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라테’는 싫어요
[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라테’는 싫어요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8.2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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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요즘 젊은이들은 꼰대를 조직과 사회의 활력을 잡아먹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로 여긴다. 근래 시대정신 중 하나는 ‘안티 꼰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꼰대가 정확히 무엇인지, 어떻게 우리 사회에 폐해를 끼치는지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 

그저 공격과 비아냥거림의 대상이었다. 무조건 단절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세대의 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함으로써 함께 통합의 길을 만들어 가야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꼰대’라는 단어 뜻은 ①‘늙은이’를 이르는 은어, ②‘선생님’을 이르는 학생들의 은어다. 뜻을 추려보면, 나이 많은 ‘기성세대’이면서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는 사람이다. 

어원을 두곤 여러 설(說)이 존재한다. 주름 자글자글한 ‘번데기’의 경상도·전라도 방언인 ‘꼰데기’에서 유래했다는 설, 프랑스어 ‘콩테(comte·백작)’의 일본식 발음이라는 설 등이 있다.

꼰대는 대인 관계에서 ‘자기’를 중심에 두려는 이기주의와 나이·지위·경험에서 오는 ‘우월 의식’이 결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라테 이즈 호스(Latte is horse)”가 꼰대들의 말투를 빗대 ‘나 때는 말이야’를 비슷한 발음의 ‘라테(커피)’ ‘is’, ‘말(horse)’로 바꾼 표현으로 ‘라테’를 싫어한다. 그래서 어떤이는 카페에서 ‘라테’를 절대로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겪은 꼰대는 구체적인 실체로 ‘워커홀릭’을 의무로 알고, ‘열정페이’를 강요하고 허접한 조언을 ‘꿀팁’이라고 착각한다. 사람들은 대개 ‘훈수 마니아’를 싫어한다. 훈수는 소통 채널을 막아 버릴 수도 있다. 십중팔구 꼰대와 대화하는 대신 입을 닫고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다짜고짜 반말도 괴롭지만 자식 같아서, 손주 같아서라는 말이 아주 불편하다. 늘 배려 없는 조언과 위로가 빠지지 않는다. 직장이든 학교든 여성은 꼰대 권력의 타켓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NO(노)라고 외치지 못했다. 그래서 꼰대는 하나의 문화가 됐고, 우리의 일상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등 꼰대 문화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친절한’척 하는 조언이 젊은이들 에게는 상당한 폭력적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꼰대를 나이로 따지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 가운데도 꼰대가 있다. 바로 ‘젊은 꼰대(젊꼰)’이다. 나이 한두 살 많다고, 조금 먼저 일을 시작했다고 자존심만 내세우는 ‘젊꼰’들이 많다. 이런 ‘젊꼰’들 탓에 그들도 골치 아파한다. 그래서 그들은 다 함께 꼰대 문화가 사라지기를 요구한다.

‘더 테이블’이 취업 포털 인크루트와 함께 직장인 7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꼰대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내 말대로만 하라며 우기는 스타일’(23%) ‘까라면 까라는 식의 상명하복 사고방식’(20%) ‘내가 해봐서 안다는 전지전능 스타일’(16%) 등이 꼽혔다. 

‘가장 듣기 싫은 꼰대어(語)가 무엇이냐’는 질문엔 ‘어딜 감히’라는 답이 18%로 가장 높았다. 이어 ‘내가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지’(17%) ‘요즘 젊은 애들은 말이야’(17%) ‘내가 너만 했을 때는 말이야’(17%) ‘왕년에 나는 말이지’(13%) 순으로 나타났다. 

라테(나때)는 결국 꼰대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이다. 또는 ‘아는 척’ ‘위해주는 척’ ‘있는 척’, ‘삼(三)척’도 있다.

노소(老少)의 문제로 치부하기 쉽지만, 꼰대의 본질은 ‘사람’에 있다.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꼰대가 아니라, 자기만 맞는다고 생각하고 그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이 꼰대다. 

‘꼰대를 결정짓는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84%가 ‘인간성’이라고 답했다. ‘직급’(7%) ‘나이’(4%) 등 물리적 조건은 전부 합해도 10% 남짓했다. 

‘직장에 멘토로 삼고 싶은 선배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있다’(41%)고 답했다. 직장인 K(27)씨는 “선배라고 해서 무조건 싫은 게 아니다. 인생 멘토로 삼고 싶은 선배도 많다”면서 “다짜 고짜 반말을 하거나, 아랫사람을 하대하는 일부 선배들 때문에 ‘꼰대’ 문제가 더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때이다. 그에 앞서 지금은 먼저 들어주는 경청 자세가 지극히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젊은이들은 이제까지 너무 많이 듣기만 했다. 이제는 선배 세대가 먼저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공존을 위한 대화는 듣는 것에서 비롯된다. 

젊은이들이 바라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 주세요, 함부로 간섭하지 마세요, 반말하지 마세요, 지하철에서 다리 벌리지 마세요, 자식 같다 손주 같다는 말 좀 하지 마세요” 이것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상식에 맞는 행동을 하세요”일 것이다. 

그렇다면 '존경받는 꼰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고 '저 친구는 저렇구나, 그럴 수 있지'라는 태도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대해주면 된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존중받고 있는 것으로 느껴져 스스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며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충분히 기다려 주는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하면 된다. 상대방의 새로운 생각을 듣고 싶으면 기다려 주어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하지 말고 충분히 기다려 주면 대화가 이어지고 새로운 생각과 존중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셋째 꼰대 스타일의 말투에 주의해야 한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지만 나도 모르게 꼰대가 되는 순간이 있다.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저절로 '말투'가 습관적으로 되었기 때문인데 일상생활에서 이런 말투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존경받는' 꼰대가 될 수 있다.

꼰대라는 말이 불편하게 들리겠지만, 우리 사회에는 '존경받는' 꼰대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지금의 청년층도 2~30년이 지나면 중장년층으로서 꼰대라는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지 말고 함께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진정으로 모두가 기대하는 사회일 것이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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