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왜 갑자기 돈이 부족하지?" 월급 같아도 고물가에 실질임금 4달째 줄어 
[분석] "왜 갑자기 돈이 부족하지?" 월급 같아도 고물가에 실질임금 4달째 줄어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9.30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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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8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 발표
7월 임금 4.0% 증가, 실질임금은 2.2% 줄어들어
같은 월급 받아도 쓰는 비용 많아 생활고 우려
고용노동부가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 1인당 월 평균 임금은 전년 동월대비 4.0% 올랐지만 실질임금은 2.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패턴으로 한 달을 생활했는데 이상하게도 통장 잔고는 여느때와 달리 부족하다. 최근 월말이면 통장 잔고에 통상적으로 남아있는 수준의 금액이 턱 없이 적거나 미리 마련해둔 생활비가 예상보다도 더 빨리 소진되는 일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다. 

소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천정부지 치솟은 물가에 지갑 속 돈이 줄줄 세어나간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시대에서 '평소처럼' 소비해서는 자칫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상치 못한 경제적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와 긴축적인 소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물가 인상은 황새 걸음, 임금 인상은 뱁새 걸음
고용노동부는 29일 '8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서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은 실질임금의 상승률이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다. 

무려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인데, 높은 고물가 탓에 체감하는 임금이 쪼그라든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또한 4개월 연속 실질임금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로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 따르면 7월 기준 상용직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 1인당 임금 총액은 세전 391만 9000원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했을때 4.0% 가량 올랐다. 376만 9000원보다 15만원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이 느끼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 

물가를 반영한 7월 실질임금은 360만 4000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오히려 8만 2000원 감소했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더 커졌지만 실제로 체감하는 급여는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실질임금은 지난 4월 -2.0% 수준 줄어든데 이어 5월 -0.3%, 6월 -1.1%, 7월 -2.2% 하락했다. 4개월 연속 감소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향숙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실질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난 경우는 설이나 추석 등의 시기를 제외하고는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물가 상승률이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물가 인상으로 인한 타격은 저소득층, 서민층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돼 우려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임금 인상의 경우 대기업, 상용직은 물가 인상을 감당할 수 있는 내에서 인상이 이뤄졌다면 저소득층, 소규모 기업 근로자들의 인상률은 턱없이 적었다.

상용직의 임금이 415만3000원으로 16만9000원(4.3%) 증가할때 임시·일용직은 175만9000원으로 4만6000원(2.7%)% 증가에 그쳤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사업체는 610만8000원으로 21만2000원(3.6%) 증가한 반면 300인 미만 사업체가 348만5000원으로 13만5000원(4.0%) 늘었다. 소규모 기업으로 한정하면 인상 규모는 더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면 등 대표적인 서민 밥상의 제품들이 줄줄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원자재값 등이 폭등한 것이 그 이유다.
라면 등 대표적인 서민 밥상의 제품들이 줄줄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원자재값 등이 폭등한 것이 그 이유다.

반면 물가 인상으로 인한 서민 밥상의 단가는 높아졌다. 유제품류를 비롯해 라면, 김치 등 서민 밥상의 대표라 할수 있는 제품류가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농심은 지난해에 이어 신라면, 너구리 등 라면 26개 브랜드에 대한 출고가격을 평균 11.3% 인상했다.

팔도는 10월부터 팔도비빔면 등 라면 12개 브랜드의 가격을 평균 9.8% 인상할 예정이며 오뚜기도 11.0% 라면류의 출고가를 인상한다. 

가뭄, 폭우, 달러인상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원재료값이 폭등하자 라면 뿐 아니라 우유, 빵, 아이스크림 등 유가공 제품과 장류, 김치류 등 식품류 전반의 제품가가 높아지고 있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실질임금의 감소는 자료에 나타난 숫자보다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5.7% 기록하며 7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지만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국내 물가상승률을 5.2%로 예상하면서 물가 인상으로 인한 시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여전히 고물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와 사정은 더욱 좋지 못하다. 

고물가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일은 아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가 전 세계적으로 빚어지면서 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항의 시위가 글로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180건 이상의 파업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유럽 지역도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시위가 곳곳으로 번지고 있는 추세다. 

국내 역시 각종 노조의 파업이 끊이지 않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다. 고물가 시대에 성난 인심을 잡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제 55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지금 정책은 무엇보다도 물가 안정이고 모든 정책은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는 것”이라며 “환율과 금리, 거시·미시 정책 모두가 물가 안정을 중심으로 한다”고 전한 바 있다. 

한편 고인플레이션 현상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개개인이 긴축 재정을 통해 소비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소비 습관 그대로 무턱대로 소비하다보면 재정적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 장정빈 겸임교수는 "직장인이 6~7천원에 점심을 주 5일 밖에서 먹었다면 한달에 지출되는 비용은 12만원~14만원 내외다. 하지만 이제 서울 점심 밥값은 보편적으로 1만원을 훌쩍 넘긴다. 점심 밥값으로만 20만원 지출이 우습지 않은 시기다"면서 "밥값 뿐만 아니라 기름, 교통비, 의복류, 대출 금리 등 모든 생활비가 오른 만큼 자신의 소비 패턴을 다시 분석하고 불필요한 지출은 과감하게 줄여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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