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위드코로나 시대의 공급망 상시 관리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위드코로나 시대의 공급망 상시 관리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9.13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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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중국이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병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 것은 2019년 12월 31일이다.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COVID-19) 현황에 따르면 2년 반이 조금 지난 2022년 8월 9일 14시를 기준 전 세계 총 감염자는 누적 587, 749, 835명(사망자 6,431, 108명)이다. 코로나19는 전세계 229개국에 확진자가 발생했다. 신규 확진자는 843,865명 증가했으며, 총 사망자도 전날에만 2,326명이 늘어났고, 치명률은 1.09%로 나타났다.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을 앗아간 전염병은 결핵이다
결핵으로 죽은 사람은 지난 200년 동안만 약 10억 명에 이른다. 결핵은 20세기 주요 사망 원인 중 1~2위를 다투는 주요 질환 중 하나였다. 20세기 초반에는 유럽에서 7명 중 1명이 폐결핵으로 사망했다고 하니 실로 무서운 병이 아닐 수 없었다. 

결핵은 현재에도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세계 인구 중 3분의 1이 결핵균에 감염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매년 800만 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며,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로날트 D. 게르슈테,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미래의 창(2020)]

반면 페스트가 가장 공포스러운 전염병으로 역사에 기록된 것은 짧은 기간에 막대한 사망자를 냈기 때문이다.

발생 5년 만에(1347~1352) 1800만 명 정도가 사망했다. 이는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에서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영국에서는 인구의 40~50퍼센트가 사망하였으며, 중국에서는 인구의 3분의 1 정도인 3500만 명이 사망했다. 또 노르망디 지역에서는 인구 70퍼센트 정도가 감소했다는 기록이 있다.

사회구조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온 질병도 페스트였다. 페스트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면서 살아남은 자들은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호전되는 이점을 누렸다. 모든 분야에서 노동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식량 부족을 걱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페스트가 번지기 전까지는 유럽 대부분 지역은 기근과 빈곤에 시달렸다. 하지만 1352년 이후 인구수가 급감하면서 살아남은 이들은 이제 제한된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사회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천연두로 20세기에만 약 3억 명이, 역사적으로는 5억 명이 사망했다고 추정된다. 유럽에서만 18세기 이전까지 매년 40만 명 이상, 18세기에 유럽에서는 천연두로 25년 동안 약 1500만 명이 사망했다. 특히 아동은 감염될 경우 80퍼센트가 사망했다. 

16세기 유럽인들이 신대륙에 유입되면서, 천연두 바이러스가 아스테카 왕국과 잉카 왕국을 비롯한 신대륙 원주민들에게 퍼졌고, 이에 대한 면역 체계가 없었던 원주민들은 천연두에 걸려 인구의 30퍼센트가 사망했다. 그 결과 유럽인들은 매우 손쉽게 신대륙을 차지할 수 있었다.

19세기 콜레라로 인도에서만 15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9세기 유럽의 경우, 독일의 대도시에서는 주민의 1퍼센트 정도가 사망했고, 프랑스에서는 약 1만 8000명이, 영국에서는 2만여 명이 희생되었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국의 의사 존 스노우(John Snow)가 1854년 콜레라가 수인성 질병임을 밝혀내면서 깨끗한 물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많은 도시에서 공중위생 환경이 개선되었다. 운하를 정비하고, 깨끗한 식수 공급을 위해 노력했으며, 식수와 하수를 철저히 구분한 것이었다.

1918~1920년 사이 발생한 스페인독감으로 전 세계 약 5억 명이 감염되었고 적게는 5000만에서 많게는 1억 명까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인 독감의 유행으로 예방접종과 의료기관 종사자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스페인 독감 확산 초기에 의료종사자가 많이 감염되면서 병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희생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약 3900만 명이 에이즈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1980년대 말까지 에이즈는 10만 명이 발병했고 대부분이 면역결핍증으로 사망했다. 에이즈로 현재까지 사망한 약 3900만 명은 최근 100년간 유행한 전염병 중 가장 많은 사망자 수다. 2017년 한 해 동안 에이즈와 관련된 질병(폐렴을 비롯한 감염성 질환들)으로 사망한 이는 94만 명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천명했듯이 ‘전염병의 시대’가 도래했다
20세기 후반부터는 신종 전염병이 속속 출현하고 그 빈도 또한 잦아지고 있다. 에볼라출혈열,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중증급성호흡기증(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에 이어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현대사회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감염의 위험이 커졌고, 항공산업의 발달로 사람들이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져 확산의 위험이 증대되었다. 또 공장식 밀집 축산으로 병원체 변이의 위험, 그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미지 병원체 접촉의 위험, 지구 온난화로 인한 병원체 폭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또 세계 곳곳에서 국가 간의 갈등이 커져가면서 전쟁, 내전, 분쟁 등의 충돌이 끊이지 않아 기본적인 위생과 방역 체계가 붕괴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천명했듯이 바야흐로 ‘전염병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015년, 한국의 메르스 유행 때의 총체적 난국을 떠올려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페스트, 콜레라, 유행성 독감(인플루엔자) 같은 범 유행성 질병은 그 시작과 진행 과정이 상당히 유사하게 진행된다. 최초의 발병자가 있고, 이후 교통수단을 통해 점점 더 넓은 지역으로 퍼져 나간다. 

교통수단이 발전하면서 전염병의 전파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과거나 지금이나 치명적인 유행병이 퍼지면 각국은 국경을 봉쇄하여 유행병의 감염을 막으려 노력하지만, 질병은 어떻게든 이를 뚫고 들어와 1차 감염자를 만들고, 백신과 치료약이 만들어질 때까지 인류를 괴롭히며 역사를 바꾸어 나간다.

◆사람 안전을 위해 많은 일들이 무인화· 자동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다
이전까지 생산, 유통, 판매와 물류 영역에서 사람이 직접 수행하거나 대면 서비스가 필요했던 많은 일들은 사람 안전을 위해 무인화· 자동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다. 

특히, 물류영역에서는 첫째, 스마트 배달을 위한 드론, 배달 로봇, 자율주행 화물차와 같은 ‘목적형 자율주행 이동수단’ 기술을 상호 연동시켜 구축할 것이다. 

둘째, 물류센터에서 화물의 입고, 보관, 풀필먼트, 출고 등 화물처리 전 과정을 지능화·자동화하는 기술인 ‘스마트 물류센터’ 기술도 도입될 것이다. 

셋째는 디지털화된 물류정보를 활용하여 계약, 입고, 재고관리, 출고, 배송, 반품, 회수 등을 종합관리하는 기술인 ‘물류정보통합플랫폼’ 기술도 도입될 것이다.

이들 3가지 물류 관련 기술은 서로 밀접한 상호 연결과 보완을 통해 고도화될 것이다. 큰 축에서는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와 연결하고 호환이 가능한 스마트 물류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다.

◆위드코로나 시대는 공급망 리스크의 상시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코로나19 사태는 결국 종식될 것이고 글로벌 공급망 혼란도 극복할 것이다. 하지만 자연재해, 전쟁, 국가 간 분쟁과 새로운 바이러스 출몰과 같은 공급망 불확실성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또 다가올지 모른다. 

기업은 수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고, 위험에 처할 때마다 그 위험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서는 이미 늦다. 우리 기업은 각 산업의 공급사슬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위험을 이해하고, 자신의 기업에 적합한 다음의 위험요인 관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탄력적 공급망 설계(Designing Resilient Supply Chains)’가 필요하다. 
이는 공급망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즉시 대체할 수 있도록 다각화되고, 해당 부품이 없어도 생산할 수 있도록 제품 재설계 역량 등을 갖추고, 부족한 물량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갖춘 ‘탄력적 공급망 설계’가 필요하다. 

둘째, BCP(Business Continuity Plan)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BCP는 재난이 발생해도 기업의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재해·재난으로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운 핵심 업무기능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기업 가치를 최대화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셋째, 공급사슬내 위험을 인식하고 우선순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주기적인 스트레스 시험(stress test)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공급사슬내 핵심적인 공급업체와 고객, 공장, 유통 및 물류센터를 파악하고, 부품, 공정재고, 완제품 재고에 대하여 위치와 물량을 파악이 필요하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단발적으로 끝날 사안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세계인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재앙이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안타깝지만 이제는 미래도 바라보아야 한다. 4차산업혁명 기술의 확산과 발전 관점에서 바라보면, 4차산업혁명을 좀 더 앞당겨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19에 일어날 새로운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기술혁신과 빨리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사태와 더불어 우리 기업이 조달·생산·물류에 걸친 공급망 리스크를 다시 돌아보는 귀중한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단발적으로 끝날 사안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코로나와 재난들이 우리의 생활과 공급사슬, 가치사슬과 산업 전반을 위협할 것이다.

지금의 위드(With)코로나19 시대를 지나 앞으로 올 포스트(Post)코로나19 시대와 또다른 코로나와 같이 가야하는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계속될 전염병과의 전쟁에서는 지도자의 리더십, 의료계의 빠른 대응, 정부의 적절한 대처, 언론의 정확한 정보전달의 역할이 승패를 좌우할 만큼 막중하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생각과 행동도 그것들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시민, 정부, 의료계와 언론 등이 공공의 가치를 위해 서로 협력했을 때 최상의 결과가 도출된다. 이러한 협력의 기반에는 의약, 방역, 생필품 등의 원활한 공급망 확보를 통한 사회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공급망 단절과 붕괴 대책 수립과 이를 주기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공급망 리스크가 발생했을 경우 새로운 공급망으로 대체, 우회. 복구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정부, 지자체, 의료기관, 기업 차원을 넘어서 우리 모두가 코로나19 이후에 계속될 새로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상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상근(ceo@sylogis.co.kr)
ㆍ산업경영공학박사 
ㆍ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ㆍ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ㆍ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ㆍ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ㆍ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ㆍ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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