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한민국 국격
[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한민국 국격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9.29 0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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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해외의 다른 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르는 다섯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한국인들은 그들이 얼마나 잘사는지,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올림픽을 개최하고 G20 정상회의를 주재하였고 세계 7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 달러, 인구 5,000만의 3,050클럽에 가입한 큰 나라가 되었는데 아직도 자기비하의 엽전(葉錢) 의식이 있다고 지적한다. 

둘째는 한국인들만 일본과 중국이 얼마나 큰 나라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놈 놈이라 쉽게 본다. 일본은 한때 우리를 식민지로 지배했던 나라로 가해자이다. 최근 ‘잃어버린 20년’으로 표현되는 경제침체를 넘어 호황으로 달려갔던, 일본은 여전히 세계 3, 4위 권의 경제 대국의 저력으로 암암리에 재무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G2로 진입하고 있는 중국의 굴기(屈起)는 또 어떠한가? 중국은 14억의 인구, 미국에 버금가는 드넓은 영토, 핵과 군사위성을 보유한 군사 대국으로 한반도에 대한 패권 의지를 버린 적이 없는 나라이다. 

셋째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위험한 지역에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존립하는 한, 한반도는 계속 위험한 화약고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북녘의 기형적인 3대 세습으로 38세 김정은이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로 공갈치고 있는 한반도의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넷째는 우리가 얼마나 극심한 부정부패에 노출된 채 정치,경제판에 놓여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참으로 불안하고 의욕이나 희망보다 절망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치 범죄가 판을 치는 나라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기업과 군사기밀 등 불안 요소를 마구잡이로 노출하는 언론의 행태가 매우 걱정스럽고 위험물질 관리나 안전 관리 불감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5여 년간 해먹은 태양광 비리가 최근 발견된 것만 수천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참으로 화가 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다섯째, 한국 사회의 수없이 많은 지도자들이 자기 스스로 품격을 실추하는 행위를 하면서도 수치심을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다. 

품격을 높여야 마땅한 지도자들이 하는 실추된 언행은 국민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며 다른 나라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과연 이 나라에 수범과 품격 높은 지도자나 존경하고 싶은 지도자가 어떤 분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생각나는 분을 찾기가 어려워서 안타깝기만 하다.

남의 명예 같은 것은 아랑곳없이 마구잡이로 짓밟아 버리는 사회로 가는 것이 그게 과연 자유국가이며 문명국가라 할 수 있을까? 영화를 아무리 잘 만들고 한류가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올림픽에서 아무리 많은 금메달을 딴다고 해도 나라의 품격은 높아지지 않는다.

부정부패 방지를 위해 만든 ‘김영란법’은 입법의 취지가 우리 사회에서 뇌물이나 다름없는 과도한 접대문화를 없애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본말이 전도되어 이 제도를 어떻게 피해갈 것인가에만 골몰하는 생각이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는 것은 염치와 품격을 잃었기 때문이다. 

63년 전인 1959년 전 세계 모든 나라 가운데 가장 못사는 나라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이었다. 당시 유엔에 등록된 나라는 모두 120여 개국,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태국이 220불 필리핀이 170불인데 비해 고작 76불에 지나지 않았다. 인도 다음으로 못사는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었다. 

그 시절에 예의와 품격을 논하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생존이 급했던 시절에 예의염치나 품격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인구 2,200만 농업종사자 약 65%, 수출이 2,000만 불에 불과했던 나라가 2021년에 1조 2,596억 달러를 달성한 무역 대국이 된 대한민국이다. 

자긍심을 가질만한 대단한 나라이다. 이렇게 자랑스럽고 잘 먹고 잘사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 지금부터는 예의와 염치를 따지고 나라의 품격은 달라져야 한다.

개인에게 “개인의 품격”인 “인격(人格)”이 있듯, 국가 차원에서도 “나라의 품격”인 “국격(國格)”이 있다. 국격(國格)은 국가 및 구성원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품위와 격조로 일반적으로 정의되며, ‘국민, 사회, 국가’ 품격의 총합을 의미한다. 

국민들의 여유로운 생활을 가능케 하는 “국가의 경제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회의 따뜻함을 구성원들이 느끼게 하는 “사회적 자본”, 그리고 해외에서 바라보는 나라의 “국제적 위상” 등이 높은 수준일 때, “품격 높은 사회, 품격 높은 나라”로의 길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국가는 국민을 섬기고, 국민은 자율성을 가지고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저마다의 능력을 발휘하고, 함께 나눔과 공유를 실천하며 질서와 품격이 넘치는 공동체를 만드는, 그런 격조 높은 나라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의 꿈이요, 희망이다. 

국가 지도자의 품격은 곧 국격이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국민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김봉중 전남대 사학과 교수의 저서 “이런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가 눈길을 끌고 있다. 존경받는 미 대통령 11명의 품격을 ‘자부심, 되새김, 관용과 포용, 미래 설계’ 네 가지로 분석했다. 

초대 ‘조지 워싱턴’은 세계 최초로 대통령제를 도입한 자부심, 28대 ‘우드로우 윌슨’은 중립주의를 보편적 원칙으로 재탄생시킨 되새김의 상징으로 꼽았고, 남북전쟁 후 통합을 이끈 16대 ‘에이브러햄 링컨’은 관용과 포용을, 서부 시대 개척의 초석을 세운 3대 ‘토머스 제퍼슨’은 미래 설계자로 분석했다.

품격 있는 지도자가 되려면 돈과 명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품격이란 결코 돈과 명예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남을 배려하고 그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하며 약자에게도 예의를 갖추고 남을 험담하지 않는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간의 기본 도리’를 지키면 품격은 살아난다. 공명과 이익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정의감과 윤리관 같은 기준을 분명하게 세워야 한다.

품격 있는 행동과 가치관은 부모에게서 길러진다. 물론 학교에서도 도덕적인 행동 규범과 지혜로운 삶의 방식을 가르치지만, 인간은 가르침이 있어도 좋은 일 대신 나쁜 일을 먼저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경험과 연륜 있는 지도자라도 스스로 끊임없는 계발과 학습, 성찰과 교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부터 국격을 높이기 위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소극적인 생각에서, 적극적인 생각으로, 안 된다는 생각에서, 된다는 생각으로 변화하고 그렇게 바뀐 생각은 품위 있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내 힘들다’를 뒤집으면 ‘다들 힘내’가 되고 ‘자살’을 뒤집으면 ‘살자’가 되고, NO도 뒤집으면 ON이 되지 않는가?

품격의 ‘품(品)’에는 입구(口) 자가 세 개나 된다. 평생 주고받는 말이 쌓여 그 사람의 됨됨이를 결정한다. 많은 사람의 ‘평판(評判)’과도 통한다. 따라서 사람의 품격을 인격(人格)이라고도 한다. ‘격(格)’은 나무(木)가 각각(各) 똑바로 자라도록 한다는 뜻이다. 격자에도 입구(口)가 있으니, 한 단어에 들어 있는 입구(口)가 네 개나 된다. 그만큼 말과 평판의 영향이 크다는 의미이다. 

서양에서도 격(dignity)은 ‘여러 사람을 위한 명예로운 가치’를 말한다. 고대 그리스 시인 소포클레스가 “품격과 지혜는 세상의 모든 부(富)를 뛰어넘는다”고 했다. 말을 어떻게 쓰냐에 따라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시장에 가서 하찮은 물건도 골라서 사는데 인격을 표현하는 말을 골라서 하는 언어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품격의 기본은 언어 활용에 깃들어 있고 독서는 말의 창고이다.

지혜롭게 말하려면 말하기 전에 내가 하는 이 말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먼저 생각해 후회하지 않을 말만 해야 한다. 말이 입속에 있을 때는 내가 지배하지만 이미 해버린 말에는 내가 지배를 당하게 된다. 말하기 전에 생각하고 말하면 결국 말수가 줄게 되고 말수가 줄어들면 지혜로워지게 된다.

용모와 복장 또한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게 가꾸고 행동도 TPO에 따라서 바르게 하여야 한다. 외모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되는 품격의 조건이다. 외모란 아름다운 얼굴을 의미하지 않는다. 깔끔한 피부와 조화로운 메이크업과 TPO에 맞는 옷차림이다. 머리와 피부는 적당히 깔끔하고 청결하며 단정하게 보이도록 해야 한다. 

집에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며 품위 있게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외모와 복장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스스로의 품격을 포기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품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하고 노력하여야 길러지는 것이다. 

들판에 핀 아무리 예쁜 꽃이라도 눈비와 바람을 겪지 않고 피어나는 꽃이 없고, 세상에는 비밀과 공짜와 정답이 없다고 하였다. 이러한 세상에 이치는 배우고 들으면 다 알 수 있다. 문제는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식과 방법을 잘 알고 있으나 실천하지 않으니 공염불이 되고 마는 것이다. 계획했으면 실행하고 약속했으면 실천하면 된다. 말과 행동, 의도한 목표와 약속을 잘 지키는 품격 높은 나라 ‘대한민국 국격’을 만들어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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