다” 

'임계점(臨界點..Critical Point)'의 정의(定義)다. 물이 끓는 온도는 100°C인데 99°C까지는 물의 성질이 변하지 않는다. 마지막 1°C가 올라야만 물이 끓고 성질이 변한다. 

비즈니스의 고수(高手)와 하수(下手)의 차이점은 마지막 남은 1°C의 차이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비록 1°C 차이지만 고수와 하수의 격차는 엄청나다. 

아산 故 정 주영 회장에 관한 숨겨진 일화 중 한 가지 이야기다. 
“내가 경부 고속도로 공사할 때 박정희 대통령과 이야기 도중에 깜빡 존 적이 있어요. 박 대통령이란 분이 얼마나 무섭고 위엄이 있는 분입니까? 근데, 그런 어른 앞에서 나 혼자 앉아서 이야기를 듣다가 깜박 졸았어요. 아마 내가 태어나서 엿새 동안 양말을 못 갈아 신은 것이 그때가 처음일거요. 그럴 정도로 고속도로 현장에서 날밤을 새고 그랬어요. 

그때 나 뿐만 아니라 당시 경부 고속도로 멤버들은 전부 양말을 벗겨보면 발가락 사이가 붙었을 정도였어. 내가 작업화를 벗어놓고 잠을 자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하여간 그렇게 현장에서 살다가 박 대통령이 나를 호출 했어요“                         

<박 정희 대통령과 아산 정 주영 회장>
<박 정희 대통령과 아산 정 주영 회장>

“박 대통령이 말씀을 하는 도중에 나도 모르게 너무 피곤해서 깜박 존 거지요. 근데 그게 2~3분, 길어야 4분이 안 될 거야. 근데 어찌나 맛있게 잤던지, 나중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잠을 깼지. 

참, 박 대통령을 잊지 못하는 얘긴데, 그때 청와대 응접실 탁자가 조그만 했어. 그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말씀을 하시는데 바로 앞에서 내가 졸았으니 말이야...졸고 나서 내가 아주 당황했거든. 대통령께서도 말씀을 하시다 내가 졸고 있으니 기가 막혔을 거 아니야. 하던 얘기도 중단하셨을 거고 말이지. 

그러니 이건 뭐 어쩔 줄을 모르겠어.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못한 거야. 웬만한 사람 같으면 내가 졸고 있을 때 자리를 떴거나 언짢은 얼굴을 했을 거야. 내가 놀래가지고 정신이 번쩍 들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그 자리에 그대로 계셨던 박대통령께서 내 손을 꼭 잡으시더니 "정 회장, 내가 미안하구만" 이러시는 거예요” 

“참…. 정말 대단한 분이야... 그 때를 잊지 못하겠어. 그래서 나도 말이지, 그때 배운 대로 써 먹었지. 공사현장에 돌아다녀 보면 작업하다 피로해서 조는 친구들이 있거든. 그러면 순시하다가 보고서도 그냥 두고 한 바퀴 돌고 와요. 그때까지 자고 있으면 그땐 어깨를 툭 치면서 깨우곤 했어요“

참고로 잠실(蠶室)과 88 올림픽 관련 고봉(高峰) 선생의 재미있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한 반도 지도가 호랑이처럼 보이지만 좀 더 자세히 보면 섶(중국 산동반도)에 오르는 누에(Silk Worm) 모습입니다. 서울 송파구 일대에는 뽕나무 밭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 지역 이름이 누에 잠(蠶)자의 ‘잠실(蠶室)’입니다. 누에고치를 닮은 8자가 겹쳐진 1988년, 88 세계올림픽이 잠실벌에서 열린 것도 누에고치(Cocoon)와 연관이 있습니다.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옆의 88 고속도로란 이름도 우연히 아니고  누에와의 필연(必然)입니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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