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01] 축구가 뭐길래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01] 축구가 뭐길래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12.06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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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심장이 가장 요동쳤던 때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 경기가 벌어졌을 때였다. 그 당시 우리 가족은 뉴질랜드에 있었기 때문에 붉은 악마 응원단과 어울려 광화문에서 함성을 지르며 응원할 기회는 없었지만, 뉴질랜드의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에서 나름 뜨겁게 응원했었다. 

16강전에서 우승 후보였던 이탈리아를 2대 1로 꺾고 8강에 오른 후 스페인과 혈전을 벌이고도 승부가 나지 않아 결국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올랐을 때 조용하기만 한 오클랜드 시내가 단체 응원을 마치고 흥분하여 쏟아져 나온 한국 교민들로 난리가 났었다.

교민들이 자동차 크락션으로 “대~한민국”을 울려대고 그것도 모자라 창문을 열고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쳤다. 50을 바라보던 나까지 합세할 정도니 아마 오클랜드에 살던 대부분의 한국 교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던 것 같다. 

축구로 인해 교민들이 하나가 되었고 내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과 자랑스러움 그리고 한국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 내 생애에서 이런 감격스러운 경험을 다시 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의 감격과 기쁨을 20년이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다시 맛볼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포르투갈과의 경기는 오랜만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경기였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독일과의 마지막 경기를 연상시켜주었다. 그 당시도 16강 진출을 위해 독일을 반드시 꺾고 골 득실점 차를 따져봐야 했다.

독일은 지난 대회에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으로 우리가 승리할 확률이 1%밖에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우리나라 대표 팀은 전후반을 마치고 주어진 추가 시간에 2골을 넣어 독일을 격침함으로써 짜릿한 희열과 큰 감동을 가져다주었다.

그때의 짜릿한 승리의 경험이 나로 하여금 버겁게 여겨지던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게 해주었다.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데 1대 1 상황으로 전후반전이 끝나고 추가 시간도 속절없이 지나면서 16강 진출이 물거품이 될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을 때 기적 같은 역전 골이 터졌다.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주무시던 장모님과 아내가 놀라서 뛰쳐나왔다. 

우리나라 팀이 2대 1로 승리한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자마자 나는 기쁨도 뒤로한 채 다른 방송국에서 중계하고 있던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로 채널을 돌렸다. 그때처럼 남의 나라 경기를 숨죽이며 초조하게 지켜본 경우는 없었다. 또다시 강적 독일을 이기고도 골 득실점 차로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던 러시아 월드컵 때의 전철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주어진 추가시간이 끝나고 우리나라가 다득점에 앞서 마침내 16강 진출이 확정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껑충 뛰며 만세를 불렀다. 또다시 심장이 요동치고 감정이 북받쳤다. 이 나이에 나에게 아직 이런 열정이 남아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축구 중계를 하던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목소리가 떨리고 울먹인다. 선수도 울고 응원단도 눈물짓는다. 도대체 축구가 뭐길래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가.

축구는 단일 스포츠 종목 중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이다. 전 대회인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시청자 수가 약 35억 명이라고 하니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축구 경기를 지켜봤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축구가 이토록 인기가 높은 이유 중의 하나는 축구가 지닌 단순함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국제 축구 연맹에서 규정한 세세한 경기 룰이 존재하지만, 축구는 근본적으로 발로 차서 골대에 골을 넣으면 이기는 단순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경기를 이해할 수 있다.

놀이로 하는 축구는 공만 있으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고 체격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인원도 구애받지 않고 골대가 없으면 줄을 긋거나 만들면 된다. 학창 시절에 휴식 시간마다 공대신 지우개나 종이를 뭉쳐서 공을 만들고 복도에다가 책가방을 놓아 골대를 만들어서 축구 경기를 했던 경험은 남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축구는 또한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접근하기 쉽고 교육 수준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서도 쉽게 축구를 접할 수 있고 축구를 통해 두각을 나타내면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부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신분 상승의 기회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축구를 통해 꿈을 키운다.

축구의 매력은 단지 이것뿐이 아니다. 축구가 단순한 경기처럼 보여서 쉽게 승부를 예측할 수 있을 거 같지만, 축구공이 둥글듯이 언제나 이변이 일어나는 데 묘미가 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서독을 우승시킨 제프 헤어베어거(Josef Herberger) 감독이 “사람들이 왜 축구를 보러 가는지 아십니까? 누가 이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듯이 예상했던 대로만 경기가 흘러가지 않는 것이 우리 인생 여정과도 닮았기에 우리는 축구에 빠져든다.

또한 선수들이 절실한 마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감동하며 인생의 교훈을 배운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경기를 위해 선수들은 수많은 땀과 눈물을 흘리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랑스러운 국가 대표 선수로 발탁된다. 하지만 대표 선수가 되더라도 선발 경쟁에서 밀리면 월드컵 내내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 있다가 또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받은 선수들에겐 죽을 힘을 다하려는 각오와 절실함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결기(決起)가 보인다. 그들이 어떻게 거기까지 왔으며 어떤 마음으로 경기를 치루고 있는지를 알기에 승패를 떠나 우리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며 한마음이 된다. 

젊은이들 중심으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을 줄인 ‘중꺾마’란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상대가 아무리 강한 팀이라도 ‘중꺾마’의 정신으로 경기 종료 휘슬이 불 때까지 죽을 힘을 다해 쏟아붓고 탈진하여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우린 감동하고 자신의 마음을 다잡게 된다.

우리는 축구를 보지만 그 속에서 인생을 배운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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