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이슈] 플라스틱 폐기물로부터의 탈(脫)플라스틱 해법은? (ft. 제로웨이트스트·플로깅)
[환경 이슈] 플라스틱 폐기물로부터의 탈(脫)플라스틱 해법은? (ft. 제로웨이트스트·플로깅)
  • 김윤철 기자
  • 승인 2022.11.18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플라스틱 팬데믹 해법은 '플라스틱 저감' 및 '재활용 활성화'
플라스틱 대체재로 기업들은 ‘종이’와 ‘생분해성 소재’ 주목
EU 2050년 탄소중립 위해 kg당 0.8 유로 플라스틱세 도입
플로깅 인터넷 검색결과 갈무리

[아웃소싱타임스 김윤철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는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화되고, 온라인쇼핑에 의한 구매가 급증한다. 상품을 구매해 문 앞에 도착한 택배 상자를 열어보면 주문하지도 않은 종이 박스, 에어캡(air-cap), 스티로폼, 아이스팩, 플라스틱 포장 용기 등 상당한 쓰레기가 같이 포장되어 온다.

마트나 시장에 가서 장을 본다고 해도 구매한 식료품과 각종 생활용품을 냉장고 등에 정리하다 보면 내용물을 담은 포장재 양도 상당하다. 포장재의 대부분은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이다.

지난해 한국 그린피스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의 가정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78%가 포장재다. 분리배출 없이 가정에서나 피서지에서나 아무렇게 버려지는 플라스틱, 생각 없이 마구 사용하는 비닐봉지, 신선식품을 기피하고 과포장된 가공식품의 구매하는 작은 소비행위가 가져온 대가는 만만찮은 희생으로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후 서울 주요 커뮤니티에는 여의도 한강공원 여기저기에서 주말동안 배달음식 등으로 인해 쌓인 쓰레기 더미 사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버려진 쓰레기의 대부분은 포장용 비닐과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다.

한강공원 모습처럼 정부의 위드코로나 정책 전환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불법으로 버려지는 일회용품 플라스틱 쓰레기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2022 제주줍깅” 캠페인(사진 제공=제주환경운동연합)<br>
제주환경운동연합 “2022 제주줍깅” 캠페인(사진 제공=제주환경운동연합)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운 가운데 여행지로 많은 각광을 받았던 제주도 또한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는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버려진 쓰레기 중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폐기물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31일 제주환경운동연합이 5월 14일부터 10월 8일까지 6회에 걸쳐 실시한 “2022 제주줍깅” 캠페인 진행 결과 총 4,391개(303.8㎏)의 해양쓰레기를 수거, 이에 대한 성상조사를 수행한 결과를 발표한다.

중문색달해수욕장 외 네 곳에서 성상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장 많이 발견된 해안쓰레기는 891개가 발견된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파편(20.3%)이었고, 다음으로 많이 발견된 해안쓰레기는 총 429개의 담배꽁초(9.8%)였다. 이어 어업쓰레기로 분류되는 밧줄(328개)이 세 번째로 많이 발견된 해안쓰레기였으며, 각종비닐(292개)과 플라스틱 병뚜껑(251개)이 그 뒤를 이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3월 조사 발표한 최근 3년간(2018~2020)의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자료에서도, 2020년 정부가 수거한 13.8만 톤의 해안쓰레기 중 플라스틱이 83%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유형을 분석해 보니 음료수병, 뚜껑 등이 26.2%로 가장 많았고, 스티로폼 부표 등이 20.7%, 어업용 밧줄 등이 17.1%, 비닐봉투 등이 11.8% 순이었다.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조사 자료(자료 제공=해양수산부)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조사 자료(자료 제공=해양수산부)

제주도의 사례와 해양수산부의 조사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하면서 1분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는데, 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 포장재다.

‘플라스틱 시대’를 살고 있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플라스틱 과소비 시대를 살고 있다. 특히 생활의 편리를 위해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보편화됐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일회용 플라스틱의 해양 오염, 그리고 땅과 바다의 생태계 위협이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물고기 및 야생동물의 몸속에 축적되는 미세플라스틱 문제, 플라스틱에 포함된 독성화학물질의 확산 등도 전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뭐든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다에 버려지는 미세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알리는 보고서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길이 5㎜ 미만인 플라스틱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6월 유럽지구과학연맹(EGU)이 발행하는 저널 ‘The Cryosphere(지구 빙권)’ 최신호에 실린 뉴질랜드 캔터베리대 연구팀의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남극 로스 빙붕 19곳에서 채취한 눈 샘플 모두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검출됐고, 채취한 눈을 녹인 물 1L당 평균 29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올해 발표한 ‘세계 플라스틱 현황(Global Plastic Outlook)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 3,400만 톤에서 2019년 4억 6,000만 톤으로 크게 늘었고, 같은 기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도 1억 5,600만 톤에서 3억 5,300만 톤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며, 재활용되지 않은 폐플라스틱은 매립(50%), 무단투기(22%), 소각(19%)의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표한 “유럽 주요국의 탈플라스틱 정책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EU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총 5,790만 톤으로 전 세계 16%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51%, 이 중 중국 31%), NAFTA(19%), EU(16%), 중동·아프리카(7%), 남미(4%) 순이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포장재 플라스틱 비중이 39.6%로 가장 많고, 건축자재(20.4%), 자동차·부품(9.6%), 전자제품(6.2%), 가정용품·레저(4.1%) 순이다.

또한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폐합성고분자화합물) 발생량은 1090만 톤으로 10년 전인 2008년 대비 739만톤(47%)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다행인 점은 폐플라스틱의 '재활용률'도 꾸준히 증가해 2017년에는 51.9%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사진 제공=Unplash)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탈(脫)플라스틱 정책을 강력하게 실행하고 있는 나라는 유럽연합(EU)이다. EU 탈플라스틱 정책의 최종 목적은 플라스틱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면서 대체재(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해 순환경제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EU는 2015년 12월 ‘순환경제패키지’를 발표한 이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플라스틱세 도입’,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금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20년 7월 ‘플라스틱세’ 채택으로 인해 각 회원국은 연간 자국별 포장재 플라스틱 발생량에서 재활용된 플라스틱을 제하고 남은 폐기물에 kg당 0.8 유로를 EU에 납부해야 한다.

개개인의 차원에서도 급증하는 플라스틱으로 인해 ‘플라스틱 팬데믹’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탈플라스틱 대책들을 고민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첫 번째 변화가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다. 아직 낯설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단어는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사회운동’을 뜻한다.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이다. 환경 보호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는 요즘,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제로웨이스트와 함께 최근 ‘플로깅’ 혹은 ‘줍깅'(줍기와 영어 '조깅'을 합친 말)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실천방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플로깅(plo-gging)은 ‘이삭을 줍는다'는 뜻인 스웨덴어(plocka upp)와 ‘뜀박질’을 뜻하는 영어(jogging)이 더해진 말로, 걷거나 뛰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보호 활동을 말한다. ‘쓰담 챌린지’ 등의 이름으로 많은 단체와 기업들이 환경보호 및 사회공헌 캠페인의 일환으로 행사를 진행하면서 유행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여러 설문조사에서도 그래도 나타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MZ세대가 바라보는 ESG경영과 기업의 역할’ 조사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은 ESG를 실천하는 착한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에서 판매중인 무라벨 생수
편의점에서 판매중인 무라벨 생수

대한상의 설문조사에서 친환경 제품 중 가장 파급효과가 크다고 생각되는 품목을 살펴본 결과, ‘무라벨 페트병’(41.1%)을 첫 손에 꼽았고 이어 ‘전기/수소차’(36.3%),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류’(13.7%), ‘친환경 세제’(7.9%) 등의 순으로 답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친환경 제품들이 선택됐다. 

MZ세대가 친환경 제품 중 가장 파급효과가 크다고 본 무라벨 페트병 제품을 많은 기업들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라벨프리 제품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한편 라벨을 떼어내는 번거로움은 줄여 분리배출 편의성을 높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다. 생수뿐만 아니라 탄산음료, 요거트 등 다양한 식음료 기업에서 기존 패키지를 무라벨 제품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제로 웨이스트의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다회용(기) 컵·빨대 사용하기 ▲텀블러·장바구니 사용 ▲개인 용기에 음식 포장하기 ▲남은 재료를 활용해 요리하기 ▲옷 수선 ▲손수건 이용 등이 있다.

지난 2월 22일 국제시장 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한국, 미국, 일본 등 28개국 2만5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태도'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 중 약 75%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빠른 시일 내에 금지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조사에서 나타났던 71%보다 조금 더 높아진 수치다.

KB경영연구소의 2021년 9월 ‘소비자가 본 ESG와 친환경 소비 행동’ 트렌드 보고서에도 소비자 3명 중 1명은 제품 구매 시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10% 이상의 추가 비용을 내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기업들도 소비자의 인식변화에 대응하면서 ESG경영을 실천하고자 플라스틱 줄이기나 재생하는 '탈(脫)플라스틱'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스웨덴의 세계적인 가구 기업인 이케아로 지난해 11월 ‘2028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 중단’ 목표를 발표한다. 재활용과 재생이 쉬운 종이로 포장재를 전환하고 식품 안전과 품질 관리를 위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이 불가피한 일부 이케아 푸드 제품은 재활용 또는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 소재로 변경할 예정이다. 전체적으로 신규 제품군은 2025년까지, 기존 제품군은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 제로 적용을 완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23년 플라스틱 사용 제로화’를 목표로 수립한 롯데제과는 디저트 브랜드 나뚜루 매장에서 판매하는 케이크 스티로폼 박스를 종이 박스로 변경했다. 세븐일레븐도 올해 초 수요가 가장 높은 플라스틱 얼음컵 소재를 종이로 바꿨다. FSC인증 소재를 사용하고 탄산칼슘을 배합한 친환경 코팅 기술을 더한 친환경 종이 얼음컵이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인 종이 포장재 사용 확대를 위해 협업하는 기업도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지난해 12월 태림포장과 ‘친환경 기능성 박스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보유하고 있는 친환경, 신소재 기술을 활용해 ▲신선식품 포장재 개발 ▲포장재 경량화 ▲포장비용 절감 등의 영역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손을 잡은 것이다.

CJ프레시웨이는 키즈 식재료 브랜드 '아이누리'의 일부 친환경 엽채류를 포장할 때 생분해성 재질을 사용하고 있다. 유기합성 농약을 국가 인증 기준을 맞춘 친환경 상추, 깻잎, 시금치, 쑥갓 등 총 11종으로 대체하여 사용하고 있다. 포장재뿐만 아니라 생활용품에서도 플라스틱 대신 생분해성 소재가 도입되고 있다. 플라스틱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물티슈를 비롯해 칫솔 등에 친환경 소재가 적용되고 있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설치되어 있는 페트(PET) 자원 재활용 분리 배출함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설치되어 있는 페트(PET) 자원 재활용 분리 배출함

플라스틱 재활용 관련해 눈여겨 볼만한 프로젝트들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화솔루션과 무역협회'가 손을 맞잡고 친환경 스타트업 '오이스터에이블'사와 협업해 진행해 온 '페트(PET)도 옷이 된다' 프로젝트다.

'페트도 옷이 된다' 프로젝트는 정보기술(IT)과 보상 시스템을 결합해 분리배출과 플라스틱 리사이클링을 유도하는 사업으로, 코엑스 전시장 방문자들이 오이스터에이블사가 제작한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분리 배출함에 다 쓰고 난 투명 페트병을 투입하면 이 회사가 운영하는 '오늘의 분리수거' 애플리케이션으로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정 수준의 포인트가 쌓이면 페트병 재활용으로 제작된 의류 등으로 보상 받을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1년 7월 21일 부터 본 사업으로 전환되어 코엑스 전시장 곳곳에 12대의 분리 배출함이 설치되어 있다. 오이스터에이블사 담당자는 “1년 간 업사이클링 티셔츠 1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인 5톤(t)의 투명 페트병을 수거하는 것이 목표로, 수거 목표 달성 시엔 페트병을 폐기하는 것 대비 연간 2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국제대학교 산학협력단 최일수 교수는,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기업이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것으로, 산업계 전반에서 기존의 과대포장 방식을 바꾸고 중량을 줄이거나 포장재를 제거하는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라면서, “더불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 감축을 목표로 지속가능한 포장 솔루션을 개발하고 플라스틱을 원료로 하는 제품에 대체재를 도입하는 등 소재 전환 작업에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