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빨리빨리 대한민국, 로봇의 일자리 대체도 '빨리빨리'
[기자수첩] 빨리빨리 대한민국, 로봇의 일자리 대체도 '빨리빨리'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9.20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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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로봇 밀도 932대로 1위...로봇수요 매우 높아
인건비 절감 위해 로봇 도입하는 기업들, 단순노동 일자리 적신호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나 입에 '빨리 빨리'를 달고 산다. 지지부진 늘니 것은 참지 못하고 효율적이지 못한 일에 치를 떠는 이들이 많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외치는 빨리 빨리는 한국 문화를 아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배우는 단어 중 하나일 정도니 말이다.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은 언제나 기술 도입에 있어 적극적이었다. 한국전쟁 이후로 초토화된 국토 위에 수십층에 이르는 빌딩이 세워지고 경제가 빠르게 부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빨리 빨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효율과 빨리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에 매우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는 기술이 있다. 바로 '로봇'이다. 

전국경제인엽합회가 15일 발표한 '글로벌 로봇산업과 한국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로봇 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로봇밀도란 노동자 1만명당 설치된 로봇의 수를 의미한다. 즉 근로자 수 대비 얼마나 많은 로봇이 산업 현장에서 비중을 차지하느냐인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932대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전 세계의 평균 로봇 밀도는 126대였으며 로봇 도입이 활발하다고 평가되는 중국도 246대에 그쳤다. 

최근 높아진 인건비 등에 로봇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난 영향도 있을 것이나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로봇에 대한 선호는 높다. 

국토교통부는 오늘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통해 로봇택배와 드론 택배 등 배송로봇의 활성화와 완전 자율주행차의 전면 시행 등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런 추세라면 일상에서 접하는 로봇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만큼 노동자의 디지털 전환도 빠르다는 데 있다. 로봇 도입이 활성화되는 만큼 일자리가 대체된 '로봇 실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식업에서는 서빙로봇이나 키오스크가 종업원을 대다수 대체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도 로봇 도입이 활발하다. 쿠팡은 적극적인 로봇으로 인건비의 40%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은 단순노무 일자리다. 

그리고 단순노무 일자리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저임금 근로자, 저학력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 해당한다. 이들이 대량 실업을 겪을 경우 빈곤층의 빠른 증가로 이어지면서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대한민국의 빨리 빨리가 효율적인 면에서는 좋을지 모르나 누군가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도태되기 마련이다. 로봇 도입에 적극적인 것은 기술과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나, 누군가는 다소 더딘 속도로 낙오되는 이들을 위한 충분한 논의와 지원책을 모색해야 하는 배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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