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00] 말의 품격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00] 말의 품격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11.29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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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요즘은 잘 인용되고 있지 않지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속담이다.

말을 잘해서 국면(局面)을 전환하거나 유익을 얻는 수도 있지만, 말을 잘못함으로써 큰 곤경에 빠지거나 화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미련한 자의 입술은 다툼을 일으키고 그의 입은 매를 자청하느니라. 미련한 자의 입은 그의 멸망이 되고 그의 입술은 그의 영혼의 그물이 되느니라” (잠언 18: 6~7)이라고 하면서 말을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말이 말해주듯이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할 때 말씨는 신수, 문장력 그리고 판단력과 함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특히 말씨에는 당사자의 감정과 인격 그리고 품격이 직관적으로 나타난다. 말은 단지 의사소통의 역할뿐만 아니라 말하는 이의 교양(敎養)과 인품(人品)을 보여준다.

영미권 국가로 이민 가서 영어를 구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교민들이 우스갯소리로 “외국에서는 거지도 영어를 잘한다”고 자조 어린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글을 읽거나 쓰려면 교육받아야 한다. 그러나 말은 자연스럽게 습득되기 때문에 교육받지 않더라도 말은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말의 품격이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 한 사람들은 말로 의사소통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한정된 어휘를 사용하며 말의 구사 능력이 제한되기 때문에 교양이나 품위를 찾기는 어렵다.

말은 어렸을 때 부모의 말을 따라 하면서 배우기 시작하지만, 커서는 교육 수준이나 자기 생각과 사상, 어울리는 친구나 속해 있는 조직 및 부류들에 의해 틀이 잡히고 숙성된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이 있다. 같은 무리끼리 서로 어울린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어떤 무리에 속해 함께 어울리다 보면 서로 여러모로 닮아가는 경우가 있는데 말씨도 그중에 하나이다. 우리 조카의 경우가 한 예가 될 수 있다.

우리가 뉴질랜드로 이민 간 후 얼마 되지 않아서 아내의 조카 둘을 데려다 키웠다. 처남의 두 아들인데 부모가 모두 늦게까지 일하느라 학교 수업 후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는 손자들의 앞날이 걱정되신 장인어른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여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거쳐 결혼하여 따로 가정을 이룰 때까지 두 아이를 돌봐주었으니 우리가 그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함께하며 부모의 역할을 한 셈이다. 

우리 집에도 아들만 넷이 있으니 우리 부부가 아들 여섯을 키운 셈이다. 큰아이는 대학교에서 목공학과(Carpentry)를 전공하여 빌더(builder)가 되었고, 둘째는 미국에 유학하던 중 미국 군인 모집에 응모하여 미군(美軍)이 되었다.

큰아이가 빌더가 되어 집 짓는 일을 하면서 일꾼들과 어울리다 보니 조금씩 말하는 스타일이나 어투가 바뀌기 시작했다. 일의 특성상 큰 소리로 업무 지시도 해야 하고 일하는 사람에 맞춰 말을 하다 보니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말씨가 거칠게 변했다. 

특히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마오리(뉴질랜드 원주민)라서 그들과 어울리면서 특유의 마오리 억양과 말투를 쓰게 되었다. 우리 집에 전화한 사람이 조카와 통화하면 우리 집에 마오리가 살고 있느냐고 물을 정도로 마오리 어투가 고착화되었다. 

그만큼 어울리는 사람과 환경이 말본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요즘에는 매스컴과 SNS가 언어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커졌다. 그 속에서 쏟아내는 말의 전파력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폭이 넓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인(公人)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말을 할 때 신중해야 한다. 대중의 인기만을 노리고 허투루 말을 뱉다보면 그릇된 본보기가 될 수 있고,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치는 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및 정치적 이슈에 누구나가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고 논쟁거리에는 내남없이 댓글을 달며 거침없는 말을 쏟아낸다. 말을 문자화하는 과정에서 생각하고 여과되어야 하는데 요즘 댓글에는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는 상대방에 대해 무람없이 말씨가 거칠고 거침이 없으며 심지어 욕설이 난무한다. 

댓글뿐만 아니라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악머구리 끓듯 내뱉는 언어도 투쟁적이고 직설적이며 살벌하다. 협상과 타협의 여지가 없다. 사회가 확증편향 되어 있고 많이 경직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여기서 말의 품격을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는 것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원한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하면서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구 선생의 바람대로 우리나라 음악, 영화, 드라마 등등 수준 높은 K-문화의 힘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라고 할 수는 없다. 김구 선생이 말한 아름다운 나라는 비단 자연경관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라를 구성하는 국민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비난하고 배척하기보다는 존중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 시발점은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워 담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을 하기보다는 말 한마디라도 격조와 품위를 지녀야 한다. 말이 곧 씨가 된다는 말은 말조심하라는 경고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말본새가 그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너도나도 말의 품격을 갖추다 보면 언젠가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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