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럼(Rum)酒와 샴페인(Champagne)
[전대길 CEO칼럼] 럼(Rum)酒와 샴페인(Champagne)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9.28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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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13세기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한 항해 기술로 원양으로의 이동이 원활해졌다. 
그런데 선원들의 식수(食水) 문제가 Hot-Issue로 떠올랐다. 그 당시 유일한 식수 공급은 선박의 항해(航海) 중에 내리는 빗물을 통에 받아서 저장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러나 보관 과정에서 빗물이 변질되어 마실 수 없게 되는 일이 허다했다. 이에 빗물 저장 방법의 한계를 느낀 선장들은 대안(代案)으로 술(酒)을 식수로 사용했다. 술의 재료 중에는 물이 사용되었다. 그런데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보존 기간이 늘어남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유럽보다 온도와 습도가 높은 대서양과 카리브해를 지나면 금방 술이 변질되어 마실 수가 없었다. 따라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위스키와 같은 술을 식수대용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부유층이나 권력층이 아닌 일반 선원들에게 제공되기에는 그 값이 너무 비쌌다. 그래서 저렴하고 알코올 농도가 높은 술인 ‘럼(Rum)’이 선원들의 식수로 사용되었다.

럼주

영국 해군은 장교를 제외한 준사관 이하 20세 이상의 승조원들에게만 점심과 저녁식사 두 번만 260cc~ 280cc씩의 ‘럼(Rum)’酒를 배급하였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럼주를 마신 승조원들이 쉽게 취해버리는 게 큰 문제였다. 

승조원인 해군 수병(水兵)들이 늘 술에 취해 있는 것을 본 선장, 기관장 등 영국 해군 고위층의 불만이 높아졌다. 그러나 럼(Rum)주를 배급해 주지 않으면 술로 인한 선상 반란, 승조원 간의 인간관계 갈등 문제 등이 일어날 게 예상되었다.

그래서 ‘에드워드 버논’ 해군 제독은 ‘럼(Rum)’주에 물을 부어서 희석시켜 알코올 도수를 낮추어 식수로 사용하도록 했다. ‘럼(Rum)’주의 맛과 질이 떨어졌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레몬과 라임 주스, 설탕’ 등을 적정 비율로 혼합, 알코올 도수가 낮은 새로운 럼(Rum)’주가 탄생했다. 이게 바로 ‘그로그(Grog)’라는 칵테일이다.  

‘버논 제독’이 착용하던 방수 망토인 ‘그로그램(Grogram)’에서 유래한 Rum주에 물을 탄 ’그로그(Grog)’란 술을 식수로 마신 선원들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늘 술에 취해 있었다. 

그래서 술에 취한 수병들처럼 권투시합에서 상대의 펀치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태의 권투 선수 모습과 흡사하다는 ‘그로기(Groggy)’란 말이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선박진수식에서 샴페인(Champagne)을 터뜨리는 이유는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유럽의 바이킹족들은 선박을 새로 지으면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배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으로 처녀를 제물로 바쳤다. 

현대로 넘어오면서는 이러한 풍습 대신 선주(船主)의 딸이나 부인이 대모(代母)가 되어 새로운 선박 이름을 지어주며 샴페인을 터뜨려 축복을 기원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15세기 때부터 이런 선박진수식에 포도주(Wine)가 사용되었다. 국왕(國王)의 사자(使者)가 포도주를 한 모금 마신 후 남은 포도주를 갑판에 뿌린 후 술잔을 선박 밖으로 내 던졌다. 이것이 수 세기에 걸쳐 전해졌다. 

‘선박의 처녀 출항식' 때 뱃머리에서 샴페인 병을 깨뜨리는 의식을 거행한다. 여성(女性) 주빈(主賓)이 선박과 진수식 행사장 사이에 연결된 밧줄을 손도끼로 절단하는 진수식은 여성을 상징하는 선박의 탄생을 뜻한다. 

태아(胎兒)가 태어날 때 산모와 태아 사이에 연결된 탯줄을 끊는 것과 같은 의미다. 여성이 테이프를 자르고 샴페인을 터뜨리게 된 유래는 19세기 초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부터란다.

그런데 수많은 술 종류 중에서 하필이면 샴페인(Champagne)으로 정했을까? 
‘샴페인(Champagne)’은 프랑스 ‘상파뉴(Champagne...영어발음은 샴페인)’ 지역에서 제조한 발포성 포도주(Wine)다. 샴페인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지만 레드 와인(Red Wine)은 핏자국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각적으로도 귀족적인 분위기 조성에는 샴페인이 적절했다. 하나 가장 중요한 건 내던진 샴페인 병이 반드시 깨져야 한다는 점이다. 샴페인 병이 깨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불길한 징조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7년 ‘퀸 빅토리아호 취항식’에서 영국 찰스 3세 왕자(현재 영국 찰스 왕)의 커밀라 파커볼스(Camilla Parker Bowles) 공작부인이 던진 샴페인 병이 깨지지 않았다. 그런데 몇 주 후 이 배에 탑승한 승객(80여 명)들이 식중독에 걸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커밀라 공작부인이 던진 샴페인 병이 깨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커밀라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샴페인 병은 본래 쉽게 잘 깨지지 않는다. 그래서 선박진수식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지혜로운 선장은 행사 전에 샴페인 병이 잘 깨지도록 미세한 흠집을 낸다. 샴페인 병이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지도록 말이다

<필자의 호기심을 풀어주는 지 문표 의학박사>
<필자의 호기심을 풀어주는 지 문표 의학박사>

필자와 절친인 ‘지 문표 의학박사’께서 이 글을 감수(監修)하고 주신 도움말이다.  
“18세기 대항해시대에는 식량(食糧)과 식수(食水) 문제가 중요합니다. 럼(Rum)酒와 관련 선원들이 가장 무서워한 병은 괴혈병(壞血病)이며 수많은 선원들이 괴혈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영국 해군 군의관인 ‘제임스 린드’는 신맛과 새콤달콤한 맛이 나며 구연산과 비타민C가 풍부한 라임(Lime) 과즙(果汁)이 괴혈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으나 초기에는 믿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후 호주와 하와이제도를 발견한 ‘제임스 쿡(James Cook..1728~1779)’ 선장이 양배추 소금 절임을 선원들이 먹게 해서 괴혈병을 예방했습니다. 처음엔 선원들이 먹지 않으려고 했으나 장교에게만 제공하겠다니까 선원들이 요청해서 양배추 소금 절임을 먹여서 괴혈병을 예방했습니다“

이글을 마무리하는 나의 단견(短見)이다. 
“나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다.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앞으로도 쉼 없이 배우고 익혀야겠다. 권투경기에서 권투 선수가 그로기 상태란 ‘그로기(Groggy)’란 말이 ‘그로그(Grog)’란 술에서 왔음을 이제야 알았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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