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86] 자만(自慢)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86] 자만(自慢)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8.23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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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나보다 운전을 늦게 배우고 운전면허도 뉴질랜드로 이민 가서 취득한 내자(內子)는 운전할 때 내가 운전 선배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이라도 조언할라치면 항상 무사고 운전을 내세우며 나에게 반격을 가한다. 그러면 나는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고 만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는 20년 가까이 운전하면서 주차 벌금만 한두 번 낸 것이 고작이지만, 나는 과속으로 인한 벌금뿐만 아니라 피해 보상을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사소한 접촉 사고를 여러 차례 낸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내의 운전 경력에서 차 사고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접촉 사고가 있었지만, 상대방 과실로 인정되어 상대방 보험 처리로 차를 수리했기 때문에 아내에게 과실을 물을 수는 없다. 

그 외에 본인 말로는 전혀 조금의 접촉 사고도 없다고 했다. 내가 ‘본인의 말’이란 표현을 쓴 것은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미제 사건에 대해 심증만 있지 물증이 없기 때문이다. 

차 앞뒤 범퍼 여기저기에 무언가를 스치고 지나간 흔적이 있는데, 분명히 내가 한 것은 아니고 아내도 그런 적이 없다고 단언하니 달구치지 않고 서로 덮기로 했다. 우리 둘만 운전을 하고 있으니 분명히 내가 아니면 아내의 소행일텐데 둘다 아니라고 하니 께끄름하지만, 미스터리로 남겨 두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무사고를 내세우며 운전에 자신만만하던 아내가 며칠 전 대형 사고를 냈다. 아침에 병원 예약에 맞춰 간다고 급하게 나가더니만 멀쩡히 주차해 놓은 같은 아파트 위층 어르신 차와 접촉 사고를 낸 것이다. 

우리 차 조수석 쪽과 접촉이 되면서 피해 차의 앞 범퍼와 헤드라이트가 떨어져 나갔다. 보통 차가 무언가에 부딪치게 되면 멈추게 되는데 그날은 무언가에 씌었는지 계속 차를 몰고 나가는 바람에 상대 차의 앞 범퍼와 헤드라이트가 떨어져 나가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당연히 우리 차는 조수석 쪽으로 스쳐 가면서 앞뒤 차 문과 뒤 범퍼까지 선명한 자국이 남았다. 

사색이 되어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내를 진정시키고 보험 회사에 전화를 걸어 사고 접수를 한 후 피해 차량 주인인 어르신을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나와 보시고는 아내의 어처구니없는 사고에 “어떻게 이런 일이” 하시면서 허탈해하셨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차를 운행 중도 아니고 주차장에 잘 세워 놓은 차가 아침에 범퍼와 헤드라이트가 처참하게 떨어져 나간 몰골을 보셨으니 할 말을 잇지 못하시는 건 당연하다.

우리 쪽 보험 회사에 통보하여 사고는 명명백백히 우리 잘못이라고 하니 보험 담당 사고 조사원이 현장에 갈 필요도 없다고 하면서 후속 조치를 전화로 알려 주었다. 

한 번도 차 사고 경험이 없으신 어르신을 대신해서 보험 회사에 대신 사고 접수해드리고 견인차도 연락하여 수리 공업사까지 연결해 드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앞 범퍼와 헤드라이트만 교체하면 되니까 다음 날 수리를 마칠 수 있어 차 없는 불편함을 조금만 겪게 되신 것이다. 

반면에 가해 차량인 우리 차는 조수 쪽 문짝을 갈아야 하고 조금 들어간 부분은 판금을 하고 도색도 해야 해서 서너 일은 걸린다고 했다.

아내는 이번 일로 그동안 운전에 관한 한 자신만만하던 태도가 한풀 꺾였다. 운전은 절대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큰 교훈을 얻은 것 같다.

옛날에 왕이 자신의 마차를 몰 마부를 뽑는다는 공고를 냈다. 수많은 사람이 지원했고 그중에 마차를 모는 실력을 평가하여 최종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되었다. 이 3명을 대상으로 왕은 최종 면접을 하면서 “낭떠러지 길에서 얼마나 자신 있게 마차를 몰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바로 한 명이 자신감이 넘친 목소리로 “저는 마차를 낭떠러지에 바짝 붙여서도 몰 수 있습니다”고 대답하자, 옆에 있던 다른 마부가 “저는 마차 바퀴 한쪽을 낭떠러지에 걸치고도 마차를 몰 수 있습니다”고 대답했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나머지 마부는 “저는 낭떠러지에서 멀리 떨어져 마차를 몰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결국 왕은 가장 안전하게 마차를 몰겠다는 마부를 택했다는 이 우화를 통해 안전과 관련된 일에서는 능력이나 경력 또는 기술보다도 자만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자만은 자신감과는 다르다. 하지만 자신감이 지나치게 되면 자만해질 수 있다. 자만하게 되면 초심을 잃게 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세심한 것에 소홀하게 된다.

우리가 실수하게 되는 이유가 서툴거나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자만심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다. 

주차장에서 매일 옆에 주차해 놓은 차를 피해 빠져나오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던 아내가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은 운전이 서툴렀거나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감에서 비롯된 자만심이 컸을 것이다.

자만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남보다 잘하거나 뛰어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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