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진정한 친구(親舊) 
[전대길 CEO칼럼] 진정한 친구(親舊)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11.16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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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친구(親舊)란 한자를 들여다본다. ‘친할 친(親)+옛 구(舊) 또는 친구 구(舊)’자다. 
‘친할 친(親)’자는 ‘설립(立)+나무 목(木)+볼 견(見)’자로 되어있다. 장작을 지게(A Frame)에 가득 지고 장날에 시장에 나무를 팔러 간 아들이 무사히 오기를 고대하는 노모(老母)가 밤이 되어도 아들이 돌아오지를 않아 마중을 나갔다. 

동구 밖 느티나무 위에 올라가서 아들이 어디쯤 오는지 오른손을 이마에 대고 저 멀리 아들 오기를 바라보는 형상의 표의문자가 바로 ‘친할 친(親)’자다. ‘풀초(草)+새 추(隹)+절구 구(臼)’의 ‘옛 구(舊)’자는 ‘새가 풀을 모아서 지은 둥지’를 뜻한다. 

신숙주와 한명회는 친구다. 한마디로 절친(切親)이었다. 성장 배경과 성격도 달랐지만‘ 사돈까지 맺으며 오랜 시간 가까이 지냈다. 하루는 세조가 두 사람을 불러 술자리를 열었다. 세조(世祖)가 술이 건하게 취해 신 숙주에게 장난을 쳤다. 

평소 농담을 할 줄 모르는 그의 팔을 꺾으며, 자신의 팔도 꺾어 보라며 팔씨름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임금의 몸에 함부로 손대는 것은 큰 죄였기에 거절했지만, 세조는 더욱 집요하게 부탁했다. 결국 신 숙주는 세조의 팔을 살짝 비틀었다. 

그렇게 술자리가 끝나고 아무 일도 없는 듯했다. 하지만 한 명회는 신 숙주의 하인을 부르더니 집으로 돌아가거든 주인에게 꼭 방에 불을 끄고 일찍 잠을 자라는 말을 전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날 밤 세조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신 숙주의 행동이 괘씸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하라고 시켰지만, 감히 왕의 팔을 비틀다니? 세조는 신 숙주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의 집으로 내시를 보냈다. 그의 집 동정을  살피고 돌아온 내시는 신 숙주의 방에 불이 꺼져 있다고 세조에게 고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늦은 밤까지 책을 보는 신숙주가 잠을 자다니 아까는 취했던 게 분명하구나” 세조는 그제야 언짢은 마음을 풀며 잠을 청했다. 사실 신 숙주는 그날 밤도 불을 켜고 책을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하인이 급히 달려와서 한명회의 말을 전해 들은 신 숙주는 급히 등잔불을 껐다. 

다행히 그 뒤에 내시가 다녀간 것이다. 누구보다 왕의 성격을 잘 아는 한 명회 덕분에 신 숙주는 죽음의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친구이자 사돈 사이인 한명회가 신 숙주의 목숨을 구한 이야기다. 

친구는 1. 꽃, 2. 저울, 3. 산 4. 땅과 같은 친구로 사람들은 구별한다. 
친구가 없는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의 친구가 되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은 친구를 얻는 일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 

예로부터 친구로 삼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오무(五無)‘를 든다. ‘무정(無情), 무례(無禮), 무식(無識), 무도(無道), 무능(無能)’한 인간을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참된 친구란 어떤 친구인가? 
공자가 논어에서 제시한 3가지 기준이다. ‘익자삼우(益者三友)’란 ‘정직한 사람, 신의가 있는 사람, 견문이 넓은 사람’이다. 반면 해로운 ‘손자삼우(損者三友)’는 ‘아첨하는 사람, 줏대 없는 사람, 겉으로 친한 척하고 성의가 없는 사람’이다. 익자삼우(益者三友)만 찾지 말고, 내가 먼저 남에게 익자삼우(益者三友)가 되어야 한다.

친구 사이에는 <911 법칙>, <369 법칙>, <248 법칙> 등이 존재한다. 

먼저 <911 법칙>이다. 
상호 간의 신뢰가 깨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9번을 잘해도 10번째, 다음 11번째도 더욱더 잘해 주려고 조심해야 한다. 사람들은 조금만 친해져도 말이나 행동에 조심성이 없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좋았던 인연이 악연으로 변할 수 있다. 

<369 법칙>이다. 
3번 정도 만나야 사람 사이가 잊혀 지지 않는다. 6번 정도 만나야 마음의 문이 열리며 9번 정도는 만나야 친근감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자주 만나야 한다.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369 법칙을 명심하고 최소한 9번 이상은 꾸준하게 좋은 만남을 지속하는 게 좋다.  

<248 법칙>이다. 
다른 사람에게 2개를 받고 싶다면 4개를 주고 4개를 받고 싶다면 8개를 친구에게 주라. <Give & Take>가 100% 맞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게 필요조건이다. 인간관계는 불공평하다. 248 법칙에 따라 받고 싶은 것의 두 배를 주자. 

우아하게 늙는 것은 노인들이 바라는 이상이다. 하지만 '노인 4고'(苦)라는 말이 있듯이 노인들에겐 바라지 않은 불청객이 찾아온다. ​‘병고(病苦),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다. 어느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축복(祝福)받은 노인이다.

공자(孔子)는 노년이 되면 모든 욕심의 유혹을 뿌리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속에는 노욕(老慾)은 곧 노추(老醜)와 직결된다. 노욕이란 불청객이 5고(苦)로 하나 더 추가된다. ​덕망이 높다는 평판의 ‘존 맥아더 목사’가 노인들의 삶을 이렇게 정의했다. 

“단지 오래 살았다는 것만으로 늙은 것은 아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말년에 꿈마저 저버린 사람은 대신 마음의 주름살이 생긴다” 

“지금도 할 수 있다”는 꿈은 버리지 말자. ​이 때문에 남은 인생 여정을 살아갈 노인들은 국가나 사회가 주변에서 무엇을 해주기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일을 찾아서 살아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어떤 일을 해보기도 전에 포기해서는 곤란하다. “나는 안 돼, 나는 이제 쓸모없는 늙은이야”라고 푸념하지 말아야 한다.  

2022년 2월 26일 우리나라 최고 지성인 중 한 분인 이어령 교수가 8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이어령 교수가 고종명(考終命)할 때 남긴 후회(後悔)하신 말씀이다. 

<노년의 이 어령 교수>
<노년의 이 어령 교수>

“나는 존경은 받았으나 사랑은 받지 못했다. 그래서 외로웠다. 다르게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이다” “남들이 생각한 이 아무개는 성공한 사람이라고 보는데 나는 사실상 실패한 삶을 살았음을 느낀다. 세속적인 문필가로 교수로, 장관으로 활동했으니 성공했다고는 할 수가 있겠으나 나는 실패한 삶을 살았다“ 

“겸손이 아니다. 나는 실패했다. 그것을 항상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내게는 친구가 없다. 내 삶은 실패했다. 혼자서 나의 그림자만 보고 달려왔던 삶이다. 동행자 없이 숨 가쁘게 여기까지 달려왔다. 더러는 동행자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경쟁자였다” 

이어령 교수가 '마지막 수업'에서 강조했던 친구와 성공에 관한 말씀이다. 
“정기적으로 만나 밥 먹고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야 삶이 풍성해진다. 나이 차이, 성별, 직업과 관계없이 함께 만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외롭지 않다. 조용히 얘기를 듣고 얘기를 나누면서 조용히 미소 짓는 친구가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다”

끝으로 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수명(壽命)이 늘어나 100수(壽)의 노인들이 늘어난다.
노후(老後)의 친구는 다음 3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는 가까이 있어야 하고 둘째는 자주 만나야 하며 셋째는 취미도 같아야 한다,

대학 친구보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기 편한 고등학교 동기생이 가장 친한 친구라고들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필자의 고교 친구인 김 택 현대산업개발 前. CEO도 “나이 들수록 남는 건 고교 동창 친구뿐이야”라고 일러 준다. 주변인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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