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커피믹스(coffee mix)의 유래
[전대길 CEO칼럼] 커피믹스(coffee mix)의 유래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11.09 0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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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최근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는 지하 190M 갱도에서 고립되었던 두 명의 광부가 9일(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되었다는 희소식에 모두들 기뻐했다. 이들은 갖고 있던 커피믹스를 밥처럼 물에 타서 마시면서 배고픔을 달랬다고 한다. 커피믹스가 다 떨어졌을 때는 막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입으로 마시면서 버텼단다. 

커피믹스 한 봉지에는 대략 나트륨 5㎎, 탄수화물 9g, 당류 6g, 지방 1.6g, 포화지방 1.6g 성분이 들어있다. 트랜스지방과 콜레스테롤, 단백질은 없다. 커피믹스 1개당 열량은 50kcal이다. 밥 한 공기로 따지면 커피믹스 4~5개가 밥 한 공기 칼로리(215kcal) 정도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하루에 필요한 열량(熱量)은 약 2,000kcal이다.

커피믹스의 탄생은 미국 남북전쟁(1861~1865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군대에서는 흔하게 술을 지급했는데 술로 인한 사고가 잦아 술 보급을 없애고 커피를 보급했다. 

처음에는 커피 생두를 볶아 원두를 만드는 로스팅(Roasting)한 뒤에 분쇄해서 지급했으나 군납업자들이 커피에 모래를 섞어서 양을 늘리는 비리를 저질렀다. 아예 로스팅도 하지 않은 생두 상태로 보급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북군의 야영지에서는 매일 밤마다 끼리끼리 모여 커피 생두를 로스팅해서 커피를 끓이곤 했다. 

전쟁 통에는 모든 게 먹기 힘들다. 게다가 상하기 쉬운 우유도 군대에는 보급되지 않았다. 그런 수요를 반영해서 커피와 함께 우유를 진공상태에서 1/2로 농축한 연유(煉乳)를 보급했다.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마시면 커피가 완성되는 방식이었다. 지금과는 아주 다르지만, 이것이 바로 인스턴트커피이며 커피믹스의 효시(嚆矢)다. 

제1차 세계 대전 때는 연유보다 군대에 보급하기 쉬운 분유가 탄생했다. 미합중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과 동명이인(同名異人)인 사람이 인스턴트커피(Instant Coffee)를 개발했다. 그는 군 보급물자로 납품하여 참호전에 지친 병사들의 마음을 달래며 인스턴트커피가 널리 전파되었다.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혈장보존(血漿保存)을 위해 개발된 동결건조(凍結乾燥) 기술을 커피와 우유를 동결 건조시키는데 활용되어 인스턴트커피와 분유(粉乳)의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76년 우리나라에서도 동서식품이 작은 봉지 하나에 일회용 커피 분량을 섞어 넣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1인분 포장 스타일의 커피믹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커피믹스 시장규모는  7,000억 원에서 1조(兆) 원이며 커피믹스는 동서식품의 효자상품이다. 2017년에는 대한민국 특허청 설문조사에서 한국을 빛낸 발명품 10가지 중 커피믹스가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봉화 탄광 사고로 구조된 두 명의 광부로 인해서 커피믹스가 각광을 받는다. 젊은이들보다 나이 지긋한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기호식품인 커피믹스가 밥 대용이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뜨거운 물에 간편하게 타서 마실 수 있어서인지 산업현장에서도 널리 애용된다. 

커피믹스가 미합중국 남북전쟁에서 유래했다는 게 금시초문(今始初聞)이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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