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늘어나는 '워킹맘'...여전한 육아부담과 유리천장, 갈등 부추겨
[초점] 늘어나는 '워킹맘'...여전한 육아부담과 유리천장, 갈등 부추겨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11.23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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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54세 기혼 여성 중 62.6%가 '일하는 엄마'
경력단절여성 중 연령별 비중은 30대와 40대가 대부분
과장급 이상 관리직 하루 육아 비중 여성은 3.7시간, 남성은 2.5시간
맞벌이가 늘면서 일하는 워킹맘은 계속 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의 육아 비중이 남성에 비해 더 높아 사회적 갈등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미성년 자녀와 동거하는 기혼 여성 가운데 60% 이상이 일을 하는 '워킹맘'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육아와 일의 양립이 어려워 일하는 엄마가 보기 드문 사례로 '워킹맘'이라는 용어까지 파생됐으나 이제 일하는 엄마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높아진 물가와 양육부담비 등으로 대부분의 부부가 남편과 아내 모두 경제활동을 하는 '맞벌이' 없이는 생계 유지가 어려운 것이 대한민국의 현 주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이 육아·돌봄과 직장생활을 함께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여전히 남성 근로자와 비교했을 때 여성 근로자의 돌봄 비중이 높고 이러한 차이가 경력단절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까닭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여성의 비자발적 경력단절이 성별 간 갈등을 부추기고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미성년 자녀 둔 여성 10명 중 6명은 '일과 병행'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기혼 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를 기준했을때 15세~54세 기혼 여성 중 62.6%가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취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혼 여성 810만 3000명 중 취업하지 않은 상태인 여성은 302만 7000명으로 37.4%를 차지했다.

미취업 상태인 302만 7000명 중 절반 가까이는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총 139만 7000명이 직장을 다니다가 결혼 후 그만두었는데 그 사유로 대부분이 육아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의 사유 1위는 육아로 59만 7000명이 선택했으며 결혼으로 인해 일을 그만두었다는 비율도 36만 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외 임신·출산 31만8000명(22.7%), 가족 돌봄 6만4000명(4.6%), 자녀교육 5만 명(3.6%) 순으로 나타났는데, 기혼 여성이 직장을 떠나는 이유 대부분은 가정과 유관했다.

비록 지난해와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44만 8000명에서 경력단절여성의 비중이 출었지만 여전히 결혼으로 직장을 떠나는 여성이 140만명에 육박했다. 또한 조사 대상 연령대의 기혼여성 수는 지난해 832만 3000명보다 자연적인 인구감소로 810만명까지 줄어들어 마냥 경력단절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고 낙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로 살피면 경제 활동의 중심이 되어야할 30대가 60만명으로 43.0%를 차지했다. 이어 40대도 58만 8000명을 넘겨 42.1%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장 경제활동을 활발히 이어가며 경력을 쌓아가는 시기인 3040세대의 기혼 여성이 육아 등으로 일자리를 벗어나게 된 셈이다. 

이 외에는 50대 15만 2000명, 15~29세 5만 7000명 등이 있었다. 

경력 단절 기간을 살펴보면 10년 이상이 57만2000명(41.0%)으로 가장 많았다. 5~10년 미만 35만7000명(25.5%), 3~5년 미만 19만8000명(14.1%), 1~3년 미만 15만2000명(10.8%), 1년 미만 11만9000명(8.5%) 등으로 여성의 경력단절은 일반적으로 장기화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15~54세 기혼여성 취업자는 262만2000명으로 고용률은 전년보다 1.6%p 증가한 57.8%로 집계됐다. 이들의 주당 평균 취업 시간은 35.6시간으로 전년보다 0.4시간 감소했다.

11월 3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여성관리자 패널조사 학술대회'에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00인 이상 기업에 종사하는 과장급 이상 여성관리자 5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돌봄 시간이 3.7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장급 이상 관리직을 유지할 때까지 직장에 남아있는 경우에도 불구하고 퇴근 후 3.7시간을 육아로 보내야 하는 것이다. 반면 남성관리자의 경우 2.5시간으로 여성보다 한시간 이상 차이가 났다.

남성관리자의 아내는 돌봄 분담 비율이 63.2%로 높았지만 여성관리자의 남편은 37.0%에 불과해 고위직 여성일지라도 여전히 돌봄은 여성의 몫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나마도 많은 여성들은 고위직으로 넘어가기 이전 일자리를 육아와 일이라는 양자 선택에 밀려 일자리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로인해 고위직 여성 임원 비율은 남성에 비해 턱 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10월 말 현재 국내 500대 기업 CEO 659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성 CEO 비중은 1.7%에 불과했으며 민간기업에서도 유리천장은 여전히 존재해 여성들의 고위직 이동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지방자치단체 4급(서기관) 이상 공무원 가운데 여성은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이대성 교수는 "여성들의 학력 수준이 높아지면서 일자리를 유지하길 바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현실적으로 부부 모두 맞벌이를 해서 소득을 높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며 "여성들이 육아나 돌봄으로 인해 경제 활동을 그만두는 것은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시기에 국가적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유리천장 해소와 경력단절 방지 등이 국책 문제인 저출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키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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