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로봇이 물류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로봇이 물류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까?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12.05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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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와 배달의 자동화, 지능화와 무인화는 속도를 내고 있어
배달로봇과 서빙 로봇은 우리 생활 속에 들어오고 있다
드론배달의 성공사례도 계속 등장하고 있어
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스미스(Smith)는 영어권에서 가장 흔한 성(姓)중 하나다. 대장장이(smith, blacksmith)는 기원전 1500년부터 기원후 1800년까지, 중세와 근세에 이르기까지 거의 3400년간 가장 흔한 직업 가운데 하나였다. 

12세기까지 2600년 넘게 이 일을 지속했던 대장장이들은 이 직업에 대한 애착이 커 자기들의 성을 스미스로 지었다. 그들은 그 직업은 영원하리라고 생각했다. 

◆성이 되었을 만큼 흔했던 직업이던 대장장이는 오늘날 찾기가 어렵다. 
3천년 이상 지속된 좋은 직업 대장장이는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중반까지 불과 100년 만에 그 직업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1차산업혁명으로 사라진 직업은 대장장이만은 아니다. 방앗간이나 제분소에서 일하는 사람인 밀러(millers), 직물염색 공인 다이어(dyer), 석공인 메이슨(mason), 베 짜는 사람인 웨버(weavers)와 같이 영원히 계속될 직업으로 여겼던 관련 성을 가진 직업도 대부분 사라졌다. 

중세의 누구도 공장의 기계들이 대장장이를 대체될 것이나, 근세의 누구도 생각하는 컴퓨터나 로봇이 사람 대신 일할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수천 년간 제분소와 대장간에서 일했다. 

하지만 현대인은 이제 겨우 100년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머지않은 미래에는 우리 일터가 대장간이나 공장, 매장, 사무실이 아닌 새로운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도 안다.
 
또 우리는 우리 일자리가 해외로 이동하거나 감소하는 현상을 목격했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과 리쇼어링의 영향으로 일부 제조업 일자리가 해외에서 국내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자리는 이제 사람이 아닌 로봇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물류산업에도 로봇도입 등 무인화는 기회와 위험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로봇의 어원인 ‘robota’는 체코어로 노동을 의미한다. 1920년 체코의 카렐 차페크(Karel Capek)는 자신의 쓴 희곡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에서 처음으로 로봇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로봇은 인간이 해야 하는 특정한 위험한 노동을 대신 수행하도록 만들어졌다. 단순히 프로그램된 명령에 따라 작업을 수행했지만 점점 기술이 개발되면서 스스로 주변 정보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것까지 영역이 확장되었다. 이제는 위험한 육체적 노동을 넘어 정신적 노동까지 인간의 모든 노동을 대체하려 한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중대재해처벌법, 구인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근로제 시행으로 로봇 등을 통한 무인화 추세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제조, 유통, 서비스산업 못지 않게 물류산업에도 무인화에 대한 영향은 커지고 있다. 

타 산업의 무인화 속도가 빨라지면 물류의 역할은 더욱 많아지고 중요해진 점과 물류업계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무인화를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기회와 위험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첫째, 물류산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무인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물류산업은 아직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과로사와 사고사 등 중대재해의 발생,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근로제 시행으로 구인난과 인건비 고민이 크다. 

물류현장의 무인화는 궁극적으로 아마존의 키바(KIVA)와 같은 로봇이 일하는 불이 꺼진채 가동되는 무인물류센터와 무인자율차, 배달로봇, 드론이 배달하는 무인배달시스템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아직은 과다한 초기 투자비에 대한 부담이 있어 주저하고 있는 형편이다. 

둘째, 타 산업의 무인화 속도가 빨라지면 물류의 역할은 더욱 많아지고 중요해진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커킹, KFC 등의 점포는 키오스크 통한 무인주문 시스템으로, 스타벅스는 싸이렌오더 같은 모바일 주문으로, 열차판매원의 밀차는 자동판매기로 대체됐다. 

배민, 배달통, 요기요 등 배달앱을 통한 배달의 증가는 매장규모의 축소와 직원 감축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음식, 분식, 패스트푸드는 자체 배달시스템을 포기하고 브릉, 바로고 등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스타트업의 공유서비스에 배달을 맡겼다.
 
유통업계, 외식업계는 물류 문제만 해결된다면 무인화와 생력화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무인점포(Unmanned Stores) 확대 등 무인화와 생력화로 물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의 아마존고(Amazon Go), 중국 알리바바의 빙고박스(Bingo Box), 국내는 CU의 바이셀프, GS의 퓨처스토어, 7-11의 시그너쳐매장, 이마트24의 무인편의점 등 무인점포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무인점포에서는 매장납입, 검수 〮검품, 매대 진열 등 매장 직원이 했던 일 들을 배달기사가 수행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스타벅스 배달사원은 점포 개점 전에 점포의 문을 열고 배달물건을 정해진 장소에 납입한다. 

일본의 유통체인 후시코시(藤越)의 경우 이미 물류기업인 마루와운유기관이 점포내 점포진열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영업 종료 후 매장직원이 없는 상태에서 배달사원이 입하, 검품, 플로어별 분류와 반송, 개점전 준비(진열업무, 前進진열, 기기청소), 백야드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전진진열(face-up)업무는 편리한 동선유지와 보기 쉽고, 고객이 선택하기 쉽고, 꺼내기 쉽고, 볼륨감 있고, 선도가 유지되며, 품질을 유지하는 계획적이고 효과적인 진열 업무수행을 매뉴얼화 했다. 

◆물류센터와 배달의 자동화, 지능화와 무인화는 속도를 내고 있다
배달분야의 무인화는 무인(자율)주행차량, 배달로봇, 드론 도입이 미국, 유럽, 일본과 국내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먼저, 화물트럭도 자율주행이 본격 도입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전기트럭인 세미트럭을 출시해 첫 출고 제품을 펩시에 판매키로 했다. 

테슬라는 승용차 모델Y처럼 세미트럭에도 자율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을 탑재했다. 테슬라 세미트럭 출시는 자율주행 분야를 상용차로 확장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트럭에도 자율주행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완성차 제조업체인 '포드 모터스'와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가틱', AI 스타트업 '아르고' 등과 공동으로 개발한 자율주행 로보트럭을 통해 무인배송을 시범 도입했다. 월마트는 마이애미, 오스틴, 워싱턴DC 등 3개 도시에서 로보트럭을 통해 소비자 문 앞까지 상품을 무인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월마트 온라인에서 식료품이나 잡화 등을 주문하면 늦어도 다음날까지 해당 상품을 집으로 배송한다.

월마트 자율주행 로보트럭은 기사 없이 화물 운송이 이뤄지는 시대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평가다. 기존에는 배송기사가 월마트에서 상품을 실은 후 목적지까지 배달했지만, 무인배송은 고도화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의 상품을 집까지 배달한다. 24시간 운행되는 로보트럭의 차내엔 카메라와 AI 센서 등이 탑재돼 원하는 목적지로 자율주행하는 방식이다.

월마트는 2021년부터 약 3km 거리를 반복적으로 운행하면서 무인배송 안전성과 가능 여부를 시험했다. 약 11만km의 시범 운영을 마친 월마트는 2022년 8월부터 로보트럭을 식료품 등을 주문 처리센터에서 아칸소 시의 물류 창고로 운송하거나 물류 창고에서 소매점으로 운송하는 미들마일(middle mile·중간단계 물류) 배송에 투입했다. 

둘째, 배달로봇과 서빙 로봇은 우리 생활 속에 들어오고 있다.

영국의 스타십 테크놀로지스이 2016년 11월 무인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고, 도미노 피자는 2016년 3월에 피자 배달로봇인 ‘DRU(Domino’s Robotics Unit)’을 공개했다. 이태리 e-Novia는 1회 충전으로 약 80km까지도 주행하는 자율주행 배달로봇 ‘YAPE’를 개발했고, 독일 우체국에서 개발한 포스트봇(PostBOT)은 150kg까지 적재가 가능하다. 

미국의 마블은 음식 배달 서비스 전문 로봇인 Eat 24를 개발해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범 주행을 했고, 인텔은 ‘17년 세그웨이사와 연합으로 스마트 택배로봇 ‘Loomo Go’를 개발하고 공개했다.

2017년 1월 일본의 파나소닉은 배달 로봇 ‘호스피(HOSPI)’는 나리타 공항과 일본 전역에 있는 병원에서 의약품과 의료품 제공에 사용되고 있고, ZMP의 택배로봇 ‘Carriro Delivery’는 한 번에 초밥배달에 투입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 인한 배달 시장의 급상승으로 로봇배송의 도입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서빙 로봇은 한소반 등에 이어 애슐레 등 대형 프랜차이즈 외에도 지방의 소규모 중국음식점까지 도입 운영되고 있다. 

국내 로봇배달은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은 자율주행 음식배달로봇 ‘딜리(Dilly)’ 첫 공개테스트를 천안의 한 푸드코트에서 실시했다. 2020년 8월부터는 수원 광교에 위치한 주상복합에서 자율주행 배달 로봇의 상용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이파크(아파트)와 앨리웨이(상가)를 잇기 위해 로봇 ‘딜리드라이브’를 투입한 바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IoT 기술을 기반으로 딜리드라이브와 공동현관문을 연동, 로봇이 아파트로 진입하게 하는 등 유기적인 서비스 환경을 구축했다. 

로봇은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 가구 앞까지 음식을 배달한다.  2020년 도미노피자와 LG전자와 자율주행 배달 로봇 ‘도미 런’을 개발 및 테스트했다. 현재도 드라이빙 픽업 서비스와 야외 배달 서비스 ‘도미노 스팟’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셋째, 드론배달의 성공사례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2013년 12월 저녁,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 Minutes」에 출연해 진행자인 찰리 로즈(Charlie Rose) 와 인터뷰하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아마존 로고가 붙은 검은색 드론이 놓여 있었다. 

그는 이런 무인기를 택배 서비스에 이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4~5년안에 옥토콥터 택배 서비스가 등장할지 모른다고 내다보았다. 2022년 11월 아마존이 더 작고 소음이 적으며 가벼운 비까지 뚫고 날아갈 수 있는 새로운 배달 드론을 공개했다. 

배달 드론 'MK30'을 선보이며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 일부 지역에서 테스트 배달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현장 투입은 2024년부터다. 아마존은 MK30은 6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헥사콥터'로, 가벼운 비는 물론 다양한 기상 조건에 견딜 수 있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이번 모델은 소음을 25% 줄이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드론과 나무, 사람, 애완동물 등 장애물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안전 시스템을 장착했다.

요기요는 2016년 12월 한화테크원과 함께 드론 음식배달 테스트는 인천 송도 분식점에서 인근공원까지 드론배달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도미노피자는 2021년 8~10월 세종시에서 드론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파블로항공과 삼영물류는 물류센터간 긴급배송에 드론을 투입하는 실증을 마쳤다. 최근 인터넷쇼핑 등 전자상거래 증가로 물류가 급증함에 따라, 물류센터 간 배송에 드론을 활용하여 도심환경에서 물품배송의 상용화를 실증했다. 

파블로항공은 드론 배송 서비스 운영관리를, 삼영물류는 물류 센터(인천가좌, 인천청라) 점검·구축을, 인천광역시는 교통 모니터링 및 안전점검 관리를 맡았다. 이 실증은 도심 내 안전한 드론 배송 서비스를 구축하여, 교통량 집중 시간대의 신속한 운송, 탄소 배출량 감소 등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아마존,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징동(JD.com)은 완전 무인화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향후 센터내의 보관, 피킹, 출고, 검품, 검수 등 일반 업무는 대부분 로봇에 의해 수행되고, 표준화가 어려운 개인화, 맞춤화된 풀필먼트서비스와 조립 가공, 세트구성 등 부가가치서비스는 인간과 협동로봇이 같이 일하게 될 것이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효율성, 생산성 측면에서 로봇과 사람이 상호 보완하는 역할분담이 될 것이다. 

서울시는 미래형 첨단물류 거점과 드론, 로봇배송의 결합을 구상하고 있다. 
서울시는 GS칼텍스와 함께 서초구 내곡주유소를 '미래형 첨단물류 거점'으로 만드는 실험을 시작했다. 

주유·세차 서비스 중심이었던 기존 주유소에 생활 물류 기능과 로봇·드론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이곳에 무인·자동화 물류 시설인 스마트MFC(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약 120㎡ 규모로 조성한다. 

스마트MFC에서는 시설 상부에 있는 5∼6대 로봇이 레일을 움직여 하루 3천600여 상자를 처리할 수 있다. 이곳에서 처리된 물류는 드론으로 배달된다. 시는 주유소 지붕 위에 드론 정거장을 조성하고, 근거리 드론 배송 실증을 추진한다. 

◆산업재 물류의 경우와 소비재물류의 경우 무인화의 속도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산업물류의 경우 투자대비 효과가 비용절감효과가 커서 빠르게 이행될 수 있다. 스마트공장의 무인화에 이어지는 물류센터 무인화는 프로세스나 로직이 표준화되어 있고, 수송 역시 공장-물류센터-대리점(대형고객)의 경로를 대형 무인트럭을 이용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소비물류는 스마트시대의 물류의 개인화(Personalization)와 맞춤화(Customizer) 추세로 무인화 까지는 갈 길이 멀다. 소비물류 중 B2C배달은 배달 밀집도가 높은 도심의 라스트마일 배달은 화물차량, 오토바이, 자전거, 킥보드, 도보를 통해 사람이 수행하던 유인배달과 함께 무인배달인 자율주행배달차량과 배달로봇이 새롭게 담당할 것이다. 

섬과 배달 밀집도가 낮은 지역은 드론을 통한 무인화의 속도를 낼 것이다. B2R(Retail) 배달은 무인점포의 증대와 인력감축으로 매장의 판매 외 진열 등 상당업무가 물류가 수행하고, 조립과 설치, Pre-Service 등도 물류영역으로 편입되어 사람이 수행하게 될 것이다. 

또한 직접 대면 배달 보다는 서울시안심택배박스, 아마존락커, 스마일박스, 11Pick등 무인보관함을 통한 비대면 배달 서비스도 활성화될 것이다.

이상근(ceo@sylogis.co.kr)
ㆍ산업경영공학박사 
ㆍ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ㆍ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ㆍ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ㆍ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ㆍ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ㆍ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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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2022-12-06 09:20:06
현재 물류의 현 주소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기고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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