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허가 창업자 양산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 파견법, 개정이 필요하다.
[기자수첩] 무허가 창업자 양산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 파견법, 개정이 필요하다.
  • 이효상 기자
  • 승인 2022.09.1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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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상 기자
이효상 기자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정부와 지자체, 다양한 기관에서 창업활동을 격려하고 수 많은 지원책을 만들어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이런 지원책 덕분에 주변에서 창업자 또는 예비창업자를 만나는 건 일상이 되었다. 

HR아웃소싱분야도 마찬가지다. 거의 매일 '고용알선업' '인력공급업' '사업시설유지·관리서비스업' '건물·산업설비 청소 및 방제서비스업' '경비·경호 및 탐정업' 등 '사업지원서비스'의 창업방법 및 절차 등에 대한 자문요청을 받는다. 

당연히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분위기를 보면 신규 창업을 하겠다는 예비창업자들이 칭찬받고 격려받는게 당연하지만, 앞에 열거한 산업분야인 HR아웃소싱 관련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거꾸로 욕을 먹거나 남들 모르게 창업해야 하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왜그럴까? 
첫번째 이유는 이 사업들의 성격이 간접고용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산업으로 우리사회에서는 '간접고용' 근로자를 모두 '비정규직'으로 치부하여 관련 산업 종사자들을 '사회악'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지극히 정치적 관점의 영향을 받은 부작용으로 경제적 관점에서 간접고용의 순기능을 이해 못하는 부적절한 반응이다.

정치적으로는 '좋은게 좋은 것'으로 실질 보다는 명분이 중요하지만, 경제에서는 명분 보다는 실질이 중요하다. 정치적 명분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실질적 기능도 인정 받아야 마땅하다. 

두번째는 파견법의 편협성에서 기인한다. 우리나라 파견법은 IMF에 의해 강제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경제적 관점보다는 정치적 관점에서 법제화 되면서 실제 산업에서 필요로하는 경영계의 요구는 묵살되고, 노동계 등 시민단체의 요구가 대부분 수용되었다. 이로인해 각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직종 보다는 거의 활용성이 없는 26개 직종만 파견이 가능한 포지티브리스트 방식으로 법이 제정되었다. 이후 한 차례 법 개정을 통해 32개 직종으로 확대되긴 했지만 실효성면에서는 별반 달라진게 없다.

파견법의 편협성은 관련분야 창업자를 무허가 창업으로 이끄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파견허용 직종 중 실제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직종이 '사무 지원 종사자의 업무' '고객 관련 사무 종사자의 업무' '음식 조리 종사자의 업무' '자동차 운전 종사자의 업무' 등 4~5개 직종을 제외하면 기업의 수요가 전무하거나 거의 없는 '특허 전문가의 업무' '행정, 경영 및 재정 전문가의 업무' '창작 및 공연예술가의 업무' '여행안내 종사자의 업무' 등 이기때문이다.

이로인해 파견형태의 기업수요가 가장 많고 인력수급이 절실한 분야인 생산직, 물류직, 판매직 등에서 합법적으로 파견업 허가를 받더라도 기업의 수요에 부응할 수 없기에  '도급업' 이라는 형태의 무허가 창업으로 공급을 맞춰 나가고 있다.  

HR아웃소싱 분야의 무허가 창업 실태는 통계청 자료 중 '서비스업조사보고서'를 보면 어느정도 알 수 있다. 2019년 기준(가장 최근자료 임) 서비스업조사보고서를 보면 HR아웃소싱 분야인 사업지원서비스업(고용알선업, 인력공급업) 사업자는 43,311개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고용알선업(직업소개) 9,483개, 인력공급업(파견업 등) 6382개,  임시 및 일용 인력 공급업 4,144개, 상용 인력 공급 및 인사관리 서비스업 2,238개다.

그리고 추가로 기타 사업 지원 서비스업(사무지원서비스, 문서작성업 등)이 14,677개, 그 외 기타 사업 지원 서비스업(콜센터, 전시, 신용조사 등) 11,168개, 그 외 기타 분류 안된 사업 지원 서비스업 3,700개다.

이중 정식 허가가 필요한 고용알선업(직업소개) 9,483개, 경비업, 인력공급업 중 근로자파견업 2,300개, 경호 및 탐정업 2,164개와 기타 사업 지원 서비스업 등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가 무허가로 추정된다. 비율을 정확하게 특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50%가 넘는 40,000개 이상 기업으로 보여진다. 

또 다른 통계청 자료인 '지역별.업종별 창업기업수'에 의하면 2022년 상반기 '사업시설 관리, 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의 매월 창업자수는 약 3,300개 기업이다. 이중 60~70%가 HR아웃소싱 관련 창업으로 보여지고 이중 50% 정도는 어쩔 수 없이 '무허가' 창업일 듯 하다. 

이런 사회적 부작용은 파견법을 네거티브리스트로 전환하여 기업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공급사슬을 만들어 준다면 해결될 문제다. 4~5만개 기업이 무허가가 아닌 합법적 기업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매월 1,000개 이상의 건강한 창업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의미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파견법을 경제관점에서 살펴봐야 할 때다. 선의를 가지고 사회와 국가에 기여 하고자 창업하는 사람들이 출발부터 범법자인 무허가 사업자가 되게 하지는 말자.  떳떳한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자. 

간접고용은 경제에서 필수 요소다. 이를 강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이제 경제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맡기자. 그리고 파견법도 경제의 원리에 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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